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2돌 대하시리즈 5 - 하와이편
▶ 15달러 월급모아 독립자금 300만달러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된 한민족 미주이민 100년의 대장정은 1902년 12월22일 제물포에서 시작됐다. 월요일이었던 그날, 56명의 남성과 21명의 아낙, 13명의 어린이와 12명의 젖먹이 등으로 구성된 일행 102명은 일본 여객선 겐카마루에 몸을 싣고 눈물을 훔쳐가며 나카사키로 떠났다. 이들은 3년간의 단기 노동계약에 따라 하와이의 사탕수수농원으로 떠나는 노동이민자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나카사키에서 해를 넘긴 일행은 1월2일 미국국적의 증기선 갤릭호에 승선, 10일 간의 항해 끝에 1903년 1월 13일 수요일 새벽 3시30분 호놀룰루항에 무사히 입항했고 간단한 검역과 통관절차를 거친 뒤 협궤열차에 실려 오아후섬 북쪽 해안에 위치한 와이아루아 플랜테이션의 모쿠레이아 캠프로 옮겨졌다. 미주 한인이민사의 첫 장은 이렇듯 초라하게 막을 열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100년 후의 결과는 풍성했다.
102명의 ‘밀알’은 피와 땀과 눈물 속에 싹을 틔웠고, 서기 2000년 현재 미주 지역의 한인 인구는 100곱절의 100배가 늘어난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민족 미주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하와이의 한인 인구만도 2만3,000여 명을 헤아리게 됐으니 적어도 규모 면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갤릭호가 한인 이민자들의 무리를 호놀룰루항에 부려 놓은 1903년 1월 이후 1905년에 7월에 이르는 기간동안 태평양의 험난한 뱃길을 오간 132편의 이민선들은 총 7,843명의 한인 노동 이민자들을 주섬인 오아후와 이웃섬인 빅아일랜드, 마우이 카우아이 등지에 풀어놓았다.
1차 이민물결의 주역인 이들 7,000명은 흔히 ‘이민 선조’ 혹은 초기 이민자로 불린다. 초기 이민자들은 월 15달러의 임금에 주당 6일, 하루 10시간 씩 사탕수수 농장에서 3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계약조건에 묶여 있었다.
이처럼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까지 일손을 수입해야 할 정도로 광대하게 퍼져 있던 하와이의 사탕수수농원은 설탕산업의 사양화와 부동산붐에 밀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현재 하와이에서 가동되고 있는 사탕수수공장은 C&S 설탕을 생산하는 마우이의 하와이언 커머셜 앤드 슈거 단 한 곳뿐이다.
하와이에 두 번째로 밀어닥친 2차 한인 이민물결의 주축은 ‘사진신부’들이었다. 1910년부터 1924년까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진속의 예비신랑, 혹은 가족을 뒤에 남겨둔채 고국을 등졌던 지아비와의 재결합을 위해 태평양을 건넌 ‘사진신부’의 수는 951명에 달했다.
7,000여명 가운데 6,000명이 남성인 이민 선조들이 미주 한인이민사에 등장하는 ‘아담의 무리’였다면 사진신부들은 이들의 짝이 되어줄 ‘이브의 집단’이었다.
하와이에는 이민 선조와 사진신부의 결합으로 탄생한 ‘시조 가정’이 4~5대째 명맥을 잇고 있다. 하와이 한인사회의 최고령자인 101세의 유분조 할머니와 초기 이민자인 유도번 할아버지가 일군 유씨 일가의 경우 4대째 선손이 20대에 접어들었고, 문대양 주대법원장의 할아버지 문정헌씨가 사진신부를 아내로 맞아들여 탄생시킨 문씨 가문은 5대까지 뿌리가 뻗어나갔다.
사진신부들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됐다. 나이를 속이고 결혼한 ‘중늙은이 신랑’들이 고된 노동을 이겨내지 못한 채 속절없이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뒤에 남겨진 청상들중 다수가 현지인들과 재혼을 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리 도나휴 경찰국장의 어머니 이필덕 여사다.
초기 이민자들은 사업으로 성공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가난 속에 삶을 마쳤으나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이 남달랐고, 이것이 후대의 ‘화려한 개화’를 가져오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이에 관해 이민 2세인 문대양 주대법원장의 모친 매리 문(82) 여사는 "어머니가 매일 반복하는 말씀은 공부 잘하라는 것"이었다며 "나중에는 어머니도 겸연쩍었는지 ‘알지?’하고 묻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회고했다.
초기이민 1세와 2세의 애국심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자그만치 300만 달러를 독립자금으로 내놓았다. 당시 이들의 일당이 69센트에서 1달러 선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액수다. 하와이에서 더듬어본 이민의 뿌리는 튼튼하고도 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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