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필자가 ‘영재교육’반에 조사팀(accreditation team) 일원으로 한 초등학교에 나간 적이 있었다. 우리의 의무 가운데 하나가 영재반을 평가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각자 혼자서 공부하는 학생, 그룹을 지어 공부하는 학생들, 또 선생님과 무슨 토론에 바쁜 아이들, 심지어 한 구석에 비스듬히 누어서 책 읽는 학생 등 가지각색이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 ‘차려!’ ‘경례!’로부터 시작하여 줄줄이 똑바로 앉아 공부하던 반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필자의 초등학교는 질서가 잡힌 데다가 하도 조용하여 우리들의 낮은 하품소리도 선생님의 시선을 끌었으니!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반 같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이 영재 반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질서(?)하다고 할 정도로 움직임도 많았고, 말도 많이 하고 학생들의 활동(activities)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떠드는 것 같았지만 시끄럽지 않은 토론의 음성! 자연스러운 질문의 응답! 일일이 선생님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행동!… 이 모두가 다 부러운 광경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한 구석에서 공부를 하던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I need some help!"하고는 자기 책을 나에게 내밀었다. 수학 책이었다. 수학을 잘 못하는 이 필자는 겁부터 났다. 영재반의 꼬마에게 무안 당할 일을 생각하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문제인가 파악도 하기 전에 그 꼬마는 "Just tell me, if it is an addition or a subtraction!"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그 반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내게 말한 마틴은 아주 영특한 아이인데 수학의 응용문제를 잘 못 푼다고 했다. 반면에 계산문제(computational skills)는 잘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계산기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고 했다.
"응용문제를 못 한다는 말은 독서(reading comprehension)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지 수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 것 같은데…" 필자의 이 제안에 따라 마틴에게 독서 이해력 시험(reading comprehension test)을 실시했다.
예측하였듯이 마틴은 연결시키는 능력(association skills)이 아주 부족했다(학계에서는 이런 두뇌를 애칭으로 ‘Swiss cheese brain’이라 불리기도 함. Swiss cheese는 독자들도 잘 아시다 시피 cheese 가운데 구멍이 나 있으나 다른 cheese보다 유난히 맛이 있다고 함).
I. 연결의 능력이 부족이란 무엇을 말하나?
A. 가끔 성격이 외곬수일 수도 있다. 이것을 잘 못 이해하고 고집이 센 아이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고집이 센 아이는 누구나 연결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B.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은 아주 좋아하고 성적도 좋으며, 싫은 과목은 싫어한다. 가끔 선생님이 나쁘다, 싫다, 불공평(not fair) 하다고들 불평하는데 아이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것보다는 이런 과목은 연결, 응용을 많이 요구하는 과목일 수도 있다.
C. 수학에 들어서는 응용문제를 싫어하고 또 가끔 잘 못한다. 가끔 원래 독서에 문제가 있어 응용문제를 이해를 못하는 학생과 혼동하지 마시기 바란다.
E. 시험을 볼 때 틀린 것을 보면, 쉬운 것은 오히려 틀리고 어려운 것은 가끔 맞음으로 꼼꼼하지 않고(attend the details) 대충만 한다고 오해를 받는다.
II. 마틴의 해결책
수학을 가르치지 않고 독서에서 네 가지를 전적으로 가르쳤다.
A. Skimming 학습방법을 가르쳤다-Skimming을 가르칠 때는 가끔 scanning 학습방법도 같이 가르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skimming이라 함은 읽을 때 전체적인 큰 윤곽을 잡기 위해 읽는 것이다. Martin의 경우는 수학에서 addition이나 subtraction을 못한 것이 아니고 전체의 윤곽을 잡지를 못했던 것이다.
B. Scanning 학습방법을 가르쳤다-읽는 도중에 자세한, 일정된 정보를 잡아내는 것을 말한다. Skimming은 보통 빨리 읽을 수가 있으나 scanning은 급하게 할 수는 없다. 읽을 줄을 몰라서가 아니고, 자세한데 특정된 곳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skimming과 scanning을 잘 하면 학생의 읽기 속도가 어떤 때는 빠르고 어떤 때는 느리고… 즉, 일률적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잘 읽는 것이다.
C. 지시를 따르는(following directions) 독서방법을 가르쳤다-하라는 지시대로 하는 것인데 그것이 생각하기보다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D. 우선 순위(priority)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지시사항을 다 읽고 무엇부터 먼저 다루어야 하고 나중에 할 것이 무엇인가의 우선 순위를 가려내야 한다.
III. Skimming과 scanning, following direction 등의 능력을 도모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도서를 추천한다(지면상 일부만을 소개함).
i. Alfonse, Where Are You? Wiskler, Linda; Crown, 1996, 28면
Alfanso 자신을 너무 잘 숨길 줄 알아서 바로 그 옆에 있는 새도 Alfanso를 찾지 못한다. 다음은 Alfanso가 새가 어디 있는지를 몰라 찾으러 나선다. 다음은 Alfanso의 친구들 마저 모두 찾으러 나서는 이야기.
주제: 지시사항을 따를 수 있은 능력 키우기.
ii. As the Crow Flies: A first Book of Maps, Hartman, Gail; Bradbury, 1991, 32면
독수리, 토끼, 까마귀, 말 등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을 일일이 지도로 만든다. 그 지도에는 섬, 항구, 등대, 바다 등이 다 있다.
iii. As the Roadrunner Runs: A First Book of Maps, Hartmen, Gail: Bradbury, 1994, 30 pages
사막의 동물들의 여행을 이야기하며, 그들의 여정을 통해 설명하는 이야기. 기차 정거장, 우물, 또 맛있는 풀들 등이 소개된다.
(지면상 다음의 책의 내용은 생략한다.)
iv. Bay Baboon,, Hadithi, Mwenye; Little Brown, 1993, 28면
v. Brown Cow, Green Grass, Yellow Melon Sun, Jackson, Ellen; Hyperion, 1995, 27면
vi. Buck, Benjamin, Alan; Simon & Schuster, 1993, 24면
vii. Chipmunk! Haas, Jessiel; Greenwillow, 1993, 21면
viii. Cock-A-Doodle Doo, Runcie, Jill; Simon & Schuster, 1991, 30면
ix. Do Like Kyla, Johnson, Angel; Orchard Books, 1990, 27면
x. Follow that Puppy!, Mangas, Brian; Simon & Schuster, 1991, 29면
xi. Go Away, Big Green Monster, Emberley, Ed; Little Brown, 1992, 30면
xii. Is It Time? Janovits, Marilyn; North-South Books, 1994, 24면
xiii. Jack and the Beanstalk, Faulkner, Matt; Scholastic, 1986, 48면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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