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계속 고전하고 있다. 발표되는 경제수치를 보거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도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실제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 가계를 꾸려 나가는 사람들도 경제불황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지난 겨울 여러 지역에서 난방비가 평소의 두세 배로 뛰고, 공급차질로 전국적으로 개솔린 값이 크게 오르고, 또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력 사정이 최악의 상태에 이르는 등, 에너지 파동이 휩쓸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회복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한쪽에서는 경기가 이미 저점을 통과해서 앞으로 서서히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없지 않지만 다른 쪽에서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심각한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국내 총생산액(GDP)이 연속해서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 이를 ‘경제침체’(economic recession)라고 정의하는데 미국 경제는 아직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렇게 불안과 걱정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도 경제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면이 있다면 그 쪽을 더 살펴봄으로써 마음만이라도 좀 편하게 가져 보고 싶은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은 미국 경제의 탄력, 저항력, 지구력을 꼽고 싶다. Resiliency라고 표현되는 이 미국경제의 힘은 무엇보다도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인 미국경제는 GDP가 9조달러가 넘어 2위인 일본의 2배 이상이고 한국보다는 거의 20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최고의 구매력, 생산성, 기술력도 갖추고 있어 웬만한 충격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원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대한 국내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 경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수출을 해야만 하는 다른 나라의 사정과 다르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남짓인 반면 국민들의 소비활동이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소비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서 아직도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이끄는 미연방준비위원회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서 단기금리를 2.5%포인트나 인하하는 매우 적극적인 정책을 펴왔는데 그 효과도 이제부터 서서히 나타나리라고 기대해 본다 (연준은 6월 하순 한차례 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미국 정부가 다섯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것은 1930년 이후 7번 있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인하 이후 6개월 내지 1년 뒤였다는 경험이 있다.
특히 주택경기가 계속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주택융자 이율도 하락하여 신규 및 기존 주택의 매매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물론 주택경기는 건축자재, 가구 및 가전제품, 기타 내구재 산업 등에 영향을 줌으로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어쨌든 올 하반기부터 내년에 이르러 금리에 민감한 중소기업부터 회복하기 시작하면 금리인하 효과도 경제전반에 퍼질 것으로 예상해 본다.
경제회복에 희망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은 낮은 물가와 실업률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던 것도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3.6%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면 2.5%밖에 안 된다. 실업률도 최근 들먹이고 있지만 아직도 낮은 4.5% 수준에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도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11년에 걸쳐서 총 1조3,500억달러의 세금을 감면하는 법안에 서명했는데, 올해 중에만 총 400억달러의 세금이 환불되어 약 0.5%의 경제성장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감세정책은 통상 금리정책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고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이번 감세는 대규모인데다 장기에 걸친 것이라 앞으로 꾸준히 경제회복에 도움을 주리라 기대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와 같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엉성하게나마 낙관적인 견해를 갖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것은 소비활동이 주도하는 미국 경제에서는 사람들의 심리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폴 오닐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가 하반기부터 회복하여 내년에는 3%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무장관으로서야 정치적인 발언으로도 이런 전망을 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 발언이든 돌팔이 진단이든 낙관론과 희망론이 자꾸 들리기만 해도 경제에 보탬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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