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국학의 장래가 걱정이야. 문제점이 많을 것 같아." S학장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보면서 시카고에서 열렸던 한국학 학회에 다녀온 그의 소감을 듣고 싶어 나는 "왜요?" 하고 물었다.
한국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그는 한국학의 현주소를 알고 싶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데도 한국학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한국학 학자들의 논문 발표를 들으면서, 학회의 비공식 모임에서 한국학 동정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되었지만 한국학이 무엇인가 하는 자신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은 얻지 못한 것 같다.
한국학이 한국말이나 한국과 관련된 문화, 경제, 정치, 예술을 가르치는 분야로서 한국인의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학문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 한국학에 대하여 나는 문외한이다. 한국학을 가르치는 이들도 당연히 한국계 교수들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한국학이 뭐예요?" 하고 S학장에게 물으려다가 너무 무식하게 보일까봐 "학회에서 어떤 종류의 논문들이 발표되었어요?"하고 물었다. 여성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한국 여성문제에 관한 논문과 한국사회의 흐름을 대중 미디어를 통하여 분석한 미디어에 관한 논문들이 주였던 것 같다고 했다.
발표자의 연구 업적을 보니, 대부분의 한국학 학자들이 중국이나 일본 역사를 전공하다가 한국 쪽으로 눈을 돌려 한국 전문가가 된 경우 같다. 몇 명의 미국인 교수들 밑에서 한국학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도 한국 사람이 없고 외국인이라고 하여 놀랐다.
한국말을 못하는 미국인 교수가 한국학을 가르친다? 그들은 누구한테 한국학을 배워서 가르치는 것일까? 혹시 일제시대에 일본을 통하여 한국 역사를 배운 것은 아닐까? 그러면 그들이 가르치는 한국학 내용이 무엇일까? 궁금하여지기 시작하였다.
한국학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학문인가. 한국 정치, 경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한국학인가,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한국학인가, 이민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한국학인가. 한국학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할수록 더 모를 것 같다.
만약에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한국학이 한반도 정책전문가들을 양성하고 한국의 경제를 분석하는 전문가를 배출하는 학과라면 한국계 학생들의 부재가 걱정이 된다.
만약에 한국학이 후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아이덴티를 심어주는 교육이라면 한국말을 못하는 교수가 한국 역사나 한국 예술을 가르칠 터이니 한국인의 정서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싶어 염려된다.
만약에 이민역사와 이민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한국학이라면 주류문화를 이해하고 코리안 아메리칸의 경험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할 터인데 이민 경험이 없는 학자가 우리들의 경험을 학문적인 이론에만 맞추어서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하여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한국학이 무엇이에요?"라고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할 때, 한국학의 정체가 윤곽을 갖추고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한국학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여지게 되면 한국학의 연구 포커스도 뚜렷하여 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이 틀을 짜놓은 한국학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인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국학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최근에 일본에서 일어난 우리의 역사 왜곡이 한국인이 사는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자. ‘우리의 삶’을 연구하는 한국학을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역사를 우리들의 손으로 쓰기 위해서 한국학이 무엇을 가르치는 학문이며 어떠한 의미를 우리들에게 부여하는가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은 문제 해결점을 찾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긍지와 아이덴티를 학문으로 예술로 미디어로 타민족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외국인 교수가 아니고 우리의 정서를 알고 있는 한인 2세가 가르치도록 인재 양성에도 한인 커뮤니티가 힘써야 한다.
내가 일하는 대학에는 소주민족 단과대학이 있다. 단과대학에 Black Studies, American Indian Studies, Asian American Studies, La Raza Studies(라틴계)라는 학과가 있지만, 한국학과는 없다.
남들이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하여 줄 때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 손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에서 몇 년 전 가주 국제문화대학은 한국학 석사과정을 설치하여, S학장의 리더십 아래 한국학 프로그램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가주 국제문화대학에서 한국학 깃발을 들고 행진을 시작하였다. 한국학 행진이 한국인이 주류가 되어 움직이는 대열이 되도록 모두 함께 참여하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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