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대 고객 늘고 볼링장도 분위기 일신 볼링 패션, 인기 TV드라마, 바비 인형도
결혼식을 겨우 3일 남겨두고 LA의 배우, 코미디언 제인 에디스 윌슨(36)이 독신으로서의 마지막 광란의 밤을 보내기로 한 곳은 볼링장이었다. 7명의 친구들이 참석한 윌슨의 싱글파티가 열린 유니버설시티 소재 ‘질리안스 하이라이프 레인스’(Jillian’s Hi-Life Lanes)에서는 고성능 스피커에서 아바의 ‘댄싱 퀸’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레인 위 대형 스크린에서는 비디오가 상영됐다. 각각 다른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6대의 TV와 특이한 조명, 가죽 의자와 나무로 마감한 가구들이 자리잡은 골프장에서 네온빛 공으로 볼링을 치며 윌슨은 자유로운 싱글 생활에 안녕을 고했다.
볼링의 위상이 달라졌다. 요즘 볼링을 맥주배가 튀어나온 골초들과 연관시키면 안 된다. 고대부터 전해 내려온 이 게임은 요즘 패션과 스포츠, 연예계를 넘나들며 한창 부활하고 있다. 젊고 수준 높은 새로운 고객들이 과거 볼링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뜨리고 있다.
새롭게 부각되는 볼링의 멋은 여러 가지로 입증된다. 우선 ▲고급 사치품점에서 고가의 투톤 볼링화와 볼링 가방처럼 생긴 여성용 핸드백이 판매되고 있다. ▲볼링장을 무대로 한 TV 드라마가 인기다. ▲마텔사가 볼링 챔피언 바비 인형을 만들었으며 ▲다수의 할리웃 스타들이 소리 없이 볼링 애버리지를 올리느라 열심이다. 로스앤젤레스 볼링장 매니저들은 맷 데이먼, 프레디 프린스 주니어, 새라 미셸 겔라, 드루 캐리, 데이빗 듀코브니, 로지 오도넬도 볼링광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오스카 수상, 생일, 쫑파티를 하러 볼링으로 모인다. 그런가하면 ▲프로볼링 부활에 투신한 전직 하이텍사 간부도 있다.
볼링의 새로운 인기는 우연이 아니다. 볼링장 소유주들은 1980년대 들어 800만명이나 되었던 볼링선수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100가지 이상의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 활동을 두루 살피는 ‘미국 스포츠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 6세 이상 미국인 중 5,400만명이 적어도 한번은 한 볼링은 미국 내에서 최고의 참여도를 기록한 스포츠로, 이는 1999년보다 2.4%, 그 2년 전보다 6.4% 증가한 수치다.
유행과 멋을 즐기는 10대들은 주말마다 볼링장을 가득 메운다. ‘코즈믹 볼링’이나 ‘록앤볼’ 같은 이름 아래 플래시 라이트와 안개 등 나이트클럽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요즘 볼링장에서 이들은 좋아하는 음악,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워 새벽까지 볼링을 치기 일쑤다.
볼링은 패션계의 시선도 끌었다. 프라다, 케네스 콜, DKNY 같은 디자이너들은 볼링에서 영감을 받은 신발을 내놓았다. 밝고 강렬한 색의 혼합과 끈을 매는 레트로 스타일이 다양하게 응용된 이 신발의 가격은 최고 300달러. 요즘 볼링장 주인들은 고객들이 대여용 신발을 훔쳐간다고 말한다.
TV도 마찬가지다. 지난 가을 NBC에서 방송되기 시작한 ‘에드’는 고향 오하이오로 돌아와 볼링장을 산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잘 생기고 단정한 인물들이 볼링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언론매체에서 플린스톤이 처음 선사시대 볼링장에서 표석을 굴렸던 1960년대이래 이와 같은 무료 선전은 본적이 없다며 기뻐하는 볼링장 주인들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크리스 피터스(42)다.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진이자 창립 멤버였던 피터스는 몇년 전만 해도 소프트웨어 발명에 바빴지만 일을 그만두고 취미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피터스는 아버지가 즐기던 볼링이 골프보다 훨씬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다. "볼링은 미국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운동이니까요"
피터스가 두명의 친구들과 함께 시애틀 소재 ‘프로 볼링 연합’(PBA)을 500만달러에 매입한 것은 이타주의 때문이 아니었다. "볼링을 부흥시키고 지역마다 볼링 팀을 두어 메이저리그 스포츠 팀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는 피터스는 아이들이 프로 볼링선수가 될 꿈을 꾸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가지 방법은 골프선수나 농구선수의 보수와 비교할 때 너무나 보잘것없는 프로 볼링 토너먼트의 상금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볼링의 역사는 7,000년을 헤아린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이집트의 한 어린이 무덤에서 볼링 도구로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거기서부터 유럽으로 퍼진 이 스포츠는 핀을 세우는 방법만도 수백가지가 됐는데 4세기 게르만 기독교인들은 볼링으로 신앙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핀을 악으로 삼았던 것.
마침내 수백년 후 미국에 상륙한 볼링은 대개 도시지역에서 담배를 씹고 뱉기를 즐기던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윌슨의 싱글파티 선물 중에는 ‘플레이걸’ 잡지도 있었다. 이번 파티를 준비한 윌슨의 친구 29세의 셰릴 그랜트는 "벌거벗고 춤추는 남자 대신 볼링을 선택한 것이 요즘 볼링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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