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간 전문의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간염 천국’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450만명으로 전국민의 8%를 차지한다.
특히 30~60세 중ㆍ장년층의 사망원인 질병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간경변과 간암 등 치명적인 질환도 80% 이상이 만성간염이 원인이다.
그런 점에서 전문의들은 "모든 간질환은 만성 간염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간질환 치료의 핵심은 간염의 예방"이라고 강조한다.
간염의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ㆍ알코올ㆍ약물 등 다양하지만 국내의 경우 절반이상이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간의 정체 간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장기’다. 어떠한 이유로 70~80%가 파괴되었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무게는 1.3~1.5㎏. 70%를 잘라내도 4~5개월이 지나면 정상크기로 재생되는 유일한 장기다.
모양은 마름모꼴로 크게 우엽과 좌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래쪽으로 움푹 패인 ‘문맥’이 있다.
이 곳을 통해 간동맥 문정맥 담관 임파관이 간 속으로 연결된다. 간동맥은 복부 대동맥, 간정맥은 심장과 연결되며 문정맥은 위와 소장 대장 비장과 이어진다.
기능은 500가지가 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독작용과 대사작용이다. 독성물질이 흡수되면 간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독한다.
또 1,000종에 이르는 다양한 효소를 생산해 몸 전체의 대사를 관장한다.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적절히 생산,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한다.
담즙 배출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간은 죽은 적혈구를 이용해 담즙을 생성한 뒤 담낭에 저장시켰다가 십이지장을 거쳐 배출한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황달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B형간염의 진단 대부분 혈액검사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때로 만성간염 인데도 검사결과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초음파검사 등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피를 뽑지 않고 타액으로 간염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외과 이승우 교수팀이 개발한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은 침으로 바이러스 DNA를 검출한다.
올 5월 공식발표 된 이 진단법은 지금까지 피를 뽑는데 따른 혐오감과 거부감으로 환자불편을 초래했던 혈청검사와는 달리 신체에 아무런 손상을 가하지 않고 안전하고 간편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근거 없는 비방(秘方) 조심을=오랜 기간 만성질환에 시달려 온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방’에 귀를 쫑긋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비방이란 없다. 대부분 근거 없고 상당수가 간에 좋다는 약제나 음식을 과신해 먹다가 오히려 치명적인 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녹즙 굼벵이 흑염소가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녹즙 등이 간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강조한다.
평소만큼 먹으면 문제가 없지만 한꺼번에 필요이상 먹으면 오히려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소나 녹즙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간은 잔류농약 등을 해독시키기 위해 무리를 해야 한다. 흑염소나 개소주에 들어간 약재들도 간에서 대사과정을 거쳐야 효과를 나타내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이상의 피로를 누적 시킬 수 있다.
간염환자와 식사를 같이 하면 옮는다는 말도 비교적 널리 퍼진 속설이다. 환자의 침속에 있는 간염 바이러스가 음식물에 옮겨졌다가 다른 사람의 입안이나 소화기에 생긴 상처를 통해 옮겨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간염 환자들의 침속에 포함된 바이러스의 양은 피나 정액속에 포함된 양에 비해 워낙 미미해 음식을 통해 간염이 전염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칫솔을 같이 쓰는 것은 양치질 도중 피가 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바람직한 생활수칙 모든 약물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해야 한다. 특히 생약이나 한약성분은 더욱 그렇다.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농축액 형태로 복용하는 것도 간에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무조건 휴식을 취하기 보다 일상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저지방 고단백 식사를 고집하지말고 무엇이든 골고루 섭취한다.
환자라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진행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간에 좋은 것을 찾아 다니기 보다 간에 해로운 것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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