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국에서 생활을 해오며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간혹 “Are You a Chinese?”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마다 우리를 중국인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 썩 좋은 기분이 아니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설명을 하는 대신 “No”라는 한마디로 강하고 퉁명스럽게 내뱉듯 대답을 한다. “그럼 Japanese”냐고 되물어와 역시 “No”라고만 잘라서 말을 하고 이제 “그럼 Korean”이냐고 물어 올 법도 하다는 기대감으로 그 다음의 질문을 기다려 보기도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런 질문은 나오지도 않고 “그럼 어디서 왔느냐?”라는 말이 고작일 때 적지 않은 실망을 느끼게 된다.
이들에게 비추어지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동양권에서 1위도 아니고 2위도 3위도 아닌 등외의 위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며 이를 조상 탓으로 돌려야 할지 현재의 위정자들이나 한국을 주도하고 있는 지도자격의 무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 각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각성을 해야할 사안인지에 골몰하며 그 원인 같은 것을 파헤쳐 본답시고 온갖 생각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기억도 있다.
“그럼 어디서 왔느냐”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기껏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먹이며 자기네가 한국전에 참전하여 도움을 준 나라의 사람들이랍시고 우쭐한 듯한 자세를 보인다. 국가대 국가 간의 관계나 정책 등의 차원에서 생각을 해보기에 앞서 이 몇몇 미국인들의 개인적 사고와 자세에 대하여는 몹시도 못마땅하기도 하다.
1960년대에 한국에 파병되었던 GI 출신의 일부 미국인들은 고작 동두천이나 문산 또는 의정부나 용산 주변의 기지촌에 관한 이야기들을 떠벌리거나 하우스보이나 기지촌 여인들로부터 배워온 쌍소리 몇마디씩을 뇌까리며 이것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지식의 전부이면서도 이것이 이들에게 비춰진 한국의 진면목이나 되는 것 같은 태도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더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의 국가 형태나 체제에 대한 이들의 이해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다. 우리가 알아 왔던 세계의 국가형탠 체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양대 블럭으로만 나누어져 있다고만 배워 왔다. 우리나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민주주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나라의 범주에 속해 있다고만 여겨왔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세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국가 체제 외에도 독재주의 국가로도 구분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은 이 독재주의 국가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고 배웠다는 어느 중학생의 이야기에 부끄러움의 한계를 뛰어넘어 어떤 울분 같은 것까지 느껴지던 일도 있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의 호스트 국가가 되었고 대 미국 교역에서 세계 10대 교역국으로 랭크되면서 우리나라의 위상도 그만큼 업그레이드 돼 가고 있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대형 경제사범의 미국 잠입, 도용된 가짜 유명상표 제품의 밀반입, 위조 서류나 비합법적인 방법을 통한 밀입국 알선, 크고 작은 한인 단체들의 비생산적인 싸움질이 법정에까지 가고 있는 등의 혼란스러운 우리 주변을 바라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심지어는 앞으로 우리 이민사회를 주도해 나가야할 일부의 2세 학생들은 자기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교의 컴퓨터 기록실에 몰래 잠입해 자기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일까지도 저지르고 있어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었는데 우리의 주변 환경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짧은 이민생활 동안에 이룬 경제적 성장이나 자립도를 들먹이며 뽐내기에 앞서 설령 자립이나 성장의 속도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이 땅을 밟는 첫 발걸음부터 부끄러움 없는 한발 한발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이들이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좋은 면만을 연상하며 물어오는 첫마디가 “Are You a Chinese?”가 아닌 “Are You a Korean?”이라고 물어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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