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 퍼시픽 디자인 센터에 들렀다가 무척 진귀한 카핏을 보았다. 손으로 저렇게 정교하게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화려하고 정교한 구도와 문양, 그리고 환상적인 색상,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본 멋진 앤틱 카핏 소장품처럼 천상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묘한 느낌의 그 카핏은 400년된 제작된 대형 벽걸이형 고가품이었으며 그리스 신화와 같은 신비로운 경이감마저 들었다. 그 아름다운 느낌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카핏 하면 페르시아의 화려한 기하학적 문양의 에리어 러그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렇듯 멋진 도안과 예술적 가치가 담긴 직물로 제조된 것은 유목민족의 생활부터였으며 이동중 정착하는 곳 바닥에 임시 거처로 깔게 된 때부터 유래한다고 한다.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고 소재가 다 천연이라는 점이 정통 고유한 카펫의 매력이며, 현재 기계에 의해 생산되는 바닥 전체를 덮는 의미보다는 부분적인 깔개의 에리어 러그의 의미가 더 강하다. 에리어 러그는 리빙룸이나 다이닝 세트 밑, 현관 앞, 욕실 앞, 싱크대 아래, 콘솔이나 침대 발치공간, 러브체어나 작은 거실, 서재 등에 쓰인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화려한 문양의 러그는 제작 지침서인 타림 덕분에 가능했다. 요즘은 노샤라는 그래픽 종이를 쓰는데 알려주는 대로 짜 내려가면 같은 문양의 카핏이 만들어지지만 숙달된 기술이 요구되고 숙련공일 경우 하루 만개의 매듭을 잇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려야 하나의 러그를 완성할 수 있다. 깊은 정성과 많은 시간을 들여서야만 예술작품이 나오므로 왕궁에 납품하던 카핏은 10년 이상 걸렸다는 말이 수긍이 간다.
유목문화 특유의 자연적 환경, 꽃과 넝쿨, 신비한 동물과 종교성이 반영된 독특한 색채와 무늬들을 통해서 당시 페르시아인의 예술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실용품임과 동시에 예술품이었던 카핏은 당시로선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고, 카핏 짜는 솜씨는 장차 신붓감의 센스와 재주를 가름하는 기준이기도 했으니 일상과 무척 밀접한 문화로서의 가치도 가진다.
페르시아 카핏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으로 전해졌고 십자군을 통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화려함을 즐기던 유럽인에게 크게 어필하여 수요가 많아지자 대량 기계생산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기계생산은 대중적인 보급에 기여했으나 그 가치는 수제직을 능가하지 못한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희귀성과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앤틱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는 점, 디자이너의 사인이 들어간 레벨의 가치성까지 수제직은 자부심을 더해 준다.
기계직 카핏은 벨기에,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고 수제직 제품은 과거 찬란했던 페르시아와 파키스탄, 터키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보온과 소리 흡수라는 실질적인 기능과, 집 분위기를 보다 따뜻하고 멋스러우며 편안하게 하는 장식적 기능까지 포함하여 클래식한 페르시아 전통 카핏에서부터 모던한 인테리어를 반영한 모노 톤의 카핏과 현대적 감각의 스타일까지 형태 또한 더 다양해지고 있다.
거실이나 다이닝룸에 나무나 돌 등이 깔렸을 땐 에리어 러그는 차가운 느낌을 없애거나 긁힘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카핏이 있어 더 아늑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에 맞는 여러 형태의 카핏을 시도해 보자.
전통 문양의 페르시안 카핏을 앤틱 가구가 많은 거실에 깔아 클래식한 스타일로 꾸며주기도 하고, 같은 문양이 반복되는 독특하고 따뜻한 느낌의 양모 카핏으로 특별한 장식이 없는 모던한 실내에 스타일을 내주기도 하자.
단순하거나 깜찍한 스타일의 원이나 각종 모양의 러그를 아이들 방과 원형탁자나 의자 밑에 놓아 귀여움을 나타내기도 하고, 실을 두껍게 꼬아 끝처리를 둥글게 하여 감각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유도해 보기도 하자.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이 나는 원색을 사용하여 쉽게 눈에 띄는 강렬한 문양의 카핏을 놓을 땐 카핏 자체가 강하므로 주변이 단순한 공간이 되게 하여 대비 효과를 주고, 스패니시 칙 스타일로 꾸미고 싶거나 거실 분위기를 한번쯤 바꾸고 싶을 때 시도하면 좋다.
질 좋은 카핏의 구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핏의 조밀성, 그 밀도와 짜임새가 카픽의 판별을 가름한다. 밀도가 높을수록 디자인이 선명하고 먼지의 발생량 역시 적기 때문이다. 쉽게 눕거나 파일이 원상태로 회복이 빠른 지도 중요하며 소재가 천연인지 카핏 뒷면의 파일이 규칙적으로 박혀 있는지 표면의 커팅이 바로 잘 되어 있는지 원산지와 제조지, 취급 회사가 표시되어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카핏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파일의 소재나 기계직인지 수제직인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실크나 울, 커튼 등이 아크릴이나 화학섬유보다 비싸고, 예술적인 가치가 뛰어나는 것은 더더욱 비싸다.
보편적으로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매듭수인데 앤틱 카핏인 경우 이 기준도 적용되지 않는다. 페르샤 카핏중 제작된 지 25년까지는 뉴 카핏으로 간주하고 30~40년이 된 카핏은 세미 뉴, 40~60년이 세미 올드, 60~80년이 지나야 올드, 85년이 지난 것을 앤틱으로 구분하고 오래된 것과 마찬가지로 보존 상태에 따라 그 가격이 올라간다.
또한 카핏은 손질이 중요하며 잘 보관해야 더욱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몇 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흠 없이 잘 보관되어 온 카핏은 감탄을 자아낸다. 기계직인 경우 2~3일에 한번 진공 청소기로 청소하며 파일을 잘 쓸어 주고, 한 두달에 한번씩 중성세제에 물을 타서 수건을 꼭 짠 후 파일결에 따라 잘 닦아주며 수제직인 경우 진공청소기를 가급적 사용치 않고 카핏을 뒤집어 반나절 말린 후 카핏 뒷면을 막대기로 두드리거나 먼지를 잘 털어 내도록 한다. 말아서 장시간 세워두면 모양이 변하니 주의하고 오랜 시일 보관해야 할 때는 해충방지약을 넣어 습기를 피해 눕혀 두도록 하자.
햇빛이나 강한 자극은 피하고 혹 얼룩이 지면 헝겊 등으로 즉시 물기를 흡수하고 물이나 소다수로 상황에 맞게 딱은 후 드라이기로 충분히 말려줘야 한다. 탈색의 우려가 있는 강한 약품은 피하고 눌린 자국은 미지근한 물을 분무기에 담아 살짝 뿌려주면서 빗으로 결을 잡고 건조시킨 후 사용하면 된다.
바닥의 화려함과 우아한 공간 창출에 빼놓을 수 없는 카핏, 에리어 러그는 폭신하고 매끄러운 감촉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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