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민속놀이 한마당 -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LA는 참 좋다.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화분에 심겨진 알록달록한 색깔의 꽃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어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야만 볼 수 있던 전세계의 축제와 구경거리를 그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한 곳에서 마음껏 향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바리아인들의 축제인 옥토버 페스티벌 (Oktoberfest)이 처음 시작된 것은 1812년, 독일의 뮌헨에서였다. 훗날, 바바리아 왕국의 왕이 된 루드비그 왕자와 테레사 공주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던 옥토버 페스티벌은 독일 전역에 나치의 붉은 깃발이 물결치고 거리에는 바그너의 음악이 오가며,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나면서도 아직까지 면면히 이어져내려 오고 있다. 이제 옥토버 페스티벌은 명실공히 전세계가 함께 축하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것도 본래 축제의 이름이 붙여진 10월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은지 일찌감치 9월부터 들썩거린다.
토랜스에 자리한 알파인 빌리지는 LA에 옮겨다 놓은 작은 독일. 독일계 이민자들에게야 더없이 정겨운 고향 같은 곳이겠지만 우리들에게도 이곳은 여행지였기에 더욱 그리운 유럽에 대한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옥토버 페스티벌이 개막된 지난 주말, 축제 현장으로 다시 태어난 비어 가든 (Beer Garden)의 넓은 페리오에는 어디서 불러모아놨는지 파란 눈에 금발 머리, 바바리아인들의 후예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예외 없이 맥주 잔이 들려져 있는 손, 그들의 인생은 맥주 빛깔을 닮아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것 같다.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은 잔에 넘치게 따른 맥주를 마시며 젖소 짜기, 프리츨 먹기, 요들송 부르기 등의 다양한 행사를 즐긴다.
우리네 고향 시골 마을, 단오 잔치의 씨름판에서는 힘 잘 쓰는 돌쇠가 칠복이를 번쩍 들어올려 누런 황소 한 마리를 상으로 받았었지. 독일 사람들의 축제에도 무식할 만큼의 힘 겨루기 대회가 있다. 커다란 맥주 잔인 스타인 (Stein)을 누가 더 오래 들고 있나 하는 콘테스트. 축제 현장의 무대에 올라선 참가자들은 굵은 팔뚝을 드러내 놓고 뚝심을 자랑하고 있었다.
2-3분만에 잔이 무거워 팔이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후보들이 다 떨궈져 나가고 나니 5분, 10분이 지나도 꿈쩍 않는 프로들만 남는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소리, 추임새에 힘입어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기는 하지만 1,2분도 아니고 잔을 어깨 높이로 들고 있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무쇠로 만든 마징가 제트의 팔뚝을 가진 마지막 승자를 겨루는 대회, 온 동네 팔씨름에서 대적할만한 상대가 없을 만큼 힘께나 쓰는 당신이라면 한번 도전해 봐도 좋을 듯.
알프스의 목동들처럼 멜빵 맨 반바지에 모자를 눌러쓴 이들, 그리고 하이디처럼 양 갈래 땋은 머리에 수건을 얹고 초록 색, 빨강 색 드레스 위, 하얀 앞치마를 덧입은 움파파 밴드는 나팔 소리 빵빵 울려가며 신나는 독일 민요를 연주한다. 김홍철이 불러 우리 귀에도 익숙한 요들 송과 왈츠 등 걸스카웃 시절에 불렀던 노래들을 오랜만에 들으며 그들 틈에 섞여 함께 어깨를 감싸안고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름다운 노래, 정든 그 노래가..." 등, 귀에 익은 멜로디들이 계속 흘러나오니 이게 남의 나라 축제 같지 않다.
독일 사람들은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머리를 지녀 무뚝뚝할 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부어라, 마셔라 노는 모습이 풍류라면 따를 게 없는 우리 나라 사람들 뺨칠 정도다.
바그너 연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의 주인공인 보탄의 딸 발퀴레 브룬힐데와 지그프리트처럼 양쪽에 뿔이 달린 금색 투구를 쓰고 축제에 참가한 이들은 남의 잔치 구경 나온 우리들의 문화적 갈증에 물을 준다. 맥주 잔 모양의 모자를 높이 써 유난히 눈에 뜨이는 바바리아 인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어깨춤을 추고 있는 한인 청년 하나를 발견해 다가가 봤다.
스탠포드에 다니고 있는 박우진 (23세)군은 지난해 독일 뮌헨을 여행하던 중 처음으로 옥토버 페스티벌에 참여했다고. 배낭 하나 달랑 메고도 전 세계가 모두 내 것인 양 자신감이 넘치는 젊은 날, 현지에서 경험한 옥토버 페스티벌은 그에게 얼마나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친구들과 함께 알파인 빌리지의 옥토버 페스티벌을 찾은 그에게 바바리아 인들의 후예는 허물없이 어깨를 껴안고 잔을 부딪히며 기쁜 우리 젊은 날의 감동을 되살리게 해주었다.
축제의 열기가 무르익어 그 유명한 치킨 댄스를 함께 추는 시간. 가수 전 영이 염소 우는 목소리로 불렀던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 하는 노래를 움파파 밴드의 연주로 듣고서야 그 노래가 본래 독일 가요였음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던 동작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진다. 얼굴이 유난히 하얀 그들이 맥주의 취기가 확 오르는지 홍조를 띠며 한판 춤사위를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까 덤덤하던 삶이 덩달아 장미 빛으로 채색된다.
토랜스서 10월 28일까지알파인 빌리지 (Alpine Village)의 옥토버 페스티벌은 지난 9월 6일부터 시작돼 10월 28일까지 계속된다. 금요일은 오후 6시 30분 - 새벽 1시, 토요일은 6시 -새벽 1시까지 (21세 이상만 입장 가능, 5달러), 일요일은 정오 - 저녁 8시까지 온 가족을 위한 행사로 꾸며진다 (4달러).
LA Times나 인터넷을 통해 쿠폰을 다운로드 받으면 무료 또는 반값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는 길은 1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가 Torrace Bl. 출구에서 내려 좌회전해 곧바로 알파인 빌리지 주차장이 나오면 우회전한다.
833 W. Torrance Bl. Torrance, CA 90502. 문의 전화 (310) 327-4384. 웹사이트, www.alpinevillag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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