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토종 민물고기 중에는 쉬리, 동자개, 꾸구리, 돌고기, 흰줄납줄개, 가시고기 등 특이하고 예쁜 이름을 가진 물고기들이 많다. 이중 우리들에게 낯익은 민물고기는 쉬리 그리고 가시고기. 쉬리는 맑은 물에만 사는 토종 담수어며 가시고기는 부성애를 상징하는 민물고기다. 가시고기와 쉬리는 베스트셀러로 돌풍을 일으킨 소설과 영화의 제목으로 인해 우리와 친숙해진 민물고기들이기도 하다.
오늘은 이중 부성애가 투철한 ‘가시고기’ 이야기를 해보자. 가시고기는 7cm 안팎의 작은 민물고기이다. 빨간 물체만 보면 소처럼 돌진하는 용맹스런 습성이 있고, 비록 굶어서 죽을지언정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먹이는 거들떠보지 않는 고집도 있다.
무엇보다 가시고기는 진짜 부성을 지닌 민물고기. 알을 낳은 엄마 가시고기는 매정하고 무책임하게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아빠 가시고기는 혼자 남아서 알을 돌본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그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 지키며 알들이 부화해서 2-3cm 자랄 때까지 새끼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부성애를 보인다. 새끼 가시고기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희생적으로 키워준 아빠를 버려 두고 제 갈 길로 가버린다. 새끼들이 떠나면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 버린다는 것.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사랑 받았던 조창인 소설 ‘가시고기’는 가시고기 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그려냈다. 따뜻하면서도 눈물겹고 가슴 시리게. 백혈병에 걸린 아들과 가난한 시인 아버지. 가난하고 무능하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 아들을 살려내지만 그 자신이 암에 걸려 죽어 가는 아버지의 이야기.
며칠 전 부성애를 일깨운 ‘가시고기’ 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한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암 병동에 입원해 있는 열 살 남자 아이 정다움. 다움이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고 아이를 아빠에게 맡겨 놓고는 재혼하여 프랑스로 떠나고. 다움이 아빠는 백혈병으로 죽어 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집도 팔고, 전세도 빼고, 시인인 자기 재능도 팔아 버린다.
골수 이식할 돈이 없어서 자신의 신장을 팔려고 하지만, 말기 암이라 신장을 팔 수도 없는 신세임을 알게된다. 결국 안구는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의 한쪽 눈을 팔아 아들을 살려내어 엄마에게 보내고 자신은 쓸쓸히 죽는 아빠의 목숨을 바친 희생적인 사랑을 다룬 스토리였다.
흔히 부모의 사랑은 모성을 중심으로 하고, 아버지는 권위의 역할로 어머니는 자식을 향한 눈물겨운 희생적 사랑으로 표현한다. 또한 사람들은 부성보다 모성이 더욱 위대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부성을 지닌 아버지는 더욱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어머니의 사랑이 강조되는 것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은 다소 그 표현이 섭섭하다고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 셋째주 일요일(올해는 6월 17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아버지날을 상징하는 꽃은 민들레라고 한다. 민들레는 밟으면 밝을수록 꼿꼿하게 다시 일어서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민들레와 같은 것이라 했나보다.
아버지는 아내와 자녀를 위해 항상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좋은 가장이 되겠다는 것은 말로야 얼마든지 할 수가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항상 ‘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야말로 자녀에게 보여줄 아버지 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되려는’이라는 마음가짐은 지금까지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변하고, 가정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는 한인들의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인 가정의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한인 아버지들이 나선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건강한 한인 가정을 만들고 자녀 탈선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 아래 ‘좋은 아빠들의 모임’이 11일 정식으로 첫 모임을 갖는 것. 이 모임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하는 한인은 누구나 환영하며 문호를 활짝 열어 놓고 있다.
‘가시고기’의 아빠 같은 마음으로 많은 아버지들이 참여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자녀를 기르기 위해 배우고 실천하는 아버지들의 모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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