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은 희 <호프국제대학 한국어 교육학과 교수>
외국인을 만나 ‘Korea’ 하면 생각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혹자는 ‘88 올림픽’을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끄럽게도 ‘남북 분단’이나 ‘IMF’를 생각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Korea’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들은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들 중에, 가장 긍정적이고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태권도’가 있다.
지난달 있었던 ‘다중문화 다중언어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하였다. 그 컨퍼런스의 기조 연설자로 참석하였던 Krashen 교수의 경력난에 ‘태권도 검은 띠’라는 항목을 발견하였을 때, 얼마나 그 자신이 태권도를 할 수 있으며, 검은 띠라는 사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Krashen 교수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2 언어 혹은 외국어 교육계에서는 ‘자연주의적 접근법’ 및 ‘언어습득 이론’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학자이다. 그가 저술한 수많은 저서와 학술대회 경력, 직위 등 그의 경력난에 넣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화려한 경력이 아닌, ‘태권도 검은 띠’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도 유단자도 못되는 실력이지만, 그에게는 그보다 자랑스러운 것이 없었던 것이다. 컨퍼런스에서 개인적으로 그를 만났을 때, 비로소 왜 그가 그렇게 ‘한국’이나 ‘한국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으며 또한 한국어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을 빌자면, 그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대해서 배웠고, 또한 한국사람과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 컨퍼런스에서 ‘태권도를 통한 한국어 교육’에 대한 발표를 하였을 때, 시범을 보인 어린 학생들의 태권도 실력과 그 절도 있는 모습에,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 학생들은 한인 2세 학생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말들은 영어로 이야기하고, 태권도에 사용되는 용어들은 한국어를 사용하였다. 유도를 배우기 위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쿵푸를 배우기 위해서 중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모든 경기 규칙이나 용어들이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 태권도 사범이 미국 학생들에게 ‘하나 둘 셋 넷’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어 습득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태권도를 배운 사람은 배우지 않은 사람보다 ‘한국’이나 ‘한국어’ 혹은 ‘한국사람’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았다.
태권도를 위해서 학습되어지는 한국어 내용들을 보면, 사람의 신체 부위, 기본적 동사, 인사법 등등 한국어의 기초단계에서 다뤄지는 대부분의 내용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은 한국어 기초단계를 모두 배워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태권도의 기본 철학과 정신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까지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금 세계에는 500만이 넘는 태권도 인구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한국어 학생이 될 수 있고, 또한 그들에 의해서 한국어는 세계로 전파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중고등학교에 한국어반 설립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한국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다. 한국어반 개설 및 증설을 원하는 학교의 학부모회에 태권도 시범단을 초청해 학생들 앞에서 태권도 시범회를 갖도록 권하고 싶다. 태권도의 절제되고 멋진 동작에 학생들이 매료되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것이다.
태권도는 우리의 자랑이며 또한 세계에 한국과 한국어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태권도를 배우는 사람은 한국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이며 한국어가 반드시 배워야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태권도를 통한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에 관한 한인사회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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