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법적으로 성립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한 쪽에서 오퍼, 다시 말해서 뭔가를 하겠다는 제의를 다른 한 쪽에게 해야 하고 이 제의를 받은 쪽은 이 제의를 수락해야 한다. 이것을 영어로 ‘Offer’와 ‘Acceptance’라고 부른다. 오퍼란 상대방이 어떤 것을 약속하면 이쪽에서도 그 대가로 뭔가를 하거나, 또는 뭔가를 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한 쪽에서 오퍼가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오퍼를 받은 쪽이 그 오퍼를 수락하면 쌍방은 합의에 이르게 되고, 이 합의는 다른 계약 구성요건이 충족되면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이 된다. 관련법을 설명해 본다.
<문> 홈 오너인 A는 컨트랙터인 B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집의 지붕이 새는 것을 고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A는 지붕에 생긴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수리에 드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 지, 그리고 수리를 언제까지 완료할 수 있는 지를 물었다. B는 견적을 낸 후 A에게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로 이처럼 일차 협상을 마친 후 B는 견적서를 만들었고 다음과 같은 편지를 A에게 보냈다. ‘공사비는 견적서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500달러이고 공사는 9월30일까지 완료할 수 있습니다. 공사비는 공사가 끝날 때 지불하십시오.’ 이 편지를 받은 A는 즉시 ‘좋습니다. 사를 진행해 주십시오"라고 B에게 팩스로 답변했다. 계약이 성립되었는가.
<답> 컨트랙터인 B는 확실한 내용의 오퍼를 A에게 전달했고 이 오퍼를 받은 홈 오너인 A는 이 오퍼를 신속하게 받아들였다. 따라서 두 사람은 합의에 도달했고 이 합의는 법적으로 유효한 계약이라고 하겠다.
<문> 위의 예에서 B가 오퍼를 하기 전에 A와 B가 전화를 통해 벌인 협상도 계약이 되나.
<답> 그렇지 않다. 보통 한 쪽에서 오퍼를 넣기 전에 쌍방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항에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협상을 벌인다. 이 협상은 구두로도 이루어질 수 있고, 서로 편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위의 예에서 홈 오너인 A가 B에게 전화상으로 공사비용을 400달러에 해줄 것을 요구했고, B가 ‘아마도 그 비용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후에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의 오퍼가 없었다면 A와 B의 전화상의 협상은 계약으로서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A의 400달러 공사비 오퍼에 대한 B의 대답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쌍방이 합의를 이루기 전에 벌이는 협상은 일반적으로 계약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문> 위의 예에서 컨트랙터인 B의 오퍼가 편지로 A에게 배달되었는데 이 오퍼에 대한 수락을 A가 팩스로 한 것이 계약 성립에 문제가 되나.
<답> 그렇지 않다. B가 자신의 오퍼에서 오퍼 수락을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해달라고 못 박지 않았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A가 자신의 오퍼 수락을 B에게 보냈으면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 A는 편지로 받은 오퍼를 편지 우송보다 더 빠른 전달매체인 팩스를 사용해 오퍼 수락서를 B에게 보냈으므로 합리적인 전달방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오퍼가 편지로 우송되었다고 오퍼 수락도 같은 매체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오퍼를 넣은 쪽이 반드시 오퍼 수락을 등기우편으로 해줄 것을 오퍼에 요구했다면 오퍼 수락서를 반드시 등기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문> 만약 위의 예에서 컨트랙터 B가 오퍼를 A에게 보낸 지 2주가 지나도 A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2주 후에 오퍼 수락서를 보내왔다면 계약이 성립되는가.
<답> 오퍼에 언제까지 오퍼를 수락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으면 일단 보낸 오퍼는 ‘합리적인 기간’에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 이 말의 뜻은 오퍼가 오픈되어 있는 기간에 오퍼를 받은 쪽이 이 오퍼를 수락해 버리면 계약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기간’이란 어떤 계약이냐에 따라서 기간이 달라진다. 만약 금방 상할 수 있는 음식이나 식품을 사고 파는 계약이었다면 오퍼가 오픈되는 기간은 상당히 짧을 수가 있다. 그러나 오래 가도 변질되거나 시드는 상품이 아닌 경우에는 오퍼의 오픈 시간은 오래 갈 수 있다. 위에서 든 예에서 공사를 마치겠다고 오퍼한 시간이 9월30일이기 때문에 오퍼를 한 날부터 2주에 오퍼를 수락하는 것이 그 상황에서 너무 늦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서는 오퍼를 보낼 때 이 오퍼는 언제까지 수락되지 않으면 무효라고 오퍼에 정확하게 적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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