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등 서부주들이 기업형 농장으로 추격
푸른 풀밭에 서 있는 빨간 외양간. 그 속에서 아내 루비, 아들 글렌과 함께 70마리쯤 되는 소젖을 짜고 있는 유진 케글러(61)는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건축비가 너무 비싸요. 소젖을 짜느라 50만달러나 들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2대째 낙농 일을 하고 있는 농부인 케글러는 완만하게 굴곡진 초원과 홀스타인 젖소들로 널리 알려진 이곳 위스콘신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유 값은 제자리걸음이고 낙농 산업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뉴멕시코 등 대규모 영농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서부지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50마리 안팎의 소를 키우는 낙농 농가들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서부에서 시작된 2천-3천 마리 규모의 낙농업체들이 이를 대체해가고 있는 것이다.
낙농농부가 1만8000여명에 이르는 위스콘신은 소규모 농장들을 보존하느냐 아니면 보다 효율적인 공장식 생산 방식을 도입하느냐 하는 문제로 주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년전 위스콘신을 제치고 미국 최대의 낙농 주로 등극한 캘리포니아가 이제는 치즈 생산 1위를 놓고 위스콘신과 겨루고 있는 상태다. 캘리포니아는 프리미엄 와인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는 브랜드 방식을 치즈에 도입하는 한편, 치즈 공장들을 급성장중인 우유 산지 인근으로 유도하려는 작전을 펴고 있다. 이는 180억 달러에 이르는 위스콘신 낙농업을 초토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최대 낙농업체의 하나인 ‘랜드 오 레이크스’로 하여금 위스콘신에 세우려던 2억달러짜리 치즈공장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캘리포니아를 선택하게 했다. 위스콘신 치즈 생산업자 협회의 전무이사인 존 엄호퍼는 현 상태를 위기라고 본다. 10년간 우유 생산량이 답보상태이나 치즈 산업을 위해선 더 많은 우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부들이 손을 떼니 우유 생산량이 줄고, 생산량이 줄면 우유 값이 오르니 치즈 업체들이 외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식품 분석가인 토드 듀빅은 이를 농업의 산업화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중서부 지역의 주법들은 기업형 영농에 불리합니다. 가족형 농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젠 낙농업 자체를 잃게 될 판입니다."
위스콘신이 말 그대로 ‘미국의 낙농지역’이던 시절, 40~50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소규모 농가들은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가격 정책아래 흡족한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 캘리포니아가 대규모 영농을 통해 생산비를 낮추면서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 새로운 영농 방식으로 소 한 마리당 우유 생산량이 훨씬 증가한 것이다. 오늘날, 위스콘신의 소가 연간 1만7000파운드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비해, 캘리포니아에선 2만1000파운드나 된다. 2000여 곳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의 이른바 ‘메가 농장’들은 평균 650마리의 소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위스콘신의 소형농장들은 평균 80마리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의 성공을 보고 애리조나, 아이다호, 뉴멕시코 등 다른 서부 주들도 1990년대에 대형 농장들을 세웠다. 기후가 캘리포니아와 비슷하고 에너지나 땅값은 오히려 싸며, 환경 문제로 인한 장애도 덜하다는 것이 이들 주의 설명이다. 선두주자로 떠오른 아이다호는 불과 10년만에 우유 생산 12위에서 6위로 급성장했다.
치즈 공장들도 들어왔다. "그 지역 낙농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으며, 1000만 내지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미네소타주 아덴 힐에 자리한 랜드 오레이크의 부사장 잭 프린스의 말이다.
위스콘신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이 지역 낙농 지도자들은 주장한다. 땅값이 싸고, 에너지 비용이 낮은데다 풍부한 물과 저렴한 곡물을 갖추고 있으며 동부 시장에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같지는 않지만 400~800마리 정도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위스콘신 대학의 낙농 마케팅 및 정책 교수인 로버트 크랍은 말한다.
그러나 정치가, 환경운동가, 지역사회 지도자 등은 경관을 해친다든지 전통적인 가족형 농가를 위협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형 농장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 게다가 1000마리 이상의 소를 사육하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는 법 조항도 있다.
매디슨에서 발행되는 ‘치즈 리포터’지 발행인 딕 그로브즈는 2005년이면 캘리포니아가 위스콘신을 제치고 미국 최고의 치즈 생산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위스콘신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연간 2500만 파운드의 치즈를 생산하는 주가 병존하겠지요."
전문가들은 위스콘신이 대형업체들에 너그러워지고 식품업계의 광범위한 합병 추세를 따라간다면 여전히 ‘낙농 명가’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는 대형화 추세가 얼마나 빠른 추세로 이루어지냐인데 이는 인디애나나 미시간, 미네소타 모두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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