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강자구(스토니브룩 한국학회 고문)
지난 주말에 아이젠하워 팍에 있는 골프장에서 공을 쳤다. 골프공이 숲속으로 들어갔다. 무심코 공을 찾기 위하여 숲속을 걷는데 갑자기 오리 한마리가 ‘쉿’ 소리를 내면서 성난 표정으로 목을 앞으로 길게 빼면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다름아닌 보초병이었다. 그리고 뒷나무 밑에 그의 아내 암놈이 조용히 앉아서 새끼들이 알로부터 태어날 날을 위해 정성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샛노란 색깔을 하고 뒤뚱대며 걷는 오리새끼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엄마오리가 새끼오리들을 보호하면서 그들이 평생을 살아갈 생존의 비법을 하나 하나 반복해서 몸으로 가르쳐 준다. 먹이 찾는 것, 나들이하는 것,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법, 그리고 조금 더 크면 어미오리는 새끼들을 작은 못으로 데려가 자맥질(diving), 물속에서 먹이 찾는법 등을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어미’는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가라고 ‘새끼’들을 입으로 쫓아 밀어넣는다.
인간세상에서 흔히 보는 ‘과보호’현상은 눈을 닦고 봐도 없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추우면 어린새끼들을 어미 나래 밑에 품어 따뜻하고 편안하게 쉬게 하고 때가 되면 강행군으로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연습이다 생존을 위한 절대절명의 훈련이다. 한여름이 가고 조석으로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면 새끼오리들도 이제 상당히 커서 나래짓을 연습한다. 그러다가 떨어져 죽는 놈도 있나보다. 참혹하리 만큼 철저한 자연의 법칙에 ‘적응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 철칙이다.
이렇게 하여 드디어 한 마리의 ‘새끼오리’가 세상을 ‘어미’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배우고 연습하며 이제 스스로 ‘독립’을 향하여 매일 매일 연습하고 살아간다.
‘오리’의 새끼 양육을 보면 ‘암놈(어미)’가 주역이다. 숫놈은 보초 즉, 암컷이 새끼들을 잘 양육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그리고 외침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도 이와 같으리라.
세상의 남편들이시여, 어머니들이시여! 이 오리에게서 배울 점이 없으신지.
오리 알을 인공 부화하면 어미 없는 오리새끼들이 많이 탄생한다. 이 때 빨간 장화를 신고 먹이를 주는 사람이 들어가면 빨간 장화만 보아도 새끼오리들은 따라간다. 어미인줄 알고 그리고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먹이를 주기 위하여 노란 장화를 신고 들어가면 새끼오리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어미가 아닌줄 알고. 다시 빨간장화를 신고 들어가면 따라온다. 어미가 다시 왔다고…
이 현상을 ‘각인’이라 한다. 대단히 중요하다. 예를 들면 어미오리가 알을 품어서 새끼가 태어나면 새끼들은 어미의 냄새나 색깔 등으로 어미인 것을 새끼의 머리속에 각인시켜 준다. 이로써 어미는 절대적인 존재, 보호자이며 믿고 따라다니고 의심 없이 배우고 같이 자고… 그래서 마음이 평안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동시에 일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어미로부터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새끼가 태어나자 하루만에 어미로부터 떼어놓으면 각인이 되지 않아 어미를 모르게 된다. 환언하면 세상에서 자기를 위하고 보호해 주고 잘못해도 모든 것을 맡아주고 용서해주고 감싸주는 어머니를,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10일이 지난 후에 어미에게 되돌려주어도 제 어미인 줄 모른다. 각인이 안되니까!(유학생들이나 바쁜 젊은이들이 어린이를 생후 2~3개월에 어린애를 친정에 보내버리는 것은 대단히 좋지 않다)
어미와 새끼 오리 사이에도 정을 주고 받고 자라야 새끼가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커서도 무리를 지어 살아야 편안하다. 그러나 각인이 안된 새끼오리는 어미를 잃고 외톨이 되어 어미와 자기 형제간에도 소속감이 없고 아이덴티티가 형성되지 못한다. 커서도 숫놈과 교제도 할줄 모르고 결혼도 타인과의 관계도 만들줄 모르고 정에 메말라 있으면서도 외톨로 지나게 된다.
사람도 이와 똑같다. 어머니가 임신, 출산 후에 아이와 피부접촉의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의 정서적 안정이 있다. 아이가 젖꼭지를 물고서 어머니와 장난치면서 감정의 표현을 배우고 어머니와 연습하면서 자란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자기 할일을 맡아서 하면서 남을 도와준다.
화목하고 우애 있고 남의 사정을 동정한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지도자가 되고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면 국민을 위한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치를 하여 국민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