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례좌담
▶ 2000년 센서스 미주한인 100만명 불과
LA 시 한인은 9만1,595명, 캘리포니아주 한인은 34만5,882명, 미국한인은 107만6,872명. 최근 발표된 2000년 인구센서스 통계다. 10년전에 비해 34.8%가 증가했지만 우리가 생각해오던 200만 재미한인 숫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부풀려져온 탓인가 아니면 한인들의 센서스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인가. 이번에 발표된 센서스 통계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
옥세철 논설실장, 박덕만 편집의원, 민경훈 편집위원. 권정희 편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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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편집위원: 이번 달에는 2000년 연방 센서스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미주내 한인 인구등 한인들이 궁금해하던 통계 숫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제일 먼저 의문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지금까지 한인들이 입으로 얘기하던 것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한국 정부 자료에도 미주 한인 수는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공식 발표에는 100만을 조금 상회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물론 불법체류자나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감안하면 다소간은 차이가 날 것이 예상됐지만 이처럼 2배 가까이 차가 나다니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 한인 인구는 34만으로 미 전체 한인의 1/3 수준으로 나타나 캘리포니아주 한인수가 전체의 1/3 정도라는 통설을 확인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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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실장: 한인 입장에서 볼 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된 느낌을 줍니다.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는 고사하고 남가주 한인인구만 50만이다, 60만이다 불러오지 않았습니까. 이 수치는 과장됐다고 쳐도 캘리포니아 전체 한인 인구가 30여만으로 집계된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한인들의 센서스 참여도가 낮았다는 생각입니다. 미국 전체 한인인구도 그래요. 턱없이 적게 나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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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만 편집위원: 한인인구가 정확하냐는 문제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센서스에서 발표된 숫자를 믿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유권자 등록에 참여 안 하는 것처럼 센서스에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불이익이 돌아올까봐 불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구조사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느냐”는 무관심에서 외면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의식이 전환되기 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인인구와 센서스에서 조사된 인구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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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편집위원: 한인사회에서 추정하는 숫자와 센서스 결과는 항상 차이가 났지요. 70년 센서스 결과 LA 일원 한인 숫자는 8,811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인사회에서는 이미 그 1년 전부터 한인 숫자를 1만1,000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캘리포니아 한인 인구를 20만으로 보던 80년의 센서스 결과는 10만3,891명으로 이때부터 한인사회 추정 숫자가 센서스 숫자보다 거의 두배로 차이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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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센서스 참여의 중요성을 그렇게 홍보했는데 이 정도밖에 한인 인구가 집계 안된데 대해 실망이 큽니다. 한인인구가 제대로 집계되어야 다민족 사회에서 한인들이 그에 상응한 혜택을 받을텐데 참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엇나가지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록의 기초가 숫자 파악이지요. 사실 한인타운에서 되어지는 일들의 대부분이 주먹구구식이 아닙니까. 인구수도 정확히 모르니 시장조사가 정확히 될 리 없지요. 한 커뮤니티로서 역사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수치가 없으니 전체적인 현황파악이 잘 안되고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만 남기게 되는 거죠. 숫자,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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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소수민족들의 숫자가 인구통계에서 누락되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어느 민족 할 것 없이 갓이민 온 소수민족들은 언어소통 문제, 홍보 부족으로 늘 상당한 숫자가 누락되어 왔습니다. 2000년 센서스에서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애를 많이 썼는데 한인 숫자를 보면 여전히 누락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센서스 참여가 이 땅에서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이 아직 덜돼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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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이번 조사 결과 특기할 만한 점은 미국 50개 주내 한인이 없는 곳이 없다는 점입니다. 중서부는 말할 것도 없고 백인인구가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노스다코타 등 북부 주까지도 한인들 숫자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뉴욕, LA에 이어 미주 한인 3대 거주지로 꼽히던 시카고는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수도 워싱턴 DC 일대의 한인이 40% 이상 크게 늘어난 점입니다. 이대로 나가면 머지 않아 DC가 시카고를 제치고 미국에서 3번째로 한인 인구가 많은 도시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지난 10년간 한인이 80% 이상 급증한 조지아의 애틀랜타와 텍사스 등 중동부와 남부의 한인 인구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동부와 서부에 집중돼 있던 한인 거주지역이 이민 연륜이 길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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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LA카운티가 미 전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임이 다시 확인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이 더 많지요. 그만큼 경제적 전망이 밝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LA카운티가 미국내 최대 인구 카운티가 되는 데에는 히스패닉은 물론이고 한인들도 한 몫을 했다고 봅니다. 한인은 LA카운티에서 아시아계로는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이민그룹으로 성장했으니 그에 걸맞는 역할도 해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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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남가주 아시안 인구는 10년 사이 35.2%가 늘어 370만명이 됐다고 합니다. 여기에 아시아계 혼혈이라고 응답한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420만명이 되는 셈이지요. 아시아계 중 중국인이 100만명 선으로 전체의 24%을 차지하고 있고 필리피노가 22%, 우리 한인은 15%로 3위를 점하고 있는데 베트남계가 14%로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이번 센서스 결과를 보면 하이텍 산업이 집중된 실리콘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북가주에는 인도계가 그리고 오렌지카운티 웨스트민스터를 중심으로 베트남계 인구 증가가 두드러졌습니다. LA타임스에서는 ‘베트남인 쓰나미 현상’이라고까지 이름 붙였더군요. 1980년대 월남 난민들이 샌디에고 인근 캠프 펜들턴에 유입되기 시작한 후 베트남계 인구는 무려 4배가 늘었는데 대부분이 신규 이민자가 아니고 미국 국내에 흩어져 살던 베트남인들이 오렌지카운티로 몰려든 결과라고 합니다.
