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자부터 아버지까지 신원 정확히 확인, 유용성 알려지면서 개인 의뢰도 증가일로
디아나 랭크포드의 책상 위에 놓인 몇 벌의 속옷은 대개 의심하는 남편, 부인이나 애인이 빨래거리에서 몰래 꺼내 이곳, 테네시 소재 사설 DNA 실험실 ‘라이프코즈 내시빌(Lifecodes Nashiville)’에 보낸 것이다. 의뢰인은 사랑하는 이의 DNA가 제삼자의 것과 섞였는지 아닌지, 확실한 판정을 원한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믿고 1,390달러짜리 수표를 동봉하는 남편들도 많은데 이 실험실은 이 돈이면 무엇이건 두 가지 테스트를 해준다.
팬티 말고도 LN의 연구원들은 전국 기결수들의 DNA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장차 범죄와의 전쟁에 자료로 사용하게 하고 아버지임을 증명하는 테스트, 범죄현장 감식도 한다. 사우스 내시빌의 1만4,000평방피트 실험실에서 분석되는 연 6만개의 DNA 샘플중 90%가량은 정부에서 위탁받은 작업이 차지한다.
1996년부터 이 실험실에서 일해온 랭크포드는 그간 온갖 종류의 속옷을 테스트했으며 남이 사용한 탬폰, 콘돔, 손수건등에서 샘플을 채취했다. 따라서 고무장갑은 그녀가 많이 사용하는 장비. 실험실 디렉터이며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DNA 전문가 마이크 디구글리엘모는 “한 남자는 약혼녀의 속옷을 10-12장이나 보냈는데 그 약혼녀가 없어진 속옷들을 찾지나 않았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자기 일에 수반되는 음란하고 수치스러운 재미있는 이야기들 덕분에 디너파티에서 랭포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야기가 재미있어도 사규와 직업윤리상 절대 고객의 신분은 밝히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이 실험실 작업의 심각하고 실제적인 면을 보충하는 유머에 속한다. 법의학실 수퍼바이저로서 랭크포드는 살인, 강간, 근친상간 사건의 증거 샘플도 검사한다. 경찰국과 주 범죄 실험실은 너무 바쁘거나 다른 의견이 필요할 때 LN에 일을 맡기므로 랭크포드는 살인에 사용된 곡괭이, 시체의 뼈, 강간 케이스의 이불 등에서 샘플을 채취한다. 어떤 때는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이 머리카락 한가닥 뿐이기도 하다.
LN은 또한 친자 확인 테스트도 실시한다. 99%의 정확성을 가진 이 테스트는 누가 아버지인지를 확인하고 이민국 의뢰로 가족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비용은 550달러.
근친상간의 경우 경찰 수사관들은 LN에 대개 낙태된 태아를 가지고 검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 랭크포드는 조직 샘플로 태아가 강간으로 임신됐는지 아니면 같은 가족사이에서 생겼는지를 결정하는 분석을 한다. “참으로 하기 힘든 일이지만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게 되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죠”
바로 그 점에 이 테크놀러지의 희망이 있다. DNA 분석기술은 누가 누구 몰래 바람을 피우는가를 찾기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한다.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소재한 10년 역사의 라이프코즈 주식회사가 소유한 LN은 테네시를 포함한 6개주와 기결수 DNA 데이터베이스화 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내 50개 주는 일부 기결수가 복역중, 도는 가석방시 혈액이나 구강조직에서 DNA 샘플을 채취하는 것을 허가하는 법을 갖고 있다. 국립 ‘연합 DNA 색인 시스팀(CODIS)’ 데이터뱅크는 성범죄나 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DNA와 범죄현장에서 채집한 DNA를 색인 자료로 만들었다.
CODIS의 소프트웨어는 이 두가지 색인자료를 조사하여 범죄자를 색출하는데 이 자료는 각 주들이 그동안 적립한 데이터베이스를 제출함에 따라 서서히 커가고 있다.
DNA 분석은 사람을 잡아넣기도 하지만 풀려나도록 돕기도 한다. 1980년대 후반에 이 테크놀러지가 개발된 이래 85명이(10명은 사형수) DNA 증거를 통해 무죄임이 입증됐다.
DNA 검사 결과는 10억명, 심지어 1,000조명에서도 똑같은 유전적 구성을 가진 사람은 찾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데 극소량만 가지고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0센트 동전을 10억 조각으로 나눈, 핀의 끝보다 작은 각 조각을 나노그램이라 칠 때 과거 DNA 해독에 필요한 양은 20 나노그램이었으나 지금은 하나면 된다.
일반인이 이 DNA 실험실을 찾거나 자신들도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경로는 대개 “누가 아버지일까?”와 같은 흥미위주 타이틀을 내거는 토크쇼들 덕분이다. 어떤 고객은 인터넷을 통해 매릴랜드의 ‘셀마크 다이애그노스틱스’이나 캐나다의 ‘헬릭스 바이오텍(HB)’등 LN과 유사한 일을 하는 곳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변호사나 사설탐정을 통해 알게 된 사람도 있다. 어떤 실험실은 개인을 위한 테스트는 하지 않기 때문에 팬티같은 경우는 LN으로 보내진다.
폭행이나 살인과 관련, 전달되는 짧은 사건 줄거리 외에 랭크포드는 자신이 해독하는 유전자 지문을 가진 범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과 안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주차장이나 산책길에서는 물론 집에서 쉴 때도 훨씬 더 조심하게 됐어요. 단순히 빨래를 하거나 쇼핑몰에서 나오거나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당한 여성들도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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