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4월15일 잭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첫 데뷔한 날 브루클린 다저스의 홈구장 에비츠필드에는 2만6,000명의 관중이 몰렸고 그중 1만4,000명이 흑인이었다. 비가 내리고 쌀쌀했지만 대다수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후까지 "잭키!잭키!"를 연호하며 일어설 줄을 몰랐다.
1896년 연방대법원의 ‘인종분리’ 판결이 내려진후 백인들만의 야구시스템에 흑인들이 다시 참여할 수 있게되기까지는 5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로빈슨의 메이저 데뷔가 당시 1,500만명의 미흑인사회에 준 감동은 에드 찰스라는 흑인소년의 소감에서 잘 나타난다.
"메이저리그에 흑인선수가 탄생했다는 신문보도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야구장을 가서 잭키의 얼굴을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경기가 끝난후 우리들은 역까지 잭키를 쫓아갔다. 기차가 역을 떠난 뒤에도 기차소리가 들리지 않을때까지 모두들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더 이상 들리지 않게되자 레일에 귀를 갖다대고 잭키가 탄 기차가 전해오는 진동을 들었다"
로빈슨의 메이저입성은 로빈슨 본인과 당시 다저스 사장겸 GM 브라이언 리키 두사람의 인고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혁명’이었다. 니그로리그에서 뛰어난 흑인선수를 영입하려는 비즈니스 차원의 시도는 전에도 있었지만 ‘화이트 온리(white only)"원칙을 철저히 고집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케네소 마운튼 랜디스판사에 의해 번번히 저지당했다. 1944년 랜디스판사 사망후 새커미셔너는 흑인선수 영입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16개 구단중 15개 구단주가 반대를 했다.
그같은 분위기속에서 로빈슨의 메이저 입성작전을 기획한 리키사장은 "메이저에서 뛰면서 받을 고난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깜둥이(니거)라는 표현은 찬사로 알아야 한다"며 철저한 인내를 로빈슨에게 당부했다. "걸어오는 싸움도 피하는 비겁자가 되라는 말이냐?"는 로빈슨의 반문에 리키사장은 "싸움을 피하는 용감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라고 답했다.
1946년 시즌 다저스 마이너리그인 몬트리올 로열스에서 메이저 입성을 준비하는 동안 숱한 인종차별 모욕을 참아야 했던 로빈슨은 27살의 나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버렸고 만성 위장병을 얻었으며 신경쇠약으로 잠도 못자고 식사조차 할수 없었다. 스트레스라고 진단한 의사는 "일주일 동안 야구장에 나가지 말고 집에 들어앉아 신문도 읽지 말라"는 처방을 내렸다.
이듬해 로빈슨이 메이저로 승격하자 다저스선수들이 반대서명을 펼쳤다. 리키사장은 다저스 선수들에게 로빈슨 영입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의미한다고 설득했다. 2주일후 필라델피아 원정경기에서 로빈슨을 향한 인종차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부출신 필리스 감독은 게임전 배팅연습때부터 욕설을 퍼부었고 필리스 선수들은 다저스 선수들에게 로빈슨과 살이 닿으면 병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몇년뒤 로빈슨은 "방망이를 집어 던지고 필리스 덕아웃으로 달려가 검둥이 주먹 맛을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장래 내아들이 그 아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그때 꾹 참기만 했더라면…’이라고 말할 모습이 떠올라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시즌이 지나며 그의 공헌도가 높자 반대서명까지 했던 동료들은 그에게 마음을 열었으나 상대 선수들은 그의 머리를 겨냥해 볼을 던졌고 안타를 치고 베이스에 나가면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스포츠 세계에서의 인종차별은 일반사회에서 보다도 오히려 더했다. PGA가 ‘공식 토너먼트에는 백인선수만이 참여할 수 있다’는 인종차별 규정을 없앤 것도 불과 1961년의 일이다. 요즈음 일부신문의 "외국선수들이 LPGA를 독식하고 있다"는 우려는 아니카 소렌스탐이나 카리 웹등 백인선수들보다는 박세리,박지은등 한국선수들을 겨냥한 느낌이 강하다.
박찬호가 2일 다저스태디엄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첫승을 거뒀다. 7이닝동안 산발 5안타에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도우미 게리 셰필드의 홈런 한방에 힘입어 보기좋은 시즌출발을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오늘날 자신이 마이너리티 동양인선수로서 다저스의 홈개막전 투수가 되는 영광을 얻기까지는 로빈슨과 같은 마이너리티 선배들의 인종장벽을 허물기위한 피눈물나는 투쟁이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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