아시안들의 캘리포니아 특히 남가주 집중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사실 다른 지역에서 비해 아시안이 많은 남가주에서는 차별을 덜 느끼지 않습니까. 동부나 중부의 도시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던 2세들이 남가주에서 겪지 못했던 인종차별을 겪고서 문화적 충격을 받는 일이 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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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번 센서스 결과와 관련해 미국사회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백인이 21세기 중반이면 다수인종의 위치를 잃게 되리라는 전망이었습니다. 백인 의식구조의 뿌리를 들춰보면 흑인 노예제도가 깊이 박혀 있다고 합니다. 유색인종을 밑으로 내려다보며 부리는 심리가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것이지요. 그런데 유색인종들이 백인 숫자를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백인들로서는 불안한 일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히스패닉 급증에 따른 상대적 위기감일 뿐 실제로는 21세기 내에 백인이 소수인종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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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20세기를 끝내는 2000년에 실시된 센서스 결과는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미 언론들도 크게 다루었지만 가정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새삼 던지게 한 게 이번 센서스 결과의 하나지요. 전통적 가정이라는 게 없어지다시피 했으니까요. 물론 아이들이 다 자라 부모 곁을 떠난 가정도 있지만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정이 크게 줄고 독신자 가정이 더 늘어난 게 충격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혼모 가정 급증도 주목할 상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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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또 이번 조사 결과 자녀와 더불어 사는 가구가 전체의 1/4 이하로 줄어들어 전통적 가정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이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핵가족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도 중반까지였으며 지난 5년 간은 안정세를 보였다며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은 전통가정의 붕괴가 가속화된 시기가 아니고 60년대 이후 계속되던 이런 현상이 멎은 시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혼율이나 미혼모 등 통계도 같은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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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결손가정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부모와 자녀들이 이룬 전통적 가정이 1/4밖에 안 된다니 이제부터는 ‘결손가정’이라는 말도 쓸 수가 없겠어요. 대다수가 외눈일 때 양쪽 눈이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편모 가정도 어렵지만 편부 가정은 더 힘들겠지요. 아버지 혼자 아이들 키우며 사는 가구는 지난 10년 사이 62%가 늘었다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자녀들을 키우는 여성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생한다면, 홀아버지들은 자녀 돌보는 일 자체로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는 일들에는 아무래도 남자들이 서툴지요. 여성 취업이 늘고, 이혼이 느는 추세이고 보면 아이 키우는 아버지는 점점 많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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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이 같이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인 가정의 형태에 급격한 변화가 오면서 미국의 사회구조는 물론이고 정치 아젠다에도 변화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가령 학교의 방학제도만 해도 그렇습니다. 두세달씩이나 되는 긴 여름방학은 미국 가정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할 때 여름철 농번기에 집에서 부모의 일을 도우라는 의미로 정해진 것인데 이제는 핵가정까지 무너진 상황에서 이 같은 방학제도를 그대로 두어야 하느냐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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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통적 가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개인주의적 사고라고 봅니다.‘우리’보다는 ‘나’를 우선시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 가정이라는 틀에 묶이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 가정을 거부하게 만들지요. 결혼보다 동거에 만족하고, 결혼을 해도 자녀 갖기를 기피하거나 연기하고, 부부간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이혼으로 결혼 자체를 끝내버리는 추세이니 가정이 희귀해질 수 밖에요. 가정이라는 개념의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한편으로 가정의 가치에 대한 계몽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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