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김일평(정치학박사,커네티컷대 명예교수)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에서는 각종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 때문에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6.15공동선언이 한반도에 가져온 변화는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는 남북한의 변화를 점검하고 남북통일의 미래를 전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한국인에게 6.15이후 가장 큰 변화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였다는 것이다.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이질감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1년동안 계속된 교류와 접촉으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장막속에 가려졌던 북한에 대한 정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남북이 상호간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나고 통일에 대한 열망도 상당히 높아졌다. 남북정상회담 1년이 지난 오늘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북한을 한민족 한겨레로 받아들이고 통일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며 동질감도 상당부분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동선언 이후 가장 현저한 변화는 남북한 인적 왕래의 급증에서 나타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난 1년 동안 남북한 왕래 인원은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7,965명이나 되며 그 이전 1년(1999년 6월~2000년 5월) 방문자 보다 2,079명이 증가하였다.
인권문제의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남북간 화해협력의 상징적 징표라고 할 수 있는 남북한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흩어진 가족들에게 통일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합의한 이후 남과 북은 세 차례에 걸쳐 총 3,600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였으며 주소확인 작업등을 통해 총 1만210명의 가족들이 분단이후 처음으로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게 되어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정상회담은 남북한의 한민족으로서 공동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도 공헌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9월 18일에 있었던 역사적인 경의선 철도 연결 기공식이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어 남과 북의 끊어진 허리가 이어지면 남북간의 경제공동 번영은 물론 앞으로 유럽 내륙과 물류비 절감을 가져올 것이다.
그밖에도 남북한을 흐르는 임진강의 홍수피해 방지를 위해 남북 쌍방이 공동 수해방지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해야 하는 사업들에 대한 공동협의의 전례가 되었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남북경협 실무접촉에서 대북경협 활성화에 필요한 투자보장, 청산결제,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해결 등 4개 합의서를 채택하여 남북경제교류와 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었다.
사회, 문화, 체육분야 역시 남북정상회담 이후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룬 분야이다. 언뙴剋瑛若騈?방북과 남북언론 교류에 관한 합의서,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북선수단의 공동입장, 남북교향악단의 서울합동연주회, 한국 ‘춘향전’의 평양공연 등과 같이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교류협력은 남북 주민간의 상호이해의 폭을 넓히고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남북간의 직접적인 교류는 해외동포사회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친북-친한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던 동포사회도 오랜 세월의 반목을 접고 화해분위기에 동참하는가 하면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의 분단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던 재일동포사회는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한 못지않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재미동포사회에도 6.15선언 이후 남북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여론을 조성하였다.
6.15공동선언은 남북한과 해외동포,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하여 남북한이 기존에 합의된 교류협력 사항들을 지속 추진해 나가면서 한반도에 실질적으로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해 가야하는 것이다.
6.15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 대해 전세계인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것을 남북한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도 이의 성사를 위해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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