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대중적 인기, 미국인들 자주정신의 발로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건 간에 "수잔 엘리스"는 숫자에 따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잘한 일이었다. 그녀가 완성해낸 작품은 패밀리 룸이나 벽난로 선반 위에서는 괜찮게 보일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어찌 보면 제멋대로 했기 때문에 영웅이 됐다.
엘리스는 ‘미국 역사박물관’이 12월31일까지 열고 있는 ‘번호 따라 그리기: 1950년대 취향의 평가’(Paint by Number: Accounting for Taste in the 1950s) 전시회에 출품한 작가중 한 명이다.
그녀는 50년대 중반,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미국에서 수백만개가 팔려나간 번호 따라 그림을 그리는 키트 중의 하나인 ‘겨울 그림자’(Winter Shadows)’를 설명서를 따르지 않고 집 앞의 차도 지워버리고 담장도 길을 따라가도록 자기 마음대로 고쳐서 그렸다. 붓놀림조차 설명서에 저항하는 듯 성급하고 엉성하기까지 하지만 이 그림에 엘리스는 번호대로 그린 사람들은 별로 하지 않은 일인,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엘리스의 완성품은 이곳 박물관에 다른 두 점의 ‘겨울 그림자’ 그림들과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똑같은 번호 따라 그리기 키트를 가지고 그린 같은 주택, 나무, 눈의 세 가지 다른 해석이 걸려 있는 것이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세 명이 여가시간과 같은 모양으로 집은 생겼지만 거실 소파 위에 걸 그림은 없던 당시의 소비자 문화와 예술적 취향의 충돌에 참가한 것이다. 단순하고 평온한 것이 중산층답게 일치하는 비슷한 느낌의 다른 두 ‘겨울 그림자’에는 서명이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번호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을 부끄러워했다는 것은 아니다. 큐레이터 래리 버드는 약 200여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래도 서명을 몇 개는 발견했다고 말했다. 먼지를 털고 나면 보일 것 같은 작은 이니셜과 이름도 있었다.
미국인들은 자존심이 있으나 특별히 독창적이지도 않다. 그리고 대부분은 미술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종종 다른 사람의 재주와 스타일을 복사해 슬쩍 자신의 것인 척하는, 사람들의 자만에 관한 탐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박물관장 스펜서 R. 크류에 따르면 "모든 박물관 관람객의 86%가 번호 따라 그리는 그림에 관해 잘 알고 있으며 55%는 실제로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이 번호 그리기는 37번의 쉬운 레슨을 통해 오르간 연주를 매스터하기나 할리웃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결말을 찾기 위해 테스트 마케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하면 그림에서 출발해서 이어져 나온 "번호를 따라" 사는 일은 주어진 메시지에 따라 완벽한 생활방식을 조립하는 길이 돼 왔다. 미국 사람들이 번호 따라 그리기 키트를 1954년에만 1,200만개를 사들일 무렵 사람들은 고급 요리, 현대식 거실 장식, 최신 유행 옷 만들기, 선물용 장식 책 제작 등도 그림처럼 완벽한 설명서를 따라서 자기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번호 따라 그리기 키트중 베스트셀러는 ‘최후의 만찬’이었는데 이 키트의 밑그림을 그린 남성은 폴란드의 나치 집단 수용소 생존자로 수용소 시절 식당 벽에 과일 그림을 그리라는 명령을 받은 적도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예술과 문화 애호가들은 번호 따라 그리기의 열풍에 진저리를 쳤지만 이것이 곧 TV가 오락의 중심이 되면서 인기와 판매가 급속 추락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당시는 모든 사람이 이 취미에 빠져들었다.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 취미로 걸작을 만들려했다.
그래도 평론가들에게 이 그림들은 저급하고 지루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로 다루어지는 장면은 파리의 보도, 시내와 둥근 언덕, 산과 나무, 강아지와 새, 그리스도, 과일과 채소, 야구 선수들의 초상화, 악마, 슬픈 광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조심스럽게 조정하여 미국인 자신을 스스로에게 설명해주면서 모든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공통의 기반을 찾아내는 스미소니언이 착안한 것은 ‘번호 따라 그리기’는 오락 욕구의 총화로 중요시될 수 있으므로 미국 문화사에 있어서 그 유용성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이 아마추어 작품들이 전성기를 맞을 것을 예상한 것이 분명한 수집가들에게 대여한 것이다. 뉴욕의 브루클린 거주 트레이 스피글은 1994년에 세상을 뜬 친구로부터 번호 따라 그리기 작품들을 물려받아 그중 20점을 이번에 스미소니언에 대여해 줬지만 그중 몇 점은 가지고 있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그동안 그림에 대한 안목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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