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특히, ‘인간 살이’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사랑 일게다. 소설을 봐도, 영화를 봐도, 텔레비전의 연속극을 봐도, 모든 노래의 가사를 봐도, 내용의 90% 이상은 남녀간의 사랑이 주제가 됨을 볼 수 있다. 사랑이 주제가 되지 않으면 흥행에 실패하기 때문에 그럴 런 지도 모른다.
사랑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진정한 사랑을 노래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려는 사랑은 기독교의 아가페 사랑이 아니다. 인간들 사이의 사랑 특히, 남녀간의 사랑을 말한다. 사랑은 감정이기 때문에 말로나 글로 ‘정확히 이거다’라고 표현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총각 처녀가 연애할 때는 손끝만 닿아도 전기가 ‘찌르르’ 올 때가 있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다 가져볼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다. 얼굴만 쳐다봐도 가슴이 ‘쿵쿵’ 뛰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음을 감지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랑이 일방적일 때 그 사랑을 사람들은 ‘짝사랑’이라고 부른다.
남녀간의 사랑은 상대적이다. 상대적인 사랑일 때에만 사랑은 싹트고 피어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 열매란 곧 결혼을 의미한다. 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을 느낄 때 가질 수 있는 마음의 행복감을 가치로 따진다면 이 세상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기에 그렇다. 연애하고, 결혼할 때 가졌던 이런 사랑의 감정을 계속해 유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을 살아오며 배우는 것 중 풀지 못할 한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을 통해 서로 결혼하고 살림을 차리고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갈 줄 알았던 부부가 헤어진다는 사실이다. 얼굴만 쳐다봐도 가슴이 쿵쿵거리며, 손끝만 만져도 찌르르 했던 사랑의 감정은 어디로 사라지고 ‘길은 이길 밖에 없다’며 서로 등을 지고 헤어지는 것이다.
이래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참으로 표현하기가 어렵게 된다. 결혼이 10년, 20년, 30년이 돼도 짜릿짜릿한 연애시절 때 사랑의 감정을 상대로부터 느낄 수 있는 부부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존재치 않는다면 ‘사랑은 변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변 하냐에 따라 사랑도 상황과 환경에 지배받는 하나의 감정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감각적인 육체적 느낌의 사랑은 세월이 가면서 변할지 몰라도 마음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음으로 서로 사랑함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더 아끼게 되고 더 감싸안을 수 있는 것은 아닐는지. 연애할 때의 짜릿한 감정은 느낄 수 없어도 무언가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것이 연륜에 의한 사랑이라 표현한다면 과히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남녀간의 사랑도 깊어 가면 무색무취해 지는가 보다. ‘무색무취(無色無臭)한 물’과 같아 아무리 마셔도 실증이 안 나는 사랑이 노부부들의 오래된 사랑일는지 모른다. 비록 손을 잡고 길을 걸어도 감각은 없지만 그 무감각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참으로 역설이지만, 연애할 때 그 황홀했던 느낌이 물처럼 무색무취해 질 때 인간의 사랑은 성숙해지는가 보다.
오른손에 왼손을 얹는다고 ‘찌르르’ 전기는 안 온다. 왜? 한 몸이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사랑이 세월 따라 깊어질수록 ‘쾌감지수’가 떨어짐은 서로 한 몸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오른손에 작은 상처 하나가 나면 왼손뿐만 아니라 온 몸이 아프게 된다. 이렇듯 아내나, 남편이 아파할 때 마음도 따라 서로 아파지며 측은해 지는 것이 ‘한 몸’같은 사랑의 원리가 작용하기에 그렇다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늘 상 마시고 사는 공기도 무색무취 하다. 그리고 우리의 생 속에 없어서는 아니 될 햇빛도 무색무취하다. 그러나 공기와 햇빛이 세상에 존재치 않는다면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이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남녀간의 사랑도 공기 같은, 햇빛 같은 원리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무색무취, 물 같은 사랑으로 변화의 상승선을 타는지 모른다. 공기와 햇빛이 모든 생물의 근간이자 생명력이라면 남녀간의 사랑도 사람이 사는 생명의 원동력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드라마와 영화, 소설과 모든 노래 속에 사랑이 주제가 됨은 어쩜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육체적으로 느끼는 쾌감지수는 세월이 가면 떨어진다. 그러나 마음으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간다. 무색무취한 사랑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구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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