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과 연계시키는 기업 늘어.. 해고 급증, 높은 이직률도 원인
전국적으로 근로자들이 은퇴생활에 대비하기 위해 401(k)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많은 회사들이 이 프로그램에 내놓는 ‘매칭’ 금액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접수된 대표적 미국 기업들의 주식거래현황 보고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전통적인 은퇴 연금을 줄이는 가운데 근로자들은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401(k)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나 조사대상이 된 10여개 미국 기업이 지난해 401(k)에 내놓은 매칭 금액의 총액은 한해전보다 줄었다.
401(k) 프로그램 아래에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자기 연봉의 6-10%를 적립하는 것이 허용되고 회사는 이 같은 근로자의 적립금에 대해 ‘매칭 펀드’(matching fund) 형식으로 일정액을 근로자를 위해 적립해주며 이렇게 쌓이는 적립금과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유예된다.
최근 401(k) 프로그램에 대한 매칭 펀드 적립금을 줄인 회사는 이 같은 조치가 "지난 수년동안 은퇴연금 기금을 줄이는 대신 401(k) 프로그램을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루슨트 테크날러지스’사가 이 같은 범주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사례. ‘루슨트-’는 1999년 직원들의 401(k)를 위해 3억1,800만달러를 내놨으나 지난해에는 이 금액을 2억2,800만달러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루슨트-’의 대변인도 "우리 회사는 전통적으로 직원들의 급여도 실적주의에 따른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루슨트-’는 직원들이 내놓는 1달러에 대해 66⅔센트를 매칭해 주던 방침을 바꿔 1달러당 50센트를 매칭해 주되 회사의 영업실적과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적립금의 100%까지 매칭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뉴저지주에 있는 장거리 통신장비 회사 ‘머레이힐’사도 지난 수년동안 은퇴연금 기금을 줄이는 대신에 401(k) 프로그램을 개선했기 때문에 ‘매칭 펀드’ 적립금을 줄인 범주에 들어간다.
’루슨트-’나 ‘머레이힐’의 방침 변화는 장거리 통신장비 업계가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손실로 피를 흘리고 있는 대표적 업계라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루슨트-’의 예는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401(k)에 의존하는 근로자들이 직면하는 위험부담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401(k) 프로그램으로 인한 기업측 부담의 증감을 장기적으로 정확히 분석한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SEC에 접수된 보고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의외로 받아들이는 은퇴연금 전문가들은 없다. 보스턴에 있는 재정문제 전문회사인 ‘서룰리 어소시이츠’의 컨설턴트 리자 베어드는 "401(k) 프로그램에 대한 매칭을 줄이고 매칭 금액을 회사의 실적과 연계시키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회사의 매칭 액수와 회사의 실적을 연계시키는 경향은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위험부담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 워싱턴에 있는 ‘은퇴권리센터’의 존 핫츠 부소장도 "매칭 액수와 회사의 실적을 연계시키면 종업원은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회사는 실적이 좋지 않기 마련이기 때문에 ‘루슨트-’의 경우처럼 회사측의 매칭 액수는 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회사가 ‘루슨트-’나 ‘머레이힐’ 같은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K마트’ 종업원들도 1996년 회사가 은퇴 계획을 동결시킨 이래 401(k)에 적립금을 늘려왔다. 그러나 1999년 ‘K마트’는 9,400만달러를 매칭 기금으로 내놨으나 지난해에는 이 액수가 7,300만달러로 줄었다. ‘K마트’ 역시 매칭 기금을 회사 실적과 연계시키고 있는데 지난 1월31일로 마감된 2000회계연도에서 ‘K마트’는 2억4,4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자연히 매칭 액수도 줄어든 것. 이 기간 ‘K마트’ 종업원들이 401(k)에 적립한 총액은 한 해전에 비해 늘었으나 회사측은 종업원들의 적립금 규모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캠프벨 수프’사 역시 부분적으로나마 회사의 실적과 401(k) 매칭 액수를 연계시키고 있다. ‘캠프벨-’은 최근 수년간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매칭’ 액수도 1998년 1,300만달러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1,000만달러로 떨어졌다.
’시어스 로벅’사도 지난해에 연금 프로그램을 ‘커리어 애버리지’(career average)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커리어 애버리지’ 프로그램에서는 장기 근속자의 입장에서 볼 때 연금에 축적되는 액수의 증가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불리하다. ‘시어스-’ 역시 14만7,374명의 종업원들이 은퇴를 대비해 가입하는 401(k) 프로그램에 대한 매칭 액수가 1999년 3,700만달러에서 지난해 2,900만달러로 줄었다.
’텍트로닉스’사의 401(k) 프로그램 매칭 액수는 1998년 1,640만달러에서 지난해 910만달러로 줄어 2년동안 45%나 줄었다.
회사측이 401(k) 프로그램에 대해 내놓는 매칭 액수가 줄어들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해고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잉항공사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같은 회사들은 자사의 401(k) 프로그램 매칭 액수가 줄었다고 확인하면서 이 같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구조조정에 따라 종업원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퇴연금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업원의 높은 이직률 역시 회사측이 401(k) 프로그램에 대해 내놓는 매칭 액수가 줄어들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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