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호철(서강대교수, 현 UCLA 교환교수)
며칠전 한국일보(2001년 5월3일자)에는 북가주 어느 대학의 한 한인교수가 쓴 "한국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이 실렸다. 얼마 전 시카고에서 열린 한국학 학회에 다녀온 한 동료 아니면 선배 교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학의 정체성과 미국 대학에서의 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이 글은 여러 면에서 고민해 볼 문제들을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의미 있는 글이다. 특히 미국내의 "대부분의 한국학 학자들이 중국이나 일본 역사를 전공하다가 한국쪽으로 눈을 돌려 한국 전문가가 된 경우"가 많고 "몇몇 미국인 교수들 밑에서 한국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도 한국 사람이 없고 외국인"이라는 지적은 뼈아픈 중요한 지적으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글은 필자가 이 문제에 문외한이라고 전제한 뒤 한국학의 정체성에 대해 나름대로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학문 분야를 혼동하고 있어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즉 이 글은 한국학(Korean Studies)과 한국계 연구(Korean-American Studies)를 혼동하고 있다. 전자가 한 마디로 한국의 언어, 문화, 예술,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등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는 한국(Korea)에 관한 총체적 학문(한국학에 대한 이 같은 정의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유럽 등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이라면 후자는 미국의 소수민족으로서의 한국계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등 한국계(Korean-American)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전자가 한국이라는 특정 나라에 대한 ‘지역연구’(area studies)라면 후자는 한국계라는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연구(ethnic studies)이다.
필자가 두 분야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은 필자가 자신이 일하는 대학의 경우 "Black Studies, Asian American Studies, La Raza Studies(라틴계)라는 학과가 있지만 한국학과는 없다"고 개탄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즉 필자가 예를 든 학과들은 모두 미국 내 아프리카계, 라틴계, 아시아계를 연구하는 소수민족 연구들로서 여기에 대칭이 되는 것은 한국학과(Korean Studies)가 아니라 한국계 연구(Korean American Studies)이다. 그리고 한국계가 아시아계의 일부임을 생각하면 한국계 연구는 필자가 열거한 학과중 Asian American Studies의 한 부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Asian American Studies와는 별개로 한국계 연구가 독립된 과로 있으면 좋지만 아직 인구나 영향력 등에서 먼 이야기이고 사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긴 일본계나 중국계도 미국 대학에 독립된 Japanese American Studies, Chinese American Studies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인구나 영향력에서 아시아계와 비교가 되지 않는 라틴계 연구의 경우도 이를 다시 세분해 Mexican American Studies, Cuban American Studies, Haitian American Studies식으로 출신 국가별로 세분해 공부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한국학의 비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Black(Afro-American) Studies, Asian American Studies, La Raza Studies가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해 연구하는 African Studies, 아시아 지역에 대해 연구하는 Asian Studies,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대해 연구하는 Latin American Studies이다. 그리고 문제의 글이 소개한 시카고의 한국학 학회는 분명히 Korean Studies 학회였지 Korean American Studies 학회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문제에 대한 논문, 한국 사회의 흐름을 대중 미디어를 통해 분석한 논문, 즉 한국계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연구들이 주된 발표였던 것이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즉 한국계에 대한 많은 학문적 연구들이 나와야 하는 것은 사실이고 한국학이 한국민의 이민사와 그 연관으로서의 미국 내 한국계를 아주 작은 한 부분으로 다룰 수는 있지만 한국학 학회가 미국 내의 한국계 문제를 주된 주제로 다루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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