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텍 ‘아인슈타인 페이퍼스 프로젝트’, 평생의 관련 기록 담아 29권으로 출판
서점의 두꺼운 물리학 서적들이 줄줄이 꽂혀 있는 서가에 ‘드라이빙 미스터 앨버트’라는 제목의 조그맣고 날렵한 책이 함께 자리잡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실수로 잘못 놓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지에 ‘EMC2’라는 번호판을 붙인 뷰익 승용차 뒷모습을 그린 이 책은 내용 또한 기이하다. 한 젊은이가 45년전에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쳐서 돌려주지 않은 늙은 의사를 태우고 대륙 횡단을 하는 이야기다. 터퍼웨어 통에 담은, 이리저리 자르고 토막낸 뇌를 회색 가방에 넣어 뷰익의 트렁크에 싣고 다니면서 의사는 커피샵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따금 그것을 꺼내 보여주곤 했다.
소설이 잘못 꽂혀 있나보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9개월 전에 출판된 그 책을 쓴 사람은 실제로 그 차를 몰았던 저널리스터 미아클 파터니티고 의사는 아인슈타인이 1955년에 복부동맥류로 죽던 날 프린스턴 하스피털의 당직의사로 아인슈타인을 부검한 뒤 세계 최고의 두뇌를 가지고 도망쳤던 토마스 하비(84)였다.
슬픈 듯 축 처진 눈에 전혀 손질을 하지 않아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눈썹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말하자면 세계 최초의 ‘스타’ 과학자였다. 그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대중이라도 그의 이름을 대면 영웅이요 천재로 인식하는, 남다른 인기인이었다.
우주의 본질을 파악해낸,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에 관련된 모든 기록을 샅샅이 모아서 출판하려는 방대하고도 복잡하고도 야심찬 계획 ‘아인슈타인 페이퍼스 프로젝트’가 현재 칼텍에서 진행되고 있다. 과학사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출판 사업일 이 프로젝트는 아인슈타인이 영어와 독어로 쓰거나 받은, 모든 남아있는 기록들을 모아서 앞뒤로 참조하여 확인하고 연대순으로 목록을 정리하여 출판하는 것으로 이미 20년전부터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책부터 종교, 물리학 및 철학에 관한 저술과 새로 드러난 연애사건에 대한 정보까지 이 위대한 인물의 지적, 영적 성장과정이 면밀하게 종합, 분석되고 있는 아인슈타인 페이퍼스 프로젝트는 1980년대 초에 보스턴에서 시작됐으나 칼텍의 과학사교수인 다이애나 바칸(44)이 작년에 새 디렉터이자 편집장으로 임명되면서 서부로 옮겨온 것이다. 출판 예정된 29권중 7권은 이미 전임 편집장에 의해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서 나왔으므로 바킨은 그 다음권부터 내게 된다.
이들이 작업실로 사용하는 전에 칼텍 교수사택으로 쓰이던 건물의 지하실에는 아인슈타인이 죽었을 때 가지고 있었던 4만건이 넘는 서류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편집자들이 찾아낸 1만5000건의 서류들이 7개의 검은 캐비넷을 가득 채우고 있다. 편집자들은 개인 집과 아인슈타인을 아는 사람들의 콜렉션, 오래된 독일 과학잡지들을 뒤져서 출생부터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들이 몰려나온 ‘기적의 해’인 1905년까지의 기록들을 찾아냈는데 그중에는 50페이지에 걸친, 아인슈타인이 손으로 한 계산도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인슈타인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데도 없어서는 안되지만 다른 학문이나 세계적 사건에 관련한 그의 업적도 워낙 많기 때문에 미국 및 유럽 역사와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바칸은 확신하고 있다.
죽은지 50년이 가까운데도 아인슈타인의 명망은 과학계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칼텍이 발행하는 잡지 최신호에는 그가 80년전에 생각해냈다가 버린 이론이 결국은 옳았음이 증명됐다고 밝히는 논문이 게재되었으며 현재 칼텍과 MIT가 몇년째 건설중인 초대형 파동탐지시설이 완공되면 아인슈타인이 100년전에 예견했던 가설을 확인할 실험이 가능해진다고 바칸은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그 무엇보다도 아주 어려운 과학을 아주 쉽게 설명하는 재능이 뛰어난, 진짜 천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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