“부끄러워 무조건 숨기려 했던 우리 시절과는 달라요. 호들갑스럽게 소리 지르며, 저를 찾더군요. 학교에서 이미 성교육을 받아, 당황한 표정은 아니더군요. 아이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같은 여자로서 연민의 정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날 저녁, 애 아빠는 꽃다발로 딸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지요.며칠 뒤 저는 탄생석 목걸이를 기념 삼아 선물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초경을 맞이한 엄마 K씨.
아빠,엄마의 축복 속에 시작하는 여자의 일생…. 60, 70대 할머니, 심지어 40, 50대 세대에게만 해도 월경은 무조건 감춰야 하는, ‘여성에게 가해진 신의 저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이나 여성단체가 ‘월경페스티벌’(9월 8일 을지로 5가 훈련원공원)을 할 정도로 이제 월경은 여성의몸에 대한 자존을 회복하는 새로운 코드가 됐다. 더 이상 더러운 것, 부끄러운 것,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경은 호르몬 작용 한달에 한 번 월경을 겪기 위해서는 뇌속에서 신비의 샘 같이 작용하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그리고 골반 속에 숨어있는 2X2.5㎝크기의 양쪽 난소의 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시상하부에서 성선자극 방출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 호르몬이 나온다. 이 성선자극 호르몬이 난소를 자극하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분비된다. 난소에서 나오는 여성호르몬 중 중요한 두 가지 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유한기 교수는 “중추신경계-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가 중심이 돼 서로 되먹이기 작용을 통해 사춘기 이후 폐경기까지 35~40여 년 동안 끊임없이 호르몬을 조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난소의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 시상하부및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 호르몬 분비를 어느정도 감소시켜 난소 자극을 적게 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반대로 난소의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시상하부-뇌하수체에서는 성선자극 호르몬의 생산량을 증가시켜 뇌하수체의 난포자극 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해 난소의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자에게 2차 성징을 발현시키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유방과 성기의 발육을 촉진하고, 피부에 지방을 축적시켜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곡선을 만들어주고,뼈의 성장과 유지 등에도 큰 역할을 하는 마법의 물질이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과 유방에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수정된 난자가 자궁내막에 자리를 잘잡고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시키도록 하며 유방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초경후 첫 2~3년은 불안정 초경이 시작됐다고 곧 임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초경 후 첫 2~3년 동안은 무배란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가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월경이 불규칙하고, 혹은 월경량이 과다하거나 과소해 초경환자가 산부인과를 찾는 일도 많지만, 대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안정된 상태가 된다”고말했다. 보통 생리 주기는 21~25일. 평균 생리주기는 28일이나 실제 여성의 15%만이 전형적인 28일 주기를 가지고 있다.
월경은 유익하다 의학적으로도 월경은 매우 유익한 현상이다. 생리기간 중 여성의 몸 밖으로 배출하는 30㎖의 월경혈은 증식돼 탈락한 자궁내막 등 우리 몸 안의 노폐물을 정기적으로밖으로 내다버리는 역할을 한다. 체내 찌꺼기를 정규적으로 배출해 우리 몸 속 피의 흐름을 좋게 만들어 피부를 곱고 예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상철 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요인도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건강의 바로미터 활발하게 움직이던 난소가 늙어 기능이 저하되면 난소의 배란 능력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폐경이 찾아오는 나이는 평균 50세이다. 25%의 여성은 45세이전에, 50%는 50세 전후에, 25%는 50세 이후 월경이 사라진다. 35세에 조기폐경이 찾아올 수도 있다. 폐경의 징후는 생리주기가 짧아지고 월경 과다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검은 갈색의 출혈이나 생리주기가 21일보다 짧은 경우에는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자궁내막 검진 및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에 혹이나 폴립이 있을 때도 월경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낭성 난소 증후군등으로 무배란성 이상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월경일기를 쓰자 이처럼 월경은 여성건강의 신호등이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반드시 초경 시작 나이와 월경 주기 등을 물어 환자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모든 산부인과 질환, 특히 불임증 여성에게 월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초경나이, 월경 시작일, 월경주기, 월경량, 통증등 월경에 대한 것은 일기 쓰듯 기록해 놓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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