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빈 밀리건이라는 컴퓨터 기술자는 억세게도 운이 좋은 사나이다. 매년 170만달러의 어마어마한 돈이 26년동안 거저 생기게 됐으니, 나이 40의 이 사나이는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안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뉴저지 패세익 카운티의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그는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대박의 꿈을 이뤘다. 1년전 회사 컴퓨터를 수리하려고 몬트베일에 갔다가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러 구멍가게에 들렀던 그는 5달러를 주고 복권 한 장을 샀다. 집에 돌아와 복권을 서랍에 던져놓고 1년동안 당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에 4.600만 달러의 복권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 서랍을 뒤져 복권을 확인, 자신이 행운의 주인공임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얘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내게 그런 행운이 돌아온다면’ 하고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우선 멋진 집을 사고 좋은 차를 한 대 사리라. 직장을 다닐까 말까도 망설여보고 그동안 돈 때문에 포기했던 해외여행도 실컷 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달콤한 상상에서 빠져나와 현실 세계의 복권 시스템을 한번 살펴보자. 복권은 인간이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박의 심리’를 이용한 유가증권이다. 누구나 한번 크게 터져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복권을 산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행운이 돌아가지 않는다. 20만명의 사람들이 5달러 짜리 복권을 한장씩 산다면 100만달러의 복권 기금이 조성된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50만달러 정도를 복권 발행기관이 공익 사업에 사용하고 나머지 50만 달러가 추첨에 의해 행운의 주인공들에게 돌아간다.
이번에 잭팟이 터진 뉴저지주의 빅게임 복권에서 4,600만달러를 한 사람에게 지급하려면 적어도 5달러짜리 복권 920만장이 팔려야 한다. 확률은 1,000만분의1에 가깝다. 밀리건이라는 사나이도 누군가를 위해 5달러를 투자했다가 가능성이 희박한 게임의 승자로 당첨된 것이다.
대박의 심리를 이용한 시장은 복권 시스템만이 아니다. 카지노도 그렇고 증권시장도 마찬가지다.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틱 시티의 호텔 카지노에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밤을 새운다. 카지노도 확률 50%를 보장하지 않는다. 45%의 승률만 보장해도 카지노 진행자는 실패할 확률 5%를 이용해 공전을 뜯는다. 미국의 부동산 왕 트럼프가 애틀랜틱 시티에 궁전같은 카지노장을 지어놓고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번다.
증권시장도 카지노 심리를 이용한 자본시장이다.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성이 강한 자본의 논리가 증권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펀드매니저와 브로커는 카지노 진행자로서 공전을 뜯고 정부는 증시라는 카지노에서 세금을 걷는다. 증시 용어인 블루칩도 카지노장의 파란색 칩에서 나온 말이다.
한가지 통계를 인용해보자. 99년 뉴욕 증시의 회전율은 95%였다. 즉 뉴욕증시에 상장된 거의 모든 주식이 한해에 한번쯤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30년전 뉴욕 증시의 회전율은 12%였다. 이는 전체 주식이 한번씩 거래되는데 8년이 걸렸다는 의미다. 그만큼 뉴욕 증시에 투기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대박을 좋아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횡재를 노리고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가 여비만 겨우 건져 돌아오는 한국인들을 로스앤젤레스에서 흔하게 본다. 뉴욕 한인타운에서도 증권시장에 투자했다가 나스닥이 무너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았다는 사람들 얘기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통계로 보면 지난해초 한국 코스닥 증시의 회전율이 1,100%로 세계 1위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전체 주식이 적어도 한달에 한번씩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다는 얘기다. 그만큼 한국 주식시장의 카지노적 투기성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권시장이든, 카지노든, 증권시장이든, 어떤 경제 시스템에도 철저하게 시장 원리가 지배한다. 투기성이 강하면 거품이 생기고, 거품이 꺼질 때 많은 사람들이 재산상 손해를 본다.
대박의 꿈마저 버리고 산다면, 삶 자체가 삭막하겠지만 투자를 할 땐 투자대상의 기초가 든든한지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 시스템은 대박이 아니라 시장 원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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