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없는 비행기 테러로 충격과 불안 속에 하루를 보냈던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 경제도 여행·관광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운타운 자바와 보석상가등도 만 하루 뒤인 12일부터는 다시 정상영업에 복귀했다. 그런 가운데 전화번호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 ‘천사’는 테러사태와 관련, 긴급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는 등 테러사태의 여진은 한인업계에도 계속되고 있다.
■천사, 전화서비스 실시
한인 비즈니스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업체인 천사서비스(800-411-1004)는 뉴욕, 워싱턴 DC 테러사태와 관련, 한인을 위한 긴급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천사측은 뉴욕지역이 전화폭주로 불통 사례가 잦은 점을 감안, 800-411-1004 번호를 통해 아메리칸, 유나이티 항공등 사고기 탑승자 확인 핫라인, 뉴욕 총영사관 상황실, 워싱턴DC 주미대사관 상황실, 적십자사 전화번호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뉴욕, 뉴저지 지역 일부 전화와 셀폰이 불통, 가족과 친지간 연락이 안 되는 한인을 위해 전화메시지 전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격 큰 여행·관광업계테러사태는 한인 여행·관광업계에 특히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기 운항이 일체 금지됨에 따라 한국 관광객의 미 입국과 여행문의가 뚝 끊겼을 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의 관광예약도 줄줄이 취소됐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11-12일 모든 항공여행 예약은 당연히 취소됐고, 버스를 이용한 그랜드캐년, 라스베가스 관광 등도 발길이 끊어졌다. 아주관광 박평식 대표는 "테러사건이 일어난 후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테러와 관계없는 10월중 한국, 중국관광 등도 예약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국내 관광사들로부터 평소 하루에 수 십통씩 걸려오던 미국 여행문의가 테러사건 이후 완전히 끊기고 업체별로 10-20여개의 기존예약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당분간 한국 관광객 수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내 한 관광사 미주팀장은 "지난 91년 걸프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당시 미주 관광이 2개월간 중단됐었는데 악몽이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LA 지·상사도 직접영향 LA소재 한국 지상사들도 비행기 테러로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LA의 140여개 지상사중 뉴욕과 뉴저지에 본사나 지사를 두고 있는 지상사는 한때 연락불통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으며 공항폐쇄로 선적이 이루어지지 않아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경의 유용종 지사장은 "의류등 회사의 선적분이 도착하지 못하고 있어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아메리카의 차정호부장은 "11일 한때 연락불통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으며 맨하탄 지점은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상사지사협의회의 김대유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사태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한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들 것이 우려되며 장기적으로는 미경기의 쇠퇴로 한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운타운 영업 정상화11일 문을 닫거나 개점 휴업상태로 하루를 보냈던 LA 다운타운의 한인업소들은 12일 정상을 회복했다. 의류협회 한 관계자는 "자바의 한인 업소들은 정상 비즈니스로 복귀했다"고 전했으나 "고객 수나 주문이 평소 때에 못 미쳐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고 전했다. 금과 다이아몬드등 고가의 보석류를 취급하는 한인업소들도 일제히 문을 닫았던 전날과는 달리 이날 대부분 영업을 재개했으며 캘리포니아 마트도 문을 열어 입주 한인업소들도 정상운영으로 돌아갔다.
■무역·통관은 일부 정상화12일 남가주 일대의 무역업과 통관업무는 부분적으로 정상을 되찾고 있다. 전날 문을 닫았던 연방세관의 업무가 재개되면서 통관 수속이 다시 이루어지고 있으며 롱비치와 LA항만도 열려 해상에서 대기중이던 화물선들도 입하, 짐을 부리기 시작했다. 베스트 통관의 안경희 관세사는 "아침부터 업무가 재개되면서 통관업무도 다시 시작됐으나 세관업무가 정상을 되찾은 것은 아니어서 서류작업 위주로 부분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LA국제공항(LAX)은 이날도 폐쇄조치가 풀리지 않아 항공기를 이용한 화물의 이착륙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무역, 통관업무가 완전히 재개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걸리 전망이다.
■정상복귀한 샤핑몰들테러가 발생했던 당일 영업을 하지 않거나 일찍 문을 닫는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LA지역의 대형 샤핑몰들은 12일 일제히 정상 영업을 시작했다. LA국제공항(LAX)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전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던 팍스힐스 샤핑센터의 한 관계자는 "오늘부터 평상시와 다름없이 몰을 오픈했다"며 "앞으로도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정상 비즈니스 시간에 맞춰 영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시간을 앞당겨 일찍 문을 닫았던 글렌데일 갤러리아도 이날 정상적으로 영업에 들어갔으며 그밖의 대부분 사핑몰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을 재개했다.
■마켓은 다시 북적11일 사건 직후 몇 시간 동안 쥐 죽은 듯 한산했던 타운 내 마켓들은 유동 인구가 평소대로 원활해지면서 정상 영업을 되찾았다. 11일 물, 부탄가스, 깡통식품 등 일부 사재기 현상을 보고 한인들의 충격과 불안을 실감했다는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마켓의 정상훈 매니저는 "썰렁했던 매장이 하루만에 다시 안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LA 정상, 뉴욕은 제한영업 한인타운과 다운타운의 한인은행들은 평소에 비해 고객이 30% 정도 줄어든 반면 가디나, 토랜스, 밸리등 외곽지역의 고객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했다. 고객이 줄어든 이유는 일부 업주들이 문을 열지 않은데다가 일찍 귀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라은행의 뉴욕소재 지점들은 12일에도 제한된 영업을 했다. 맨하탄 지점은 관리직원을 제외한 국제부 직원과 텔러등만 나왔으며 플러싱, 잭슨하이츠 지점은 모두 출근했지만 오후 2시까지만 영업했다.
또한 은행마다 항공기운항 중지로 뉴욕에서 발송돼 LA에서 입금되는 체크에 대한 리턴이 늦어짐에 따라 즉석 크레딧(Immediate Credit)을 주기도 힘들어지는 등 업무에 고충을 겪고 있다. 채권을 사고 파는 인베스먼트 뱅킹도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인은행을 통해 에스크로를 매듭지으려했던 한 한인은 사건이 난 무역센터에 입주해있던 모간 스탠리에 입금된 돈을 인출할 수 없어 거래에 지장을 받고 있다.
11일 일찍 문을 닫았던 뱅크오브아메리카등 미 주요은행들은 12일 정상영업을 했다. 연방준비은행은 "항공편이 여의치않을 경우 트럭, 군용기등의 대체교통편을 이용해서라도 체크가 제 시간에 도착할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흥률·이해광·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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