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 가장 뜨거운 여름철. 뉴욕의 날씨는 90도를 맴돌고 냉방장치가 잘된 사무실에서도 냉커피를 계속 마시게 되며, 팥 빙수 등 빙과류 등을 찾아 나서게 되는 계절.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맛으로는 수박과 참외가 으뜸으로 꼽힌다. 수박은 크면서도 시원하고 단 맛이 일품이다. 샛노랗게 잘 익은 동글동글한 참외의 꿀맛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하고 특히 수박과 참외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어,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더욱 친근함이 느껴지는 과일이기도 하다.
조옥동 시인은 ‘참외와 고향’이란 수필을 통해 한국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는 참외는 한인 이민자들이 그리워하는 고향의 맛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는 또 잘 익은 참외는 겉모양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맵시가 있고, 속살은 씹히는 맛이 있고 속 안에는 수십 수백 개의 씨를 씨 주머니 안에 가지런히 맺고 있어 종자를 퍼뜨리기도 쉽다고 했다. 또한 소화와 흡수가 잘 될뿐더러 이뇨 작용을 도와주고 당분과 섬유질이 많아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이 없을 때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품이며, 이런 속성들이 바로 우리 민족성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역만리 멀리 타향, 아니 타국까지 와서 사는 한인 이민 자들은 단 내음이 물씬 풍기는 참외 한쪽을 씹으며 아련한 고향의 맛, 고향의 멋, 고향의 벗과 고향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이민생활을 성실히 하고있는 한인 1세들 대부분은 마음 속 깊이 묻어둔 고향의 그리움과 추억을 가끔씩이나마 들쳐보고, 회상하며 살고 있다.
이 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우리 자녀들은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들에겐 고향의 그리움과 추억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올 가을학기부터 3학년과 5학년이 되는 두 딸아이에게 가끔 “너희들 고향이 어디야?”라고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 큰 아이는 “퀸즈 플러싱병원”, 작은아이는 “맨하탄 세인빈센트 병원”이라고 서슴없이 응답한다. 피식 웃고 말지만 애처롭다(?)는 느낌은 가슴속에 오래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 뜨거운 것처럼 보이더니 드디어 27일 신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성적표는 아랑곳없이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그 또래일 때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한인 1세들은 여름방학동안에 정말 재미있는 추억들을 참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집이나 외가 집에 가서 오이, 수박 등을 장난 삼아 서리하던 일, 원두막 반딧불 아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개울가에서 가재와 송사리를 잡고, 저수지에서 벌거숭이로 멱감던 일, 맴맴 매미소리를 들으며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나비, 잠자리 등 곤충을 채집하던 일 등등.
그러나 우리 자녀들의 기나 긴 여름방학 생활은 어떤가? 거의 대부분은 여름방학동안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학원 공부에 시달린다. 방학이 돼도 학원 다니기에 바쁘고 밋밋한 날들을 보낸다. 방학에 갈 시골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수영장 다니는 것이 고작인 아이들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여름방학을 어떻게 하면 고향다운 고향이 없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감성이 풍부해지도록 해줄 수 있을까.
우선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아이들이 들로 냇가로 뛰어다니며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주자. 산과 바다를 찾아 나서자. 캠핑 가서 모닥불 피워놓고 야영도 해보자. 그것조차 어렵다면 가까운 미술관, 박물관 등이라도 견학하며 아름답고 잊지 못할 기억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는 알찬 계획을 짜서 실천해보자. 그러면 아이들이 성장하여 이 곳을 떠나더라도 그들에게는 바로 뉴욕이 고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올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이 포근하고 정다운 고향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자. 훗날 아이들이 자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 고향의 향수로 남을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한 여름 태양 볕에 그을려 가며 낮 동안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바로 우리 부모 모두의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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