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세 이상 89% "계속 거주할 것"... LA, 뉴욕등 노인시설 예산늘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자신이 그동안 살던 집만큼 편하고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집계된 한 통계에 따르면 55세 이상된 사람들의 89%가 은퇴한 이후에도 자신의 집에서 그대로 살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수치는 1992년 통계에서 나타났던 84%에 비해 5%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LA나 뉴욕을 비롯한 각급 지방정부도 은퇴자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책적 배려를 확대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의 관심이 리틀야구에서 소셜시큐리티로 옮겨지면서 전국적으로 아동편의시설에 집중되던 각급 정부의 관심도 세칭 ‘노크’(NORC)로 확대되고 있다.
’노크’(NORC)란 마이클 헌트 교수(위스콘신-메디슨 대학)가 1980년대에 만들어냈던 말로 ‘자연발생적인 은퇴자 커뮤니티’(Naturally Occuring Retirement Communities)라는 의미. 헌트 교수는 메디슨 지역의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입주자들의 나이를 조사하고 나서 입주자들의 평균 나이가 60세 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이 같은 지역을 ‘노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노크’가 발생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한 후 별개의 거주지로 이사를 가는 것 보다 그때까지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기 때문이다. 은퇴를 한 다음에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나 다른 특정한 기호를 맞춰주는 곳에서 살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람들도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그 때까지 살았던 정든 집에서 그대로 살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인 데슬이란 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눈 속에서 살았던 해롤드 노너 부부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인구가 1,200명에 불과한 이곳의 토박이인 이들 부부는 은퇴를 하자 "눈이 지겹다. 태양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면서 트레일러를 사 텍사스주 미션을 향해 떠났으나 이제는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는 이곳이야말로 내가 뼈를 묻을 곳"이라며 다시 데슬로 돌아와 살고 있다.
’노크’와 관련,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노인들도 다른 연령층과 마찬가지로 같은 연배가 함께 살기 바란다는 사실이다. 이는 은퇴자의 4명 가운데 1명은 주민의 50% 이상이 60세 이상인 지역에 산다는 통계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인생의 황금기에 있는 젊은 사람들이 6%만이 ‘레저 월드’(Leisure World) 같은 곳에 산다는 사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은퇴자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이 ‘늙은이들만 몰려 사는 곳’이라고 ‘낙인’이 찍히는 것은 꺼린다는 점이다.
헌트 교수는 이 같은 ‘노크’가 전국적으로 어디서나 널려있지만 캘리포니아나 조지아처럼 ‘베이미 부머’들의 은퇴지로 인기가 높은 주에 특히 많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처럼 은퇴자들이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손으로 꼽는 지역들은 노인들의 안락한 은퇴생활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LA가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건널목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 간격을 길게 해서 노인들이 마음놓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다거나 애틀랜틱시티가 카지노에서 들어오는 세금의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도록 지원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뉴욕이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집에 간호사들이 출장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한다거나 주전역에 걸쳐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정 관리법에 대한 강좌를 개설한다거나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주의 경우 이처럼 ‘노크’를 지원해주기 위해 시행중인 프로그램이 약 30개에 달한다. 자신의 이웃 주민의 70%가 옛날에 살던 집에서 은퇴를 한 후에도 그대로 산다는 사실을 주목한 은퇴한 소셜워커 냇 얄로위츠는 현재 뉴욕에서 시행되고 있는 ‘노크’ 지원 프로그램의 씨앗을 뿌렸던 장본인으로 그는 최근 연방정부로부터 100만달러의 지원금을 받아내 ‘노크’ 지원 프로그램을 주전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노크’ 지원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데 있어서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베이비 부머’들이 살고 있는 도시 교외지역보다는 인구가 비교적 밀집돼 있는 곳에서 시행하기가 훨씬 더 쉽다는 점이다.
미네아폴리스-세인트 폴 지역에서 시행되는 ‘노크’ 지원 프로그램의 한 가지를 보자.
지금은 은퇴한 첼리스트인 제인 앤더슨(88)이 살고 있는 집은 그녀가 49년전에 샀던 곳이다. 1997년 앤더슨은 자신의 시력이 점차적으로 나빠져 글을 읽기가 어려워지자 동네 철물상에게 부탁해 자신에 배달되는 편지나 각종 고지서를 읽어달라고 했다. 앤더슨의 부탁을 받은 이 철물상은 이웃간의 간호사 서비스 프로그램인 ‘사우스이스트 시니어스’(Southeast Seniors)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정을 알렸고 이 한 통의 전화 덕택에 ‘사우스이스트-’는 매달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자나 간호사들이 은퇴자들을 집으로 찾아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앤더슨은 이 덕택에 이제는 편지나 고지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하는 고민하지 않는다.
한편 다음 다섯 개 주에서 65세를 넘는 인구가 얼마나 많아졌는지를 보면 은퇴자들의 생활문제가 미국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문제인가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1990-98년 동안 네바다주 나이의 경우는 65세를 넘는 인구가 185.6% 증가했으며, 플로리다 플래글러는 97.8%, 조지아 컬럼비아는 92.0%, 콜로라도 더글러스는 89.1%, 텍사스 포트 벤드는 87.8%가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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