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을 오래 한 한 한인은 공연한 일로 주눅든 생활을 해 왔다. 어릴 때 미국에 온 자녀들이 자라나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줄줄이 타민족인 백인들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이민1세 한인들은 대부분 타민족 결혼을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어 이 한인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자녀들의 결혼 이야기만 나올 때면 거북스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2세들의 타민족 결혼이 늘어나면서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타민족 결혼이 어떤 때는 좋은 점도 있었다. 우선 부부 중 한 사람이 토박이 미국인이니 영어가 잘 통해서 좋았고 백인주민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받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가 백인 모습을 하고 있으니 다음 세대부터는 완전한 미국인이 될 수 있다는 안도감마저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살이에는 길흉이 반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고 새옹지마란 말도 있다. 처음에는 나쁜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좋은 것으로 반대 결과가 나타나는 수가 많다. 그러나 결과가 그렇게 달리 나타난다기 보다는 모든 일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좋다, 나쁘다로 평가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가진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또 장점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인생살이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 중에는 사업이 대단히 중요하다.
사업에 성공하여 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업에 실패하여 좌절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인생이 모두 망가지거나 자살로 끝맺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업의 실패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업 실패에서 얻은 쓰라린 경험으로 나중에 더 큰 사업을 성공시킬 수도 있다. “젊을 때 고생은 돈주고도 못 산다”는 말처럼 고생을 귀중히 여기는 것은 그 고생의 이면에 성공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이민생활에서 이혼등 가정파탄을 겪을 때도 그 좌절감과 절망감은 사업실패에 못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가정불화라는 악몽의 긴 터널이 끝나서 자유로운 새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실의와 자학에 빠질 수도 있지만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미국생활을 하고 있는 이민1세들 중에는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청춘이 다 가버렸지만 돈을 벌어 놓은 것도 아니고 이름을 날린 것도 아니고 권세를 부려보지도 못했으니 도대체 무얼 하고 살았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또 그 성공을 빌미로 교만해져서 남을 업신여기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좋은 삶이 아니겠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인 디오게네스는 재산이라곤 잠자리로 쓰는 빈 술통 하나밖에 없는 요즘 말로 홈리스 인생을 살았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 명성을 듣고 찾았을 때 그는 술통 위에 앉아 이를 잡고 있었는데 대왕이 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왕이시여, 햇볕을 가리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성취하고 가진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넓은 세상을 보며 사는 행복이 디오게네스의 햇볕에 비하랴.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고 한다. 한 생각을 어둡게 가지면 끝없는 구렁으로 떨어지며 범죄나 자살 등 비극은 한 순간 마음이 잘못되어 생긴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곧 수행인 것이다.
그렇다. 마음 한 번 확 바꿔 먹으면 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나의 사정이 어떻다는 것이 결코 큰 문제가 아니다. 화창한 봄 날씨와 같은 긍정적 사고로 사는 즐거운 삶이 최상의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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