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신비의 항암제로큰 관심을 모으면서, 일부 의사들이 환자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글리벡은 식품의약청으로부터 시판 허가가 나지 않아 위급한 환자를 대상으로 무상공급하는 동정적 프로그램(EAP)을 실시 중이다.
현재 글리벡을 투여하고 있는 병원은 가천의대 길병원, 강동성심병원, 강남성모병원,경북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중앙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아주대병원, 원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전남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평촌성심병원등 모두 15곳. 지금까지 56명의 환자에게 투여된 것으로 밝혀졌다.
글리벡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많은 환자들의 상태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호전시키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6명 중 5명이 증상이 나아져 퇴원했을 정도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 이라며 의사들에게 간곡하게 투약을 요구해 제조회사인 노바티스가 밝힌 가이드 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리벡 복용 환자 2명사망
최근 글리벡 투여 도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의 K병원, 서울의 S병원에서 각각 1명씩이 사망했는데 가이드 라인에 적합한 환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약의 신청접수및 공급을 맡고 있는 한국희귀의약품 센터는 “이 두 병원에 무상 공급했던 글리벡을 회수했다”면서 “글리벡의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환자가 워낙 위독한상태여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현재 글리벡 투여 환자 선택은 환자의 자발적 동의 후 5인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전원일치 판정을 내려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임상 수치만으로 환자 상태를 알기는 어려우며 인도적차원에서의 선택은 결국 각 병원 담당 주치의에게 상당 부분 선택권이 주어지는 실정이다.
●퇴원한 백혈병 환자의 글리벡 투여 전후 비교
정상인 K씨(24·남) P씨(64·여)
5.14 30 5.16 22 30
Hg(혈색소) 12~15 9.9 8.1 11.2 10.7 9.3
WBC(백혈구) 4,000~1만 48,700 80,000 126,000 120,700 20,900
K(혈소판) 15만~45만 76,000 413,000 726,000 110만 522,000
Blast(암세포) 0% 30% 0% 21% 10% 4%
두 병원의 환자 사망을 놓고 관계전문가들은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노바티스가 전세계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사망 사례는 6,000명 가운데 5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56명 가운데 2명 사망은 약 4%로 높은 수치이며 이는 정식 임상 시험의 가이드 라인을 연구 차원에서 철저하게 따르지 않고 환자의 입장을 우선한 임상 의사들의 처방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 관계자는 “임상대상을 꼼꼼히 따져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동정적 프로그램은 인도적 차원에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실시하는 것”이라며 “임상시험결과와 성적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미 이러한 사실은 스위스 노바티스사에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복용법이 중요
글리벡이 신약이다 보니 정확한 복용법을 환자들이 제대로 모르고 투약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보통 약은 식후 30분에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글리벡은 음식물 및 다량의 물과 함께 복용해야한다. 또 최소한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의 외래 방문으로 부작용 여부를 추적하여 적절하게 치료해야만 한다. 일부 환자들은 글리벡을 식후에 복용하여 약을 모두 토하는 등 부작용 사례를 빚기도 했다.
여의도성모병원 김동욱 교수는 “글리벡은 반드시 식사와 함께 복용해야 하며 캡슐을 열거나 으깨지 말고 물 두 컵과 함께 먹어야 한다”며 “포도 주스와 함께 먹어도 약의 농도를 변화시킬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글리벡은 부작용이 매우 적은약으로 알려져 있다.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과립구 및 혈소판 감소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지나치게 염려해 환자에게 글리벡 투여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구역질, 부종 등도 많은 수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며, 어떤 환자는 관절염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대증요법으로 쉽게 치료될 수 있으며, 머리털이 빠지는 등 일부 암 치료제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부작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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