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브롤레 콜벳 사랑 30년 존 매키완 사장, 콜벳 리스하는 직원에 유지비 일부 보조
북부 버지니아 교외에 늘어선 신생 테크놀러지 회사들이 눈송이처럼 녹아 없어지던 지난 크리스마스에 ‘테크놀러지발전그룹(TAG)’ 대표 존 매키완(47)은 신바람 나는 발표를 했다. 자신을 본받아 새 셰브롤레 콜벳을 리스하는 직원에겐 월 500달러의 유지비를 보조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직원들은 그 차를 출퇴근시 사용해야하고 회사 이름이 박힌 특수 번호판을 달아야 하며 차의 외관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등 몇 가지 규정에 동의해야 했지만 현재까지 3명의 직원이 기꺼이 응했으며 네 번째 차가 주문된 상태다. TAG은 부사장에게는 리스 경비를 전액 지원한다.
“아시다시피 경가가 썩 좋지 않은 이때 우리 회사도 최소한 이런 정도는 해서 도와야죠. 직원들 사기도 높이고요”라고 말하는 매키완은 이일을 인터넷 붕괴 이전 닷컴회사들의 물쓰듯 돈을 쓰던 시절에 제공하던, 근래 들어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특혜의 하나로 보지 않는다. 그의 회사 고객은 연방정부인데다 자신의 제안은 사원들의 단결심을 기르는 한편 사람들에게 콜벳의 신비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매키완이 콜벳에 매료된 것은 1970년대 해군사관학교 생도시절이었다. 주차장에 가득한 이국적인 스포츠카 중에서 그의 눈에는 유독 콜벳만이 보였는데 4학년이 돼야 차를 유지할 수 있는 사관학교에서 그도 1975년부터 콜벳을 몰았다.
콜벳은 요즘 20대보다는 향수에 젖은 베이비부머들에게 더 인기있는 편이다. GM사가 2차대전시 유럽에서 재규어, MG등 유럽 스포츠카 취향을 키운 미군들에게 어필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1953년에 처음 내놓은 콜벳은 2인승의 근육질 디자인으로 곧 하나의 아이콘이 됐으며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이 차의 팬들은 주말마다 모여 경주하고 대화를 나누며 켄터키주 보울링 그린 소재 ‘전국콜벳박물관’을 순례한다.
미니밴과 세단으로 가득 찬 TAG의 복잡한 주차장에 이제 빈 공간은 거의 바닥이 났다. 하지만 매키완은 빛나는 콜벳을 위한 자리를 더 넓게 잡은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 차가 볼품없이 긁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유지 보조비를 벤츠나 BMW까지 확장시켜 달라고 요구한 소수의 직원들도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매키완은 “여기는 개인회사고 내게는 특권이 있다”라며 미소짓는데 현재 흰 콜벳을 운전하는 연구개발 디렉터 조지 콜도 “이것은 자동차 프로그램이 아니라 콜벳 프로그램”이라고 맞장구친다.
지난 3년간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무료 혹은 저가로 자동차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했으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뛰어난 직원을 고용하고 유지하려는 목적 하에 탄생한 이런 일도 요즘은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상대 청부업자의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 TAG은 국방부등 연방정부 기관의 일을 하는 TAG는 이달 초 ‘국방정보기술계약국(DITCO)’에 315만달러의 장비 제공 계약을 성사시켰다.
20년쯤 전, 자기 집 차고에서 TAG을 설립한 후 버지니아주 교외 덜레스 소재 본사에 100명 이상의 직원과 지역 위성 사무실을 거느린 회사로 길러낸 매키완이 제공하는 콜벳 프로그램은 본사 직원중 60명에게만 해당된다.
자신의 사무실 옆으로 난 커다란 창문을 통해 직원들의 빛나는 콜벳들을 내다 볼 수 있는 매키완은 자동차 수당은 연간 추가 보너스 6,000달러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 “겨우 6,000달러를 써서 사람들을 회사에 붙잡아 놓는다면 효과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건 그저 내가 콜벳을 좋아해서 하는 일일 뿐”이라고 말한다.
4초만에 시속 60마일로 가속되는 405마력 엔진의 Z06 모델은 GM에서 가장 신속하게 제조되는 차량. 그러나 연료효율은 갤런당 시내는 19마일, 고속도로에서는 겨우 28마일이며 일반 차량보다 충돌시 50% 손실이 많고 도난율도 일반 자동차보다 3-4배 높다. 이 지역 가이코 보험에 따르면 새로 리스한 콜벳 쿠프의 보험료로 운전경력이 좋은 35세 남성의 경우 6개월에 최소한 542달러를 추정했다. 사고나 티킷을 받았다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만만치 않은 유지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하지만 TAG의 계약담당 디렉터 마릴리 겟츠는 금속성 초록색에 보스 스피커가 달린 새 콜벳이 한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 길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고 확언했다. 또 “콜벳에는 요란한 색이 어울린다”는 신념 아래 ‘밀레니엄 옐로우’를 고른 컨트롤러 마이클 에반칙은 “정말 경이롭다. 어딜 가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고 즐거워했다.
이 콜벳 인센티브를 고용전문가들은 황당하게 생각한다. 사장이 콜벳을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회사와의 연관을 전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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