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한 신혼부부가 부부재산 계약을 등기신청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결혼한 이 부부는 29세의 동갑내기로 남편은 공무원, 아내는 회사원인데 부부재산 계약서와 부부재산 목록을 작성하여 관할 등기소에 등기신청을 했다. 한국에서 부부재산계약을 등기신청한 것은 첫번째 사례이므로 관할 등기소는 대법원과 긴밀히 협의하여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를 확정, 이 부부의 등기를 마무리짓겠다고 한다.
이 부부가 3개월간의 협의끝에 만들었다는 계약내용은 너무도 파격적이다. 혼인중 취득한 모든 재산은 아내의 명의로 등기하고 부부의 급여와 공유재산도 아내가 관리하며 장래를 위한 저축도 아내 명의로 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어떤 형태의 채무에 대해서도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허락없는 남편의 채무는 아내가 책임지지 않으며 자녀양육비는 남편이 전액 부담한다는 것이다.
또 이혼시에는 혼인중 취득한 재산을 아내 70%, 남편 30%로 분할하는 등 이혼조건과 이혼사유도 규정하고 있다.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평등한 삶을 보장해 주기 위해” 계약을 했다고 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오히려 여자쪽이 훨씬 유리한 불평등 계약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재산이 남편 소유이다. 남자는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여자는 결혼후 가정에 안주하는 한국의 가정패턴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남편은 재산의 소유주, 그 돈에서 생활비를 받아 집행하는 아내는 종사자와 같은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집 문서와 집 문패에 남편이름이 붙고 그밖의 재산도 남편이 소유하는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이런 불평등이 사회와 가정에서 남녀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 불평등, 다시 말해서 남존여비사상의 기원은 대체로 경제력이 기인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인류의 경제생활이 시작되면서 체력이 강한 남자의 경제능력이 우수했기 때문에 남존여비의 사상이 굳어졌고 남존여비사상의 지배 아래서 모든 종교와 도덕이 성립되었기 때문에 남녀불평등이 고착화 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생산수단이 기계화되면서 여자들의 노동력이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고 20세기 들어 여자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여성의 정치적 평등권을 비롯한 평등운동이 본격화했다.
여자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남녀평등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미국여성들도 취업전선에서 일하지 않았는데 20세기에 들어와 의사, 변호사, 교사 등 전문직 여성이 생겨났다. 그리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산층의 기혼여성들이 직장을 떠나지 않게 되었고 날이 갈수록 이런 추세가 가속화했다. 그 결과 남녀평등운동이 대두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와 전문인력 뿐만 아니라 육.해.공군에도 여성의 진출이 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법과대학에서 여학생 숫자가 남학생 보다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장차 미국 법조계는 여성들이 지배한다는 말이 된다. 또 앞으로 컴퓨터 시대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역량이 더욱 강화되고 따라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상승될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남녀평등은 남녀의 경제력 평등, 즉 가정에서는 재산의 공유, 사회에서는 균등한 보수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경제력의 평등이 깨어질 때는 남존여비도 되고 반대로 여존남비도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한인가정의 경우 대부분의 여성들이 일을 한다.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거나 남편과 아내가 모두 직장을 갖고 맞벌이를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사일만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즐기지만 이민가정의 아내는 가사와 자녀양육, 직장생활의 3중고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런 고생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니다. 부부가 일하는 대부분의 가정은 부부 공동명의로 집을 사고 은행에 조인트 어카운트를 갖고 세금을 공동보고하는 경제적 평등을 이룩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부 재산 등기를 하지 않고도 남녀평등을 실현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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