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한국 어린이와 독일 어린아이들이 공중도덕을 지키는 모습을 비교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었다.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식당에 갔을 때 분별 없이 뛰어 다니는 모습은 마치 어린이 놀이터를 방불케 하였다. 실내 기물을 함부로 만지는가 하면 식탁 위에 뒤어 올라가는 광경을 보고도 그 부모들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는 독일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조용히 식당에 앉아있는 모습과 질서 있게 길을 건너가는 훈련을 시키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이렇게 독일에서는 어릴 때부터 공중도덕과 질서를 지키는 훈련을 철저히 시킨다고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눈에 거슬러 누군가 이를 제지하고 타이르기라도 하면 그 부모는 “당신이 뭐길래 남의 아이 기를 꺾어 놓느냐”고 시비를 하는 세상으로 변하였다. 세 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려서부터 기본 교육이 되어 있지 않으면 흔들리는 뿌리에 성실한 열매가 맺을 수 없듯이 훌륭한 인격체를 기대할 수 없으리라.
물질 만능으로 풍요로움 속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싶다면 놀이기구도 아낌없이 사 주고 다른 아이 보다 내 아이가 가진 바비 인형이 많은 것에 가슴 뿌듯해 하는 것은 아닐지? 공부 잘 해서 우등생이 되고 선망의 대상인 권좌에 앉아 있다고 해서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덕성이 결여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사회는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없으리라. 작은 것에서부터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어느 날 동양 식품 마켓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젊은 엄마가 카트에 식품과 어린아이를 태우고 나와 차에 물건을 옮겨 실은 다음 파킹장 한 복판으로 카트를 그냥 밀어 버렸다. 방향을 잃고 굴러가던 카트는 다른 차에 부딪치며 흠집을 내고 말았다. 그 여인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 아이를 밀어 넣고는 쫓기듯이 파킹장을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그 어린이는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까.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부모들은 자신이 펼치지 못한 꿈을 자녀들이 대신 이루게 하려고 하루에 스무 시간씩 고된 노동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각에 지친 몸을 추스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새벽에 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어루만져 보고 나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잠든 모습을 마음으로 안아 볼 때 의미 있는 한숨이 무거운 어깨와 가슴을 짓누르기도 한다.
우리보다 2년 먼저 동부로 이주 해온 친구는 리커 마켓을 하고 있었다. 말썽 부리는 아이를 타이르며 “아빠 엄마는 이 고생을 하며 너희를 길러 왔는데 왜 애를 태우느냐”고 하였더니 아이는 정색을 하며 “NO, 엄마가 언제 나를 길렀어. 나는 라면이 길렀단 말이야. 학교에서 돌아오면 빈집에서 혼자 놀다가 배고플 때 끓여 먹은 저 라면이 바로 내 엄마야”라며 부엌 한구석에 쌓인 라면 박스를 가리켰다니 그 엄마는 다음 말을 무엇이라고 하였을까.
내 자녀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 줄도 모르고 공부 잘 해서 변호사, 의사, 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밀어 부치는 부모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 왔던가. 아이들이 설 곳을 잃고 방황 하다가 끝내는 희망과 꿈도 저 버린 채 낙오가 되는 것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닌 것 같다. 이 순간에도 내 아이가 어디에서 누구와 어울리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부모가 좋은 표본을 보여 주며 살아 갈 때 자녀들은 부모의 삶의 모습을 재현하며 살아간다. 바로 그들이 차세대 주인이 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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