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최근 재정적자 상쇄수단으로 직원 4,000명을 대량 해고한다고 밝힌 직후 이 달에 개봉될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을 위해 500만달러짜리 초호화 시사회를 열 예정이어서 매스컴의 비난을 받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 3월로 끝난 2/4분기 재정결산 보고에서 발생한 인터넷사업 재구조로 인한 5억6,700만달러의 손실 보전차 전체직원의 3%에 이르는 4,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한편 디즈니는 오는 25일 개봉될 대형 액션로맨스영화 ‘진주만’을 위해 21일 호놀룰루의 진주만에 정박한 핵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사진) 갑판에서 시사회와 함께 호화 파티를 열 예정이다.
대규모의 하와이 및 해군 합창단과 800명의 군장성과 일반 군인 그리고 진주만 전투에서 싸운 재향군인 및 벤 애플렉을 비롯한 출연배우 등 총 2,000명의 손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이 호화파티를 위해 스테니스호는 샌디에고를 떠나 현재 호놀룰루로 항진 중이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영화 선전을 위해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은 할리웃의 관행이 되었지만 디즈니가 적자 탓에 대량감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500여만달러짜리 항공모함 선상파티를 연다는 것은 염치없는 악행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더구나 영화사들이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로 근검절약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전무후무한 마케팅 파티가 발표돼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스튜디오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즈니의 사치스런 항공모함 시사회는 시사만화의 조소거리로까지 등장했다.
유명 시사만화가 마이클 마티네스는 지난달 27일 만화에서 앞에 ‘영화 진주만’이라는 현수막을 매단 스테니스호에서 마치 전투기가 발진하듯 디즈니 직원들이 하나씩 바다로 내던져지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만화는 "아이즈너(디즈니 회장)씨 영화파티에 500만달러를 쓰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요. 당신이 1년에 7,280만달러나 받는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직원들을 바다로 내던진다는 일은 너무한 것이 아닙니까"라는 말에 아이즈너가 "이봐, 단지 4,000명일 뿐이야"라고 답하는 대사를 싣고 있다.
디즈니의 대량해고와 호화파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최근에 발표된 영화사 고급 간부들의 엄청난 수입 때문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증권거래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즈너의 지난해 총수입은 보너스 포함 7,280만달러. 그는 이밖에도 최근에 거덜난 인터넷 그룹의 3,770만달러 상당의 스탁옵션을 받았다.
AOL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회장은 스탁옵션으로 1억5,300만달러를 벌었고 패라마운트의 모회사 바이아콜 회장 섬너 레드스톤은 보너스 포함 1,700만달러, 폭스의 모회사 뉴스코프 회장 루퍼트 머독은 4,180만달러를 각기 받았다.
영화사들이 고급 간부들에게 지불하는 돈과 부수입과 특혜는 자고로 어마어마한 액수에 이르는데 디즈니 비판자들은 한 사람은 1년에 7.280만달러나 받으면서 구조조정 한다고 4,000명을 해고한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꼴불견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영화·TV 작가들과 제작자들이 보이고 있는 막바지 재계약 협상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 향후 3년간 1만1,500명의 작가들에게 지불할 총액 1억달러. 아이즈너 한 사람의 수입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켓이다.
올 여름 최고의 히트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진주만’은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그린 영화로 요란한 액션영화 ‘아마게돈’과 ‘록’을 제작하고 감독한 제리 브루카이머와 마이클 베이가 다시 손잡고 만든 제작비 1억3,500만달러짜리 ‘이벤트 영화’다. 벤 애플렉, 케이트 베킨세일, 조시 하트넷 등 젊은 배우들(제작비를 줄이려고 덜 유명한 배우를 썼다)이 나오는 액션과 로맨스를 고루 섞은 ‘타이태닉’ 스타일의 영화다.
’진주만’은 만들 때부터 빅히트가 예고되면서 올 여름 다른 영화사들은 이 영화의 개봉일인 25일을 피해 자사 작품 개봉 일을 잡고 있다. 그런데 디즈니는 ‘진주만’을 일본에는 러브스토리로 팔아먹을 계획이다.
한편 디즈니는 만화영화 부문에서도 총 1,000명의 직원 중 300명을 잘라내고 남은 사람들의 봉급도 삭감할 예정이다. 아이즈너 회장은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이 부문의 이익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어제까지 장사가 잘 되다가도 오늘 안되면 가차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미국 기업이다. 그러나 천문학적 숫자의 연봉을 받는 아이즈너가 자기는 한푼 어치의 양보도 않으면서 힘없는 직원들만 대량 해고한다는 것은 참된 기업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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