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대학생
▶ 25개 고교대상 조사 4분의 3이 경험... UC버클리 지난 5년사이 2배나 증가
"시험치는 도중 교사가 교실을 잠깐 비우면 학생들이 서로 시험지를 비교하며 답을 고치는 경우가 많아요."
밴나이스 고등학교에서 12학년에 재학하는 한 한인학생은 AP 클래스에서도 커닝(cheating)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것은 미국 고등학교 어디서나 흔히 벌이지는 모습.
럿거스 대학의 도널드 맥카배 교수가 25개 고등학교의 4,500명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려 4분의3이 지난 1년간 최소한 1번 이상 커닝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머지 4분의1도 대부분 혼자 했어야 할 숙제나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등 가벼운 ‘부정행위’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4%는 에세이나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표절했다.
대학생의 경우, 절반이 커닝이나 표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커닝을 한 고등학생의 95%가 적발된 적이 없으며 34%는 부모와 커닝에 대해 대화조차 가진 적이 없다.
5월초 버지니아 대학(UV)에서 122명의 학생들이 학기말 리포트를 표절하다가 적발된 사건은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만연하는 커닝과 표절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버지니아 대학은 표절을 하다 들키면 바로 퇴학되는 ‘어너 규범’(honor code)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대학인데도 교수가 표절인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검사한 결과 한 클래스에서 122명이 표절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적발된 학생 중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어너 위원회에서 커닝사실이 확인되면 졸업장이 취소된다.
맥카배 교수가 99년 1,80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어너 규범이 없는 대학의 경우, 대학생의 45%가 커닝, 51%가 표절한 바 있으며 17%는 3회 이상 커닝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700개 미국 대학 중에 100개 대학은 어너 규범이 있는데 이와 같은 대학에서는 학생의 23%가 커닝, 42%가 표절, 6%가 3회 이상의 커닝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C버클리의 경우, 95년에서 99년 사이 신고된 커닝 케이스가 2배로 증가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들 사이에 커닝과 표절이 만연한 이유 중 하나로 커닝을 너무나 쉽게 만드는 테크놀러지를 들고 있다. 예전에는 커닝이라는 것이 남의 시험지를 베끼거나 커닝 페이퍼, 신발바닥, 손목 등에 노트를 적는 것이었으나 요즘 학생들은 페이저나 셀폰을 통해 시험문제를 다른 학생에게 알려주거나 인터넷에서 원하는 구절을 간단한 ‘Cut & Paste’로 표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학 진학에 대한 경쟁심이 심화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친구들은 물론 부모도 꿈의 대학에 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커닝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맥카베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가운데 무려 66%가 커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옛날에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주로 커닝을 했다면 지금은 수석 졸업하는 우등생들도 열등생과 다름없이 커닝하며 성별에 관계없이 남·여학생 모두 커닝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유명 선수들의 약물사용, 정치가들의 스캔들, 교수들의 표절사건 등 젊은이의 롤 모델들이 부정직한 방법으로 수확을 거두는 모습이 자주 청소년들의 눈에 띄어왔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나 교육자들조차 커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지나치게 많은 숙제 양과 스포츠 등 과외활동으로 숙제를 할 시간이 없는 데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많은 압력을 받기 때문에 커닝이나 표절을 한다고 말한다. 같은 조사에서 학생들의 60% 이상이 커닝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며 약 50%가 교사도 커닝이 적발된 경우 무시한다고 답변했다. 교사가 커닝을 무시하는 이유는 억척스런 학부모와 다투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그 이유는 앞서 지적한 대로 학부모의 66%가 커닝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표절이나 커닝이 적발된 경우에도 징계가 대수롭지 않다. 고등학교에서는 대체로 해당 시험에서 0점을 맞거나 심하면 우등생 클럽에서 제명되는데 그치고 대학에서도 어너 코드가 없을 경우 대체로 해당 과목에서 F를 받는 정도에서 끝난다.
그러나 버지니아 대학 표절사건을 계기로 커닝 문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이미 표절을 적발하는 웹사이트(www.TurnItIn.com 등)나 컴퓨터 프로그램(Eve2 등)이 교육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중에 나와 있어 많은 교육자들이 커닝 및 표절에 대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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