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극서 동시 열연 "연기자로서 큰 행운" 한 목소리
이 부부의 눈빛에 많은 시청자들이 압도당하고 있다. 유동근-전인화 부부.
남편은 KBS 2TV <명성황후>(극본 정하연. 연출 윤창범), 아내는 SBS TV <여인천하>(극본 유동윤. 연출 김재형)에서 각기 대원군과 문정왕후로 분해 연기력을 폭발하듯 뿜어내고 있다.
자세히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둘의 눈빛이 참 많이 닮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유동근은 그리 크지 않은 눈이고, 전인화는 큰 눈이어서 외형은 분명 다른데 눈에서 발하는 색깔은 ‘똑같다’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닮아 보이는 것.
89년 이후 계속 한 집에서 살아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까. 부부는 살면서 닮는다는데 이들은, 사생활에서 뿐 아니라 직업인 연기에서도 한 곳을 향해 같이 걸어가고 있다.
연기자로서, 부부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연기자로서.유동근→전인화: 그는 "연기자로서 장식을 하지 않는 게 큰 장점입니다. 생활에서나 연기에서나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장식을 별로 안해요. TV 탤런트 생활을 하면서 배우가 스스로에 심취해 뭔가를 꾸미려 한다면 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는데 그걸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3년 만에 다시 연기를 하더니 지금껏 못했던 것을 다 쏟아부으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게 보인다"며 칭찬이 대단하다.
전인화→유동근: 이런 남편의 칭찬에 아내는 "저런 상대역을 만난다면 참 행운일 것"이란 말로 모든 표현을 대신했다. 하긴 유동근에게는 이미 ‘사극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으니. "특히 사극을 하면서 이이는 우리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준비가 대단하죠." 자신은 주로 중궁전에 앉아있는 까닭에 야외 촬영이 별로 없이 세트에서 이틀만 촬영하면 되는데 비해 남편은 일주일에 하루를 겨우 쉴 정도로 전주 경복궁 민속촌 세트 촬영 등 일정이 빡빡해 미안할 정도라고 한다.
그러자 남편이 옆에서 "대사량이 엄청나다. 집에서 늘 대본을 끼고 산다"면서 아내가 결코 거저 연기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설명한다.
유동근은 긴 시간을 사극이라는 드라마 장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할애했다. 요즘 <태조 왕건>, <여인천하>에 이어 <명성황후>로 이어지는 사극 열풍에 대해 그는 "시청자들이 가짜로 만들어낸 현대극에 싫증이 났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대본이 미리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지어 촬영 현장에서 팩스로 한 페이지씩 받아보는, 일명 ‘쪽 대본’에 의지해 연기하게 되는 현대극의 제작 풍토는 고질병이 돼있다.
반면 사극은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서 미처 몰랐던 사실과 시각을 끄집어내고 이를 극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그리고 작가들 역시 나름대로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바탕으로 쓰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폭발력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연기자로서 두 사람은 "너무 큰 행운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 유동근은 <명성황후>의 대원군 역을 끝까지 고사했다고 한다. 아내가 <여인천하>를 먼저 시작했는데, 그 다음 이틀 자신이 등장하는 게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그런데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을 줄 몰랐다며 시청자들에게 감사한다.
▣ 부부로서.연기자가 아닌 부부로서 가정생활에 대해 질문하니, 이번엔 전인화의 말문이 트였다. "애 아빤 도대체 감격하거나 감동받지를 않아요. 사실 전 아이들이 1등상을 받아오거나 칭찬할 일을 하면 옆에서 같이 기뻐해주고 들떠줬으면 하는데, 늘 ‘응, 그래’ 그런 식이에요. 한껏 부풀려 있던 풍선이 배시시- 바람이 빠지는 것 같다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유동근은 옆에서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잘하는데 뭘"이라고 답한다.
아내는 이어 "전 아이들이 어디서건 특별대우를 받는 걸 원치 않습니다. 좌절도 해보고, 쓴 소리도 들어봐야 더 잘 살 것 같아요. 애들 아빠한테 서운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자라 언젠가 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이라 믿어요"라는 말로 남편에 대한, 가장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둘에게서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동지의식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거기에 세상에 단 두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가정을 일궈가고 있는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애정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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