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사회는 2년마다 한번씩 곤욕을 치른다. 그 곤욕은 다름이 아니다. 평화통일 자문위원-줄여서 평통위원-인선을 둘러싼 한바탕의 곤욕이다. 사실 ‘한인사회’라고 표현은 했으나 ‘조용한 절대 다수’가 포함된 전체 한인사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 등을 중심으로 한 좁은 의미의 한인사회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평통 인선은 오직 이들 ‘시끄러운 소수’의 관심사일 뿐 조용한 절대 다수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정경 LA 총영사를 만났다. 또 다시 평통 인선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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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총영사로 부임하신 지 벌써 두 달이 지난 것 같습니다.▲그렇습니다. 세 가지 일이 한꺼번에 겹쳐 상당히 바쁘게 지냈습니다. 월드컵 후원회 문제와 가극 ‘팔만대장경’ 공연 문제에 평통 인선 문제가 겹쳐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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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총영사를 지내셨는데 LA 한인사회와 비교할 때 어떻게 보십니까.▲한인사회의 규모나, 인적 자원이나, 또 노하우 축적 등에서 비교가 안됩니다. LA 한인 사회가 10배 정도는 크다고 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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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는 너무 한국 지향적이 아니냐 하는 말들이 많습니다.▲그런 느낌이 듭니다. 하와이 경우는 이민 3세, 4세가 주축을 이루면서 한인사회가 주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LA 한인사회가 본국지 향인 것은 아무래도 1세가 주축이 된 탓이겠지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한국에 관심이 그만큼 많고 또 한국 정부 일에 협조적이라는 점에서 고맙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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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가 지나치게 본국 지향이라는 점과 관련해 빠질 수 없는 게 평통 이야기 같습니다. 역대 총영사들이 평통 인선 때마다 상당히 곤욕을 치렀지요. 평통 인선도 인선이지만 평통회장 선임 때면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었지요. 과거 적지 않은 평통회장들이 본국 정치계 실세와 줄이 닿아 회장에 선임된 게 사실이 아닙니까. 올해도 벌써부터 여러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개가 한국에 가서 실세 누구를 만나 운동을 하고 있다, 10대 평통회장 자리를 놓고 아무개 아무개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등의 소리 말입니다.▲제가 하와이 총영사 재직시 총영사관에서 추천한 분이 평통회장이 됐습니다. 올해 평통 인선에서 최대한의 투명성을 보장하겠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나 자신은 한 명도 평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LA 평통자문위와 단체장들과 함께 상의해 평통 인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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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총영사들도 단체장들과 협의해 평통 인선에 최대한의 공정성을 기하려는 노력을 폈지요. 그런데 인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이 많았지요. 불공정한 인선이라는 거죠.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빠진데 대한 불만입니다. 또 평통회장 추천과 관련해서는 더 말이 많았습니다. 총영사한테 그처럼 고분고분 대하던 인사가 막상 자신이 추천대상에서 빠지자 육두문자를 쓰며 행패를 한 경우도 있었지요.▲LA 총영사로 올 때 이미 각오했지요. 사실 본국 외무부에서도 ‘LA 총영사’라고 하면 중요한 자리지만 ‘겁나는 자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막상 부임해보니 그렇지도 않아요. 좋은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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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잡음이 하도 많다 보니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왜 평통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지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평통이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면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국과의 관계에서 볼 때 긍정적인 면이 더 많지요. 미주 한인사회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주는 게 평통이라고 봅니다. 평통 내에 주요 단체장들이 거의 다 들어와 계심으로 본국과의 대화 마련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한인사회가 2세, 3세로 넘어가면 이런 역할은 더 중요해지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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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북한 정책이 크게 변했습니다. 그러나 현 평통위원중 상당수는 현 정부 통일정책과 상당히 다른 북한 정책을 폈던 과거의 정권시절부터 평통에 몸을 담아왔습니다. 평통자문위는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자문해주는 기구인데 현 정부의 북한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면 당당히 소견을 밝히고 평통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되는 것 아닙니까. 새로운 평통 인선과정에서 이 점도 고려가 됩니까.▲모든 일에는 찬성의 의견이 있으면 반대 의견도 있는 법입니다. 평통 위원중 약간의 다른 관점을 보이는 분이 있다고 해서 해롭다고 볼 수는 없지요. 그런 분들을 포용해야 민주주의니까요. 그런 부문이 평통 인선에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요시되지도 않습니다. 장기 연임자 비율을 30% 이내가 되도록 하라는 등 40% 가까이 평통위원을 교체하라는 인선 지침이 정부에서 내려와 있지만 LA 한인사회의 특성을 고려 할 때 너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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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관과 관련해 나도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총영사관 단골손님’이 따로 있다는 거죠. 정치적으로 보면 단골손님들은 대개가 친정부 인사지요. 역대로 그래 왔지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무언가 반대 급부를 얻으려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특정 인사들하고만 자주 접촉을 하다 보니까 영사관 시책이 균형을 잃고 편향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 점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가급적 많은 분들을 골고루 만나고 특정인과 사적으로 어울리는 시간을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총영사의 역할은 직접 나서서 한인사회의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동포들이 하시는 일을 지원하는 게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부임해서 충격 받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LA 카운티박물관에 일본관은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데 한국관은 너무 초라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관을 확장하는데 한인 동포들이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 일에는 영사관에서도 적극 도와야겠지요. 한국 문화를 미주류 사회에 알리는데 힘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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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복절 경축행사와 관련해 LA 한인사회에서 한 해프닝이 발생했었지요. 이른바 ‘친북한 단체’ 인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경축행사를 마련한 것입니다.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친북한 단체들도 끌어안자는 취지에서 공동 경축행사를 마련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총영사는 이 경축 행사장에 참여 안 하는 등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같은 문제에 영사관이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북한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부인되거나 인정되지 않는 자리에는 총영사관이 참석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은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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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사회를 처음 대할 때 특별한 인상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떤 특징도 포착이 됐으리라 보는데요.▲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너무 본국 지향적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인들의 에너지가 너무 내부적으로 발산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인의 힘이 주류사회와 이웃한 소수계와의 연대 등으로 발산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주류사회에 진출해 1등 시민이 되고 각 분야에서 보다 많은 동포들이 당당히 제몫을 해낼 때 미주 한인사회의 역량이 그만큼 커진다고 봅니다. 그럴 때 미주 한인사회는 본국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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