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동취재-한인타운 PC방 ‘대체 어떤 곳이기에...’
▶ 스릴만점 폭력물, 들뜬 분위기, 부담없는 입장료.. 저녁마다 북적
지난 23일 밤 9시. 한인타운 윌셔가에 있는 PC방.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 고교생 박모(17)군의 손놀림이 잽싸기만 하다. 게임에 통달한 ‘매니아’임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10여분 이상을 뒤에 서서 게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너무 열중한 나머지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박군이 그토록 흠뻑 빠진 게임은 요즘 PC방을 드나드는 청소년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다는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
기관총, 소총, 권총, 칼등으로 무장한 주인공이 적군의 요새에 침입, 살벌한 전투를 벌여 악당들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게임이지만 10대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박군은 전했다.
한 45분쯤 지났을까 한 자리 건너서 게임을 하고 있던 친구가 박군에게 "늦었다. 그만 일어나자"고 명령하듯 말했다. 마지못해 PC방을 떠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 업소 종업원은 "밤 10시가 되면 미성년자들의 출입을 금하므로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되면 알아서 나간다"고 귀띔했다. 밤 9시께 PC방에 있던 14명의 고객중 6~7명이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었는데 10시가 넘자 하나둘씩 귀가했다.
매일 밤 청소년들로 득실거리는 6가와 알렉산드리아 인근의 샤핑몰 안에 있는 PC방에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같은 날 밤 10시15분께. 이 곳에는 한인, 히스패닉, 필리핀계 등 20여명의 젊은이들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업주에게 "청소년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요즘은 경찰이 단속을 자주 돌아 밤 10시부터 입장하는 손님들의 ID를 철저히 체크한다"며 "밤에는 20~30대가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PC방의 고객은 어린이에서부터 10대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하며 최근에는 여성 고객도 눈에 띄게 증가, 전체 고객의 20%에 달한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업소측에 따르면 학생과 청소년들은 오후 5~10시에 많이 몰리며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회사원이나 유흥업소 근무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청소년들이 PC방을 찾는 주 이유는 여러 명이 어울려 게임을 할 수 있고 컴퓨터 네트웍과 연결돼 다른 사람과 맞붙을 수 있는 경쟁심으로 재미있고 게임에 몰두하면 공부와 부모 등 스트레스를 모두 잊을 수 있기 때문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 PC방에서 이름을 케빈(19)이라고 밝힌 한 청소년은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것보다 PC방에서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며 "집이 글렌데일이지만 일주일에 2~3번은 꼭 들른다"고 말했다.
이 청년과 함께 게임을 하던 한인 조모(25·LA)씨는 "PC방에 오면 컴퓨터가 네트웍으로 연결돼 다른 사람과 서로 맞붙을 수 있으며 여러 명이 한 팀이 돼 게임을 할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씨는 "어른들도 한번 해보면 재미있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소년들이 PC방을 찾는 또다른 이유는 비용이 비교적 싸다는 것.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6가와 알렉산드리아의 이 PC방의 경우 10달러를 내고 평생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만 900명이 넘는다. 회원일 경우 시간당 2달러, 비회원일 경우 시간당 3달러를 내야 한다.
PC방을 찾는 청소년들이 즐기는 또 다른 파트는 채팅 룸.
한 PC방의 경우 60여대의 컴퓨터중 절반이 게임용이며 20여대는 화상 채팅용, 10여대는 일반 채팅용이다. 화상 채팅용 컴퓨터들은 사람 한 명이 들어가 앉는 업소 뒷편 밀실에 설치돼 있어 사용자가 혼자서 조용히 즐길 수 있다. 채팅을 하는 고객도 3~4명 있었는데 얌전한 학구파들이 게임대신 채팅을 주로 하는 것 같았다. 채팅 룸 안에는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식당까지 있어 배가 출출해지면 카운터에 가서 컵 라면, 포테이토 칩, 초컬릿 등 간식을 저렴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 업주는 "PC방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카페식 PC방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밤 1시가 지났는데도 10여명의 고객들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PC방이 한인타운의 대표적인 젊은이 놀이문화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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