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강자구(스토니브룩 한국학회 고문)
요즈음 신문이나 한국방송을 들으면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자기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훤히 보인다.
북한의 상선(북한과는 휴전상태다. 북한군은 주적이다)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제주해협을 5천톤급 북한상선이 항해 허가도 받지 않고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해군이 정지신호를 해도 위대하신 김정일 수령께서 ‘열어놓은 항로’인데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으냐? 오히려 대한민국 해군이 제발 좀 영해 밖으로 나가달라고 사정하는 형편이다.
이러니 해군인들 국방의무에 충실하려고 해도 신이 날 리 없고, 왜 우리가 이렇게 해야 되느냐,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의 의무는 무엇하는 것인가? 의문에 빠지게 될 수 밖에 없다. 즉, 정체성 문제의 혼동이 왔다.
명령을 받아서 일선에서 일하는 군인 뿐만 아니라 참모총장도 청와대 눈치 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니 군인이면 싸워야 할 때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으니 군기가 해이해질 수 밖에 없다. 골프도 이런 맥락에서 쳤을 것이다. 즉, 정체성의 혼란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온 친구가 들려준 말이다. 동기생들이 모여 회식을 끝내고 노래방에 갔는데 서로 노래를 부르겠다고 야단들인데 갑자기 여자 2명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 친구가 이 노래방에도 여자들이 들어오느냐고 물으니 그 옆에 있던 한국에 사는 친구가 요즈음 여자 없는 곳이 어디 있느냐?
저 여자분들이 유부녀 - 말로는 자식들 과외비라도 벌기위해 나왔다고 하지만 이런곳에 유부녀가 나오니 뻔-하지 않느냐, 하더란다. 유부녀는 그의 남편의 부인이요, 그리고 자식의 어머니다. 이것이 이 여자들의 ‘정체성’이다. 이것이 혼돈돼 있어 자기 일을 하면서 나는 무엇인가? 왜 나는 집에서 아이를 낳고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과외공부 하는데 돈에 짓눌리면서 살아가는가?
나라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국민 여러분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언필칭 국민을 하늘처럼 위하는 것처럼 말해 놓고도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가 이렇게 못사는데 북한에 퍼주고 비료도 갖다주고 옥수수도 다수확 품종을 개량종으로 만들어 심어주고 해도 북한으로부터 얻어 터지기만 했지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듣는데... 그런데도 왜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학수고대 하는지. 국정을 국민을 위하는데 쓰지 않고 국민이면 이 나라 주인이다. 그런데 정말 주인인지... 혼동이 온다.
정치를 봐도 신물이 난다. 논어에 “정치는 正이다” 바른 것이 정치이다. ‘권모술수’는 정치의 적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들이 옛날에 대접받던대로 남에게 그대로 되돌려 준다. 가령 햇볕정책을 한 것이 아주 현명한 일이라고 세계가 칭찬하고 그 길밖에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을 풀 길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투명해야 한다. 북한의 상선이 북방한계선이나 제주해협을 통과하면서 “위대하신 김정일 동지가 열어놓은 항로인데...” 이 한마디의 북한상선의 반응은 한국인들을 의아하게 만들어 놓았다. 혹시 대통령과 정책 보좌관들이 북한과 합의한 것을 국민에게 전부 다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진정 이 나라 주인은 국민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내 나라를 내가 지키고 후손들에게 욕먹지 않는 선조가 되려면 모든 것을 알고 지켜야 한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면(정체성) 주인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고 지배층은 주인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만일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면 왜 주인이 아닌지? 이것 또한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성의 혼란이 와서 모든 것의 가치관에 치명적 타격을 준다.
한 말로 한국사회에서 “正’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지식은 비뚤어진 사회상에 아부하던지 아니면 타국으로 이민가던지(도피), 아니면 소수의 지식인은 不義와 不正義에 맞싸울 것(정면도전)이다. 正이던 非이던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내가 누군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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