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도 저물어 가던 1984년 12월 22일 뉴욕 지하철에서 전 미국을 흥분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전문직 종사자인 한 백인이 푼돈을 달라며 협박하던 10대 불량배 4명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다. 이 백인은 4명에게 한발씩 쏜 후 바닥에 쓰러진 한 명에게 다가가 “아직 괜찮은 것 같은데 어디 맛 좀 봐라”며 다시 한발을 쏴 평생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한때는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버나드 괴츠가 이 백인의 이름이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괴츠는 일약 뉴욕시민의 영웅이 됐다. 뉴욕 신문과 라디오에 괴츠를 살리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 덕분인지 그는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고 판결이 나오는 날 그의 아파트 앞에서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가두 파티가 벌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 뉴욕 시민들이 얼마나 범죄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한 예다. 80년대 중반 뉴욕은 범죄자들의 천국이었다. 특히 음침하고 오물 냄새가 밴 데다 낙서로 뒤덮인 지하철은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다. 돈을 내고 타는 사람도 없고 강도를 당해도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냉온방 시설이 안 돼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시속 15마일로 달리기 일쑤인 지하철은 뉴욕 몰락의 상징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던 뉴욕 지하철의 분위기를 일신시킨 사람은 데이빗 건이다. 80년대 중반 뉴욕 지하철 국장으로 임명된 그는 낙서 제거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일부에서는 범죄 단속이나 열차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까짓 낙서가 무슨 대수냐고 맞섰지만 그는 낙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갱 단원들이 밤새 낙서를 해도 아침이면 반드시 지우는 불용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처음 그를 비웃던 갱들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그의 의지가 꺾이지 않자 마침내 낙서를 포기했다. 낙서가 감소하면서 예기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위가 깨끗해진 것은 물론 갱단들이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건 국장은 2단계 조치로 윌리엄 브래튼을 지하철 치안 책임자로 임명했다. 브래튼은 임명되자마자 무임 승차 단속에 전력을 기울였다. 무임승차는 워낙 위반자가 많은데다 잡아 봐야 형식적인 벌금만 내고 풀어주는 것이 관례여서 뉴욕 경찰은 이에 대한 단속을 포기한 상태였다. 브래튼은 사복 경찰을 지하철역 입구에 배치, 무임승차자들을 보는 대로 수갑을 채워 역 철문에 묶어 놓고 아예 역에 간이 파출소를 세워 현장에서 경찰 업무를 보게 했다.
무임승차가 급감하면서 지하철 수입이 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일반 범죄율이 현저한 감소였다. 브래튼은 그후 뉴욕 경찰국장으로 발탁돼 80년대 연 60만건의 중범죄가 저질러지던 뉴욕시의 범죄율을 80%나 낮추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작은 범죄를 허용할 경우 큰 범죄를 불러온다는 이론을 범죄학에서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부른다. 어느 한 집 유리창이 깨진 것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옆 집 유리창도 깨지기 쉽고 여러 집 유리창이 깨지다 보면 동네 전체가 지저분해지고 결국에 가서는 우범지대화 된다는 이론이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좌우한다는 원리는 범죄만이 아니라 경제를 비롯한 모든 사회 분야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를 종종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인 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불평이 많은 부분이 고객 서비스다. 미국 백화점은 쓰던 물건을 갖다줘도 두말 없이 환불해주고 항상 친절한데 한인 업소는 고객이 한 마디 하면 열 마디씩 대꾸하며 기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생명은 고객임에도 한인 업주들은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해 쏟는 정성이 약하다. 그까짓 고객 하나쯤 떨어져 나간들 대수냐 할지 모르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새로운 고객 한 명을 잡으려면 기존 고객 한 명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의 6배가 든다. 또 업소에 불만을 품고 발길을 끊은 고객은 평균 8명에서 10명의 친지와 동료에게 그 업소의 험담을 한다는 자료도 나와 있다. 이런 일이 한번 두번 쌓여 ‘그 가게 못 쓰겠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영업에 타격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양에‘못 하나가 없어 나라가 망했다’는 격언이 있다. 못 하나가 없어 말편자를 박지 못했고 편자를 박지 못해 말 한 마리가 출전을 못했고 말 한 마리가 없어 유능한 장수가 전투에 나가지 못했고 장수가 없어 전투에서 졌고 전투에서 져 나라가 망했다는 이야기다. 동양에도 ‘한 톨의 쌀알이 저울을 기울게 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인간은 분위기의 동물이다. 범죄도 그렇고 장사도 그렇고 얼핏 보면 사소한 일이 저울추가 어디로 기울어지느냐를 결정한다. 작은 불평거리를 들고 당신 업소를 찾은 고객 한 사람을 만족시키느냐 못하느냐에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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