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동서고금을 초월하는 치밀한 논리에다 정곡을 찌르는 명언들이 수록된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구절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百戰)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百戰이란 ‘백 번 싸운다’와 ‘백가지 전략을 동원한 전쟁’이란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명나라 개국공신 중 한 사람이던 유기는 역대의 병법서를 참고하여 백 가지의 전쟁을 수록한 백전기략(百戰奇略)을 저술했다. 이 책에는 산전(山戰), 수전(水戰), 화전(火戰), 속전(速戰), 도전(挑戰), 야전(夜戰), 교전(交戰) 등 백전(百戰)의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은 유비, 손권 연합군이 조조를 깬 산전과 화전이 어우러진 가장 큰 싸움이다. 산전과 수전을 경험해 본 병사들은 그 자체로도 최고의 정예병으로 일컬어진다. 현대적 표현으로는 ‘역전의 용사’ 또는 ‘백전노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었다’는 말은 ‘세상의 온갖 풍상을 다 겪었다’. ‘고생을 많이 했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한인사회가 있기까지 초석을 다져온 대부분의 한인 1세들은 이민 초창기 일등공신(?)들로 낯선 이국 땅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의 어려움을 헤쳐왔다.
신 개척정신으로 위험도 불사하고 슬럼가도 마다하지 않고 가게를 운영했던 그들.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희망을 갖고 일주일 24시간 몸이 피곤해도 밝은 내일을 꿈꾸던 그들.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훈훈한 온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한인 1세들. 동종업소를 운영하면서도 장사의 노하우를 나누며 상도의를 잃지 않던 그들….
한인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며 꿋꿋하게 딛고 일어선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신용, 성실을 바탕으로 한인사회의 상도의를 지키던 그들 중에서 이미 몇몇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명목(?) 아래 과당경쟁을 부추 키는 주범(?)으로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과거 부모, 형제 또는 친지들을 통해 새로운 지역에 개척정신으로 동종업소를 확장하는 것과는 달리 ‘대형화와 노하우’를 앞세워 기존의 동종업소가 살던 죽던 상관없이 ‘끼어 들기’를 하는 것.
이로 인해 심지어는 약한 자는 동종업소 인근에 가게를 차리면 ‘악덕업주’로 낙인찍혀 시달리지만 동종업계의 한인 인사-단체장 출신이나 현 집행부 또는 그들의 측근-들이 가게를 차리면 서로가 ‘쉬쉬’하며 보호해 주고 있는 현상은 공공연한 비밀 아닌 비밀이 되고 있다.
며칠 전 이미 어느 정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민자로서 어떤 지역에 새로운 가게를 차리고 있어 과당경쟁을 부추 키고 있다는 구설수(?)에 올라있는 모 인사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벌만큼 벌었고 살만큼 살면서 왜 그런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냐?”는 질문에 “상도의는 서로 서로가 지킬 때 필요한 것이지 상도의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적자생존 아니겠냐”며 너무도 당당(?)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돈은 바닷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 이 난다’고는 하지만 이민 초창기 한인사회 일등공신(?) 중의 한 명이 돈의 노예(?)로 전락한 듯 한 그의 모습에서 서글픔마저 느껴야 했다.
‘상도의를 망각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데 만 눈이 어두운 악덕상혼을 추방하자’ ‘동종업계의 상도의를 문란하게 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업소는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지탄하던 한인들이 이제는 지탄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은 누구의 책임일까.
이는 분명 ‘어떤 경쟁에서든 상도의를 무시하는 경쟁자(적)를 알고 상도의 무시로 대응해야만 살 수 있다는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한인들이 책임져야 할 몫인 것이다.
그리고 건전한 상도의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책임임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한인들이 훨씬 많은 한인사회에서 그들이 발 딛고 일어설 땅은 그리 넓지만은 않을 것이다.
올바른 상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남달리 노력, 아름다운 사회를 가꾸고 있는 한인업주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의 비뚤어진 상도의 풍토는 개선돼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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