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알래스카의 지하자원의 풍부함과 무궁무진한 개발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사업참여에는 인색한 편이다. 현재 앵커리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석탄을 실어 나르는 현대상선 등 단 3개사 뿐이다. IMF사태 후에는 믿었던 총영사관 마저 폐쇄돼 몇 안되는 지·상사 직원들의 외로움은 더욱 심해졌다. 동토의 땅에서 산업역군의 사명감 하나로 온갖 고충을 접어두고 땀흘리고 있는 이 들을 만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북극권 항공로의 요충지인 앵커리지 국제공항에는 밤낮이 없다. 유럽과 아시아, 유럽과 미 서해안을 연결하는 여객기와 화물기들이 쉴 새 없이 뜨고 내려 24시간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곳이다. 알래스카에서 앵커리지 공항만큼 바쁘게 움직이는 곳도 없다.
매일 앵커리지 공항을 뜨고 내리는 본국 항공사의 여객기와 화물기는 모두 11편. 대한항공이 8편, 아시아나항공이 3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서울-뉴욕 노선 여객기가 모두 앵커리지를 경유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뉴욕발 서울행 비행기만 경유해 간다. 현재 두 항공사 지점에는 지점장들을 포함, 모두 13명이 본국에서 파견돼 현지 채용직원 19명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올해 5월로 임기가 끝난 구영근 대한항공 지점장은 "앵커리지 근무는 장거리 노선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이라며 "이 곳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다른 주요도시 공항들처럼 단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현대상선은 지난 1984년 선일상선과 합자투자하는 형식으로 수워드에 닻을 내린 이후 알래스카 중부 힐리의 유시광산에서 채굴되는 석탄을 본국으로 수송해 왔다. 1997년 한국정부가 인도네시아로 석탄수입원을 다원화하자 선일상선은 알래스카사업에서 손을 띄었고 현대상선만이 인구 2,000여명의 수워드에 남아 단독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인 직원 10명을 거느리고 34에이커의 현대상선 수워드 터미널의 관리·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영진 과장은 "혼자 몇 십 만 톤의 석탄운송을 처리하느라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수워드 보다 오지인 곳에서 더 힘든 일을 하고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며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지만 2년정도 살다보니 조용하고 보수적인 게 편안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앵커리지에서 차로 2시간30분 거리의 수워드에는 중식당 북경원을 운영하는 올드타이머 헨리 정씨와 국제결혼 여성 등 약 20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과거 한때 수·출입항으로써 외지인의 왕래가 활발하고 개발의 바람까지 불었으나 1964년 진도 9.2의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에는 ‘낚시 수준’의 수산업과 관광업만이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지·상사는 아니지만 한국산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도 현지한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본국의 수출시장 개척에도 톡톡히 기여해 왔다. 특히 1996년 2월 앵커리지에 상륙한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딜러를 통해 모두 1,600여대의 승용차를 판매, 한국산 차 가운데 단연선두를 달렸고 1999년 한해 동안에만 423대가 팔려나가는 판매호조를 보인 덕분에 페어뱅스로까지 딜러십을 확장했다.
앵커리지에서 현대 딜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케빈 맥카시는 "현대자동차는 일제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데다 성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 하루 한대꼴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미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맥카시는 현대자동차 외에도 1998년 10월 기아자동차를 팔기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다른 딜러에서 취급하던 대우자동차 판매권도 획득해 한국산 자동차 종합 딜러의 역할도 맡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그동안 모두 800여대를 팔았고 대우 차는 지난 두 달 동안 10대를 판매하면서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알래스카가 새로운 자동차 수출시장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눈과 비가 많이 오는 기후사정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평균 3∼4년이면 차를 바꾸는 데다 가격과 관계없이 64달러의 고정세만 내면 차를 살 수 있어 인구 수는 적어도 판매고는 일정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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