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프랑스혁명 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선언한 국민공회에는 지롱드당과 자코뱅당, 마레당 등 3개 정파가 대립했다. 지롱드당은 국왕 루이 16세의 처형을 반대하면서 온건한 사태 수습을 주장했고 자코뱅당은 과격한 혁명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 결국 지롱드당은 자코뱅당에 밀려났고 자코뱅당은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를 설치하여 공포정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과도한 공포정치로 인한 민심의 이반으로 혁명독재의 중심 인물인 로베스피에르가 체포, 처형됨으로써 각 정파연합 정권이 탄생한다.
이 국민공회에서 지롱드당의 의석은 오른쪽에 있었고 자코뱅당의 의석은 왼쪽에 있었으며 마레당이 중간에 앉았던 연유로 우익과 좌익, 그리고 중도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익은 보수적, 민족적, 국수적, 반동적인 것을 의미하게 되었고 좌익은 급진적, 계급적, 혁명적인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동서 냉전시대에는 공산당이 좌익에 해당하였으므로 자연히 반공 진영은 우익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한일간에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 모임이라는 단체가 일본의 과거를 미화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을 만들었는데 한국등 주변국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이 교과서의 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이 교과서는 일제의 침략을 대동아전쟁이라고 당위성을 옹호하고 한국의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 등 일본에 불리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교과서의 영향으로 기존의 교과서 7종도 중국에 대한 침략을 진출로 표현하고 남경 대학살, 종군위안부, 조선의 항일운동,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등의 내용을 삭제했거나 표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의 역사 왜곡에 앞장 선 새 역사교과서 모임은 일본의 대표적 우익단체의 하나이다. 일본인과 일본 역사의 우월성을 선전하면서 국수주의를 부추키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런 국수주의 우익단체가 200여개가 넘고 우익 세력이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세계 2차대전에서 무조건 항복한 일본이 항복의 조건으로 제시한 단 한 가지는 천황제의 존속이었다. 일본인에게 천황은 일본의 상징이지만 군국주의자들에게는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이었다. 그 후 일본 정치인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과거를 미화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자위대의 재무장론, 평화헌법 개정론이 심심찮게 거론되었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역사 왜곡사건이 일어났고 역사 왜곡을 정부가 감싸고 옹호하는 등 일본의 우경화는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왜 이렇게 우익이 판을 치는가는 우익의 등장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독일이 세계 1차대전에 패망한 후 등장한 바이마르공화국은 전후 산업의 피폐와 과중한 배상 의무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그러다가 1929년 발생한 세계공황의 파급으로 실업과 인플레가 극심해졌고 적자재정을 메꾸기 위한 중세까지 부과되어 국민들은 극도의 좌절 속에 빠지고 말았다. 이 때 베르사이유조약 파기와 국제배상 거부 등 국수주의를 표방한 히틀러의 나치스당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결국 1933년 독일에는 나치스 정권이 출현했던 것이다.
일본은 지난 70년대에는 떠오르는 태양으로 세계의 경제대국이었다. 미국의 시대를 이을 태평양시대의 주인공은 바로 일본이라는 에측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일본경제는 계속 내리막길을 달려왔고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정치력, 지도력마저 혼미한 상태에서 국민들의 절망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이 새로이 세계의 대국으로 부상하여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 온 일본의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독버섯처럼 일본의 우익세력이 자라나고 있다. 역사 왜곡사건은 이 우경화 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은 한국의 역사와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응책에 그쳐서는 안되며 근본적으로 일본의 우익국수주의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아, 그러나 이를 어찌하랴. 한국은 마치 프랑스의 국민공회처럼 우측에 일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좌측에 중국도 있으므로 섣불리 어느 쪽에 치우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일본식 생존번영 방식이라면 한국은 새로운 좌우 대결시대에서 생존과 번영을 찾는 방법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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