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은 형들의 질투 때문에 애굽에 노예로 팔려갔으나 바로왕의 꿈에 나타난 7년 풍년과 7년 흉년을 해몽하고 그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총리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하여 그는 풍년에 곡식을 저장하여 흉년에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현명한 정치로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기근에 허덕이던 가족까지 살리게 된다.
당시 7년 기근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성경에 나타나 있지 않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의 젖줄인 나일강과 관련이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며 홍수나 한발 중 한가지일텐데 [동풍에 마른 일곱 이삭]이란 구절로 보아 가뭄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요셉 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통치자들은 자연재해로부터 백성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고대중국의 황하문명이 그러했고 세종대왕 때 과학기술이 발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류의 농경문화는 물을 저장했다가 가뭄이 들 때 끌어대는 관개기술을 기반으로 이룩됐다. 인지가 발달했던 근세까지도 오랜 가뭄으로 백성들이 허덕일 때는 국왕이 기우제를 지냈고 자신의 부덕 때문이라는 자책까지 했다. 이것이 모두 자연재해는 불가피한 자연현상의 하나이지만 그 재해를 다루는 것은 정치의 중요한 일부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가뭄 때문에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4개월째 계속된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닥이 났고 논밭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다목적 댐의 저수량은 30% 가량으로 줄었고 어떤 댐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90년만의 대가뭄이라고 하니 지금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험해 보지 못한 혹독한 가뭄이다. 북한방송은 1000년만의 왕가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가뭄으로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도 부족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식수마저 고갈될 것이라고 한다. 벌써 일부지역에서는 식수 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뭄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행사가 취소됐고 군관민이 모두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금년의 가뭄은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곳곳이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아주 심한 곳도 있다. 이번 가뭄도 최근들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기상이변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계절적인 가뭄 뿐 아니라 앞으로 인류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 대재앙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사람에게 물이 필수적인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는데 앞으로 수자원이 줄어드는 반면 사람들의 물 사용이 늘어나 물 부족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유엔과 세계은행이 지원하는 지구환경기금은 2025년경에 세계 30억 인구가 물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각국 정부는 도시지역의 물 공급, 관개시설 등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물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물에 대한 대책을 너무도 소홀히 해 왔다. 금년에는 가뭄 때문에 소동이지만 해마다 홍수 소동도 겪고 있는데 말이다. 작년에는 경기도 등 중부지방, 그 전 해는 영남지방, 또 그 전 해는 호남지방이 홍수로 큰 피해를 당했는데 그 당시에만 대책을 세운다고 떠들썩하다가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였다. 눈만 뜨면 밥그릇 싸움만 하는 정치이니 국민의 고통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수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수재의연금을 거두었듯이 이번 가뭄 때문에 또 모금운동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선 양수기라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하는 응급조치인 것이다.
그러나 가뭄이나 수재 때마다 정치인들이 의연금으로 생색을 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물 절약을 호소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자연재해로 인해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근본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치의 본분이다. 요셉은 대기근을 예측했으며 그 대비책을 세웠다.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치와 정치인의 태만이며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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