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이든 여성의 머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카재킹하면서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찔러 죽인 청년의 예를 들어 정신장애 범법자에 대한 처벌문제를 다룬 글을 쓴 적이 있다. 범인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전력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청년이 아마도 재판과정에서 정신적 결함을 내세울 것으로 생각했다.
LA에는 구치소와 교도소가 여러 곳 있다. 다운타운 북쪽 차이나타운 인근에 자리잡은 ‘트윈타워’도 그 중 하나다. 이곳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남자 죄수들만을 수감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여자 구치소의 개축으로 인해 일반 여자 죄수들도 수감돼 있다. 카운티 구치소에서는 남자 죄수가 새로 오면 정신건강전문가가 인터뷰를 해 트윈타워에 수감할지 아니면 일반 구치소로 보낼 것인지를 결정한다. 일반 구치소에는 물론 정신적 문제가 없는 죄수들만을 수용한다. 트윈타워에는 수감자들이 자해를 하거나 동료 수감자를 상해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특수설비가 있고 수감자의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정신적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배치돼 있다.
문제의 청년은 정신병원 입원 경력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서 트윈타워 수용 부적격자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신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구치소에 수감됐는데 감방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침대 시트를 뜯어 목을 매달아 죽은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청년이 냉혹한 살인자인 이상 자살이 잘된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결말이 나지 않았다.
청년의 가족이 LA 카운티를 상대로 청년의 부당한 죽음에 대한 손해보상 소송을 제기해 100만달러 가까운 합의금을 받아낸 것이다. 청년이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던 만큼 청년의 안전을 지켜 줄 책임이 카운티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카운티 관할 교도소에서 청년이 죽은 만큼 비록 자살을 했어도 그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카운티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구치소에서는 청년의 정신상태를 잘 파악해 24시간 감시가 가능한 트윈타워에 수감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파악을 못했기 때문에 카운티 정부가 100만달러의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혼란스러운 일이다. 청년은 한 여자를 찔러 죽이고 차를 강탈했다. 여자가 차 키를 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자기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를 칼로 마구 찔러 무참하게 살해했다. 희생자의 유가족은 한푼의 피해보상도 받지 못하는데 감방에서 자살한 살인자의 가족은 10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받다니 말이 되는가. 단단히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다. 청년이 여자를 죽인 이유만큼이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결말이다.
불행히도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이 케이스뿐이 아니다.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이와 비슷한 보상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더 쇼크를 먹었다. 패사디나와 글렌데일 일대에서 수년동안 젊은 여성들을 잔혹하게 연쇄강간 살해한 흉악범이 있었다. 범인의 주 타겟은 아시아계 여성이었는데 피해자를 강간 살해한 뒤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토막냈다고 한다. 범인은 결국 경찰에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범인은 감옥에서 탈출을 계획했다. 몇 개월에 걸쳐 침대 시트를 모았다. 고층건물인 교도소 꼭대기 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엘리베이터 지붕을 뚫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준비한 침대 시트를 옥상에 묶고 담을 타고 내려갔다. 그러나 범인은 건물의 높이를 잘못 측량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바닥까지 너무 많은 거리가 남은 가운데 시트가 모자랐다. 결국 건물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힘이 빠진 나머지 떨어지고 말았다. 범인은 죽지는 않았지만 전신마비의 중상을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형이 면제되거나 감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은 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0만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범인은 교도소측이 수감자의 안전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교도소는 비록 수감자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부상을 당했다고 할지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탈출을 시도하는 수감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범법자들이 보상을 받는 기이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정의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이따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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