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가 한국 영화사상 각종 흥행기록을 모두 뒤바꿔 놓으면서 충무로에 웃음꽃이 넘쳐나고 있다.
더욱이 <친구>의 빅히트는 99년의 <쉬리>와 지난해의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은 3연타석 홈런이어서 영화계로 벤처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관객 700만명 동원이 고급 중형차 뉴EF쏘나타 3천대 생산과 맞먹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지만 영화계의 제작의욕 상승과 국민들의 문화적 자존심 고양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값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친구>의 성공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구석도 있다.
가장 걱정스런 대목은 스크린쿼터 문제. 배급업계에 할리우드 직배사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직배사들의 엄포에 눈길을 내리까는 극장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어서 한 영화의 독주는 다른 한국영화의 상영기회를 가로막는 측면도 있다.
현재 한국영화의 의무상영일수는 최소 106일. 그러나 <친구>가 전국 극장의 5분의 1에 달하는 117개 극장(16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다가 8일 현재에도 전국 29개주요극장에서 70일째 상영되고 있어 상당수 극장들은 <친구> 한편으로 올해 스크린쿼터의 절반 이상을 채우게 됐다.
여기에다가 올초까지 <공동경비구역 JSA>를 상영한 극장도 있고 <번지점프를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물> <인디언 썸머>등 그런대로 관객 동원에 성공한 작품도 있어 하반기에 영화를 선보이려는 제작사들은 몸이 달 수밖에 없다.
물론 흥행에 자신 있다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직배사의 압력에 밀려 관객이 잘 들고 있는데도 일찍 간판을 내리는 사례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고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그나마 스크린쿼터를 채우려는 극장주의 계산 때문에 상영기회를 얻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여러 차례 "한국영화 점유율이 40%에 이를 때까지 스크린쿼터를 축소할 수 없다"고 공언해왔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도 지난해 12월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4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때까지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서는 안된다"고 결의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상반기의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2.7%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IMF 이전까지 20%선에 머물던 한국영화 점유율이 99년과 2000년의 30%대 진입에 이어 올해 `꿈의 숫자’인 40%를 돌파하는 것이다.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통상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어 한국영화 점유율 40% 돌파를 빌미로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영화의 배급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크린쿼터를 줄이면 점유율이 급락할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 양보해서는 안된다"고강조했다.
<친구>가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켜가며 독주하다보니 다양한 장르의 균형적 발전에 짐이 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영화인들은 700만명짜리 영화 1편보다 100만명짜리 영화 7편이 훨씬 값지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친구>가 1년에 영화 1편 볼까말까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 했지만 계층별, 연령별, 취향별로 다양한 한국영화가 개봉돼야 새로운 수요를 계속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쉬리>이후 제작비의 대규모화가 가속화됐듯이 <친구>의 성공은 `깡패영화’의 양산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영화 한편으로 떼돈을 벌어들이는 이른바 `대박 신화’에 현혹돼 너도나도 `크게 불려서 크게 먹자’는 분위기에 들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99년 <텔미썸딩>이후 <친구>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계에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식으로 많은 극장을 잡아 대규모 홍보비를 쏟아붓는 방식이 일반화되다보니 <박하사탕>처럼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의 배급 및 홍보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혜준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은 "<친구>의 성공에는 그늘도 분명히 있으나 일부 영화인들의 우려는 상대적 빈곤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한국영화의 관객 흡인력 상승이 스크린쿼터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도 긍정적 효과를 낳고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깡패영화’ 바람에 대해서도 "기획력과 제작능력을 제대로 갖춘 제작사라면 이제는 한 작품의 성공에 편승해 덕을 보려 하지는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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