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밀레니엄 기행 (12)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 칠레 <하>
미대륙의 땅 끝 ‘파타고니아’ 칠레는 남미 국가중 유일하게 태평양과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다. 미대륙의 끝인 마젤란해협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를 떠나 3시간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미대륙의 최남단 도시인 푼타 아리나스. 공항에 내리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보았던, 남극지역의 거센 바람에 기이하게 옆으로 누운 티에라 델 후에고 섬의 나무들의 모습을 하고 누운 나무들이 도열하고 하고 있어 남극 지역에 온 것을 실감케 했다. 시내에 들어가자 거대한 마젤란의 동상이 나를 맞았다. 서구의 팽창과 정복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지구를 돌기 위해 수백년 전에 거센 파도를 헤치고 이 먼 곳까지 찾아온 마젤란의 모험심에 대해서만은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북미 에스키모 닮은 주민들
호텔에 짐을 풀고 지역 박물관에 찾아 그 곳에 진열되어 있는 멸종해 버린 이곳 인디언들의 사진을 보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지역 인디언들은 유목 수렵생활을 했던 인디언들과 최남단 빙하지역에서 살던 인디언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용모나 생활 스타일에 있어서 오히려 가까운 인근의 페루 인디언들과는 차이가 있고 전자의 경우 미국의 인디언들을, 후자의 경우 알래스카의 인디언인 에스키모족을 너무도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이상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페루와 멕시코 지역의 인디언의 경우 농경생활을 하고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며 왕국을 만들었던 반면 이곳 인디언들은 수렵을 하고 따라서 많은 인구가 모여 살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들과 차이가 있고 오히려 미국의 인디언, 그리고 알래스카의 에스키모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자연적 조건, 따라서 생활조건의 공통점이 오히려 멀리 떨어진 북미의 인디언들과 유사점을 갖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다시 말해 동심원의 원리처럼 중간의 멕시코와 페루가 비슷하고 멕시코 북부의 미국지역과 페루 남부의 칠레 남중부 지역의 인디언이 비슷하고 북미 최북단의 에스키모와 남미 최남단의 인디언들이 비슷한 꼴이다.
토레스 델 페인 국립공원푼타 아리나스를 끼고 도도히 흐르고 있는 마젤란해협 앞에 서자, 그리고 다윈이 머물면서 진화론을 만들어낸 해협 건너편의 티에라 델 후에고 섬을 바라보고 있자니, 며칠 전 이스터섬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른 묘한 감동이 온 몸을 전열케 했다. 전라남도 최남단 지역인 해남에 땅 끝 마을이 있다지만 이 곳은 미대륙의 끝이니 정말 큰 땅 끝 마을에 서 있는 셈이다. 사실 마젤란 일행이 처음 도착했을 당시 거대한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해 큰 발자국이라는 뜻의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지역에서는 많은 관광상품에 ‘세계의 끝’(The End of the World)이라고 써 놓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명소는 북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캐나다의 로키 산맥보다 더 아름답고 거기에다가 알래스카를 더해 놓은 것 같다는 토레스 델 페인 국립공원. 알래스카에서 시작되어 캐나다의 로키, 그리고 미국의 로키산맥을 거쳐 남미의 안데스산맥으로 이어지는 미대륙의 등뼈 격인 중심산맥, 즉 ‘미주대륙의 백두대간’이 끝나는 곳이 바로 이 공원이다.
환경보존 최후의 보루푼타 아리나스를 떠나 주요 관광도로임에도 불구하고 포장이 되지 않은 덜컹거리는 길을 따라 8시간을 달려가면 안데스산맥의 종착지 토레스 델 페인 국립공원이 나타난다. 인디언말로 푸른 탑이라는 뜻의 이 지역은 기이한 모습의 산들에 수천만년이 된 빙하들이 뒤덮여 푸르게 보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빙하에 섞인 독특한 성분 때문에 아름답기 짝이 없는 독특한 녹색 강물을 배경으로 기이한 모습으로 이어진 산봉우리들, 그리고 하늘을 얼려 놓은 것 같은 푸른색을 띤, 그리고 오염되지 않고 태초의 자연을 보전하고 있는 빙하들을 보고 있자니 긴 여행의 피곤함이 단번에 사라졌다. 문제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환경파괴로부터 이같은 자연을 어떻게 지키느냐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공원에 써 놓은 옛 인디언의 말이 가슴을 쳐왔다. "지구가 인간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 속해 있을 뿐이다."
칠레와 한국폭은 우리나라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한 150km, 길이는 서울-부산의 무려 10배인 4,500km. 한 마디로 이처럼 비썩 마르고 키만 무지하게 큰 나라가 바로 칠레이다. 그러나 이처럼 남북간의 길이가 엄청나게 길다는 점은 칠레로 하여금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갖게 한다. 그것은 북으로는 페루의 국경과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지대로부터 중부지역의 온대지방, 그리고 남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호수들이 모여 있다는 호수지역, 그리고 더 남쪽으로 파타고니아라고 불리는 미대륙의 최남단 빙하지역에 이르는 풍부하고 다양한 자연이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칠레는 아마도 비슷한 수준의 나라 중 유일하게 남북을 가로지르는 국도를 아직도 갖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다. 즉 남부 지역의 빙하지대에 도로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도 국도가 없고 비행기와 배가 주된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이 긴 영토에 1,500만명에 불과한 인구가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전선과 전화선의 설치가 어려워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곤 전기는 자가 발전기에 의해, 전화는 무선전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특이한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인구수가 작아 경제적 규모가 되지 못 하는 데다가 공장을 세워도 제품 수송에 어려움이 많아 수입을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많은 공산품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지난해 팔린 차중 절반을 한국 차가 차지할 정도로 한국 차의 열기는 높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 제품의 눈부신 진출과는 대조적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경우 칠레 정부의 이민제한 등으로 인구가 약 2,000명 수준에 불과한데 이들 중 대부분이 다른 남미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의류계통에 종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인들의 위법행위로 97년 한국과의 무비자 협정이 취소되고 비자를 얻는데 까다롭게 끝이 없고 심사에만 3주 이상 걸리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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