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승부사 길릭, 약팀을 순식간에 최강팀으로
올시즌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돌풍은 상당부분 매리너스의 제너럴 매니저(GM) 팻 길릭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제너럴 매니저로서의 길릭의 역량은 이미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길릭은 토론토에서 90년대 초반, 블루제이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어낸 숨은 공로자였다.
그후 길릭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구단을 옮겼으나, 매사를 직접 챙기는 피터 엔젤로 구단주와 잦은 의견충돌을 빚었다. 결국, 그는 오리올스팀을 끝으로 야구계에서 은퇴한 후 골프와 낚시로 소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은퇴한지 1년만에 2000년 시즌을 앞두고 이번에는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
길릭의 손길아래 들어간 매리너스는 즉시 회오리를 몰고 왔다.
올시즌 매리너스는 전반기 내내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며, 1912년 뉴욕 자이언츠 이후 가장 좋은 팀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기 67게임을 소화한 시점에서 매리너스가 거둔 성적 52승 15패는 일찍이, 1902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거둔 성적과 동률이다. 이는 특히, 매리너스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두 스타선수인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내준 후 거둔 성적이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에 대해, 뉴욕 양키스의 제너럴 매니저 브라이언 쿠시만은 말한다.
"길릭이 부린 묘기에 새삼 놀랄 필요가 없다. 그는 가는 곳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이기는 팀을 만드는데 그만한 건축가가 없다"
33세의 쿠시만은 메이저리그 최연소의 제너럴 매니저다.
근년들어 메이저리그의 제너럴 매니저 자리는 계속 젊은사람들로 대체되어 왔다.
현재 메이저리그 제너럴 매니저들의 절반 이상이 30대이다. 이에 비해 길릭은 64세로서 메어저리그 최고령 제너럴 매니저다.
길릭이 처음 매리너스로 갔을 때 팀 상황은 그리 밝지 못했다.
2000년부터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켄 그리피 주니어가 신시내티 레즈행을 원했고, 역시 자유계약선수가 된 최고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이적을 추진 중이었다.
길릭은 두 명의 초특급 스타가 떠난 공백 위에 팀을 재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신시내티 레즈로 간 켄 그리피 대신에 데려 온 마이크 카메론이 기대이상의 몫을 해 주었다.
길릭은 또, 매리너스의 신설구장인 세이프코 필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팀 컬러를 쇄신해 나갔다.
길릭은 세이프코 필드가 예전의 킹돔보다 구장면적이 더 넓은 점을 중시, 팀의 투수력 및 수비력 강화에 주력했다. 그가 투수력 보강을 위해 첫번째 영입한 선수가 아론 셀레였다. 셀레는 이번 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매리너스의 선발진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또, 불펜진 강화를 위해 아더 로즈와 일본계 좌완투수 가즈히로 사사키를 영입했다. 특히, 사사키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진입하자마자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로 맹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길릭은 또, 뉴욕 메츠에서 존 올러루드를 영입하는 한편, 2루수 마크 멕러모어와 외야수 백업요원 스탠 하비에르를 끌어들었다.
길릭은 선수 한 명을 영입할 때마다 에이전트의 손에 모든 일을 일임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선수들과 접촉했다.
"한 번에 수백, 수천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는 비즈니스에서 모든 일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길릭은 말한다.
이리하여, 길릭이 매리너스팀을 재편성한 첫 해인 2000년 시즌 매리너스는 91승을 거두었다. 이는 켄 그리피 주니어가 있었던 99년도 시즌보다 12승이나 더 많은 것이다. 또한, 매리너스가 디비전 우승은 놓쳤으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승리하여 결국 리그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올시즌 40%의 게임을 소화한 시점에서 매리너스는 2위팀과의 승차를 무려 19게임으로 벌여놓았다.
매리너스의 현 승률 .776을 시즌 전체로 환산할 경우, 매리너스는 이번시즌 126승 36패를 거둘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지난 1998년 시즌 뉴욕 양키스는 114승, 그리고 1906년 시카고 컵스는 116승을 거두었다.
매리너스는 올시즌 리그 최소에러, 두 번째로 낮은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매리너스의 경이로운 기록행진은 선두타자 이치로 스즈키 및 브렛 분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일본계 선수 스즈키는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및 최다도루 뿐 아니라, 우익수로서도 환상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순식간에 수퍼스타로 발돋음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즈키는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즈가 떠난 후 정신적 진공상태에 있던 시애틀 야구계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어 놓은데 성공했다. 매리너스는 연봉 1,312만달러, 3년 계약으로 스즈키를 데려왔는데, 당시 경합을 벌였던 LA 다저스는 연봉 8백만달러를 제시했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즈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브렛 분을 영입할 때만 해도 매리너스구단은 별로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그때까지 브렛 분은 성격이 거만하여 다른 선수들과 친화하지 못한 선수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분은 매리너스에 온 이후, 동료들과 잘 화합하며 타점부분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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