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 빙하 2마일 아래 있는 담수호 ‘보스토크’, 원시생명체 간직 추정, 파괴 않고 연구가 관건
뉴욕의 ‘라몬트-도허티 지구 관측소’ 소속 젊은 지구물리학자 마이클 스터딘저 앞에는 풀먹여 다린 셔츠처럼 매끈하게 뻗어나가는 남극의 설경이 펼쳐져 있다. 지면은 우주선에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평평함 뿐으로 규모나 거리감각조차 백색경관에 완전히 묻혀있지만 스터딘저는 그가 볼 수 없는 세상을 분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 1월, 그와 십여명의 동료들은 이곳에서 저주파신호를 이용해 그가 서있는 만년설 아래로 레이크 온타리오만큼 길고 레이크 타호처럼 깊이 자리잡은 반달모양의 민물 호수를 측정했다. ‘레이크 보스토크’라 불리는 이 호수는 수백만년동안 2마일 두께의 얼음 아래 격리되어 있었으므로 과학자들은 거기 선사시대의 생명체들이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십년간의 지각활동 기록 및 레이다 측정, 위성 사진 촬영등을 통해 1996년에 발견된 이 호수는 "지구에 남은 마지막 프론티어중 하나"라고 이 호수의 미생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몬태나주립대학 교수 존 프리스큐는 말한다.
보스토크 호수의 상태는 너무나 이색적이라 JPL의 과학자들은 화성의 만년설이나 목성의 위성들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대양 아래서 생명체가 진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미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사실 최근에도 지구상 최저기온으로 기록된 화씨 영하 132도를 기록하며 수백만년동안 빙점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은 이 지역에서 이 호수가 어떻게 액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울러 공기, 햇빛 같은 생명 유지 에너지원과 차단된 채 해표면 기압의 360배가 넘는 엄청난 수압의 차가운 물속에서 어떠한 형태로건 생명체가 살아남아 있을지도 아무도 모른다.
만일 이 호수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것은 생물학계에서는 천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대발견이며, 아직 사람 손이 닿지않은 고대 생명서식지의 샘플을 연구할 기회는 백만년에 한번이나 올까말까한 기회인 것이다.
사실 이 호수는 지리학적으로도 지난 100년간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남극에는 이와 같은 빙하 및 호수가 최소한 76개는 된다. 심지어는 남극점 아래에도 호수가 있다. 그러나 위성 관측 및 레이다 연구 덕분에 이 호수는 빙하밑 호수로 세계최대 규모인 것이 밝혀졌다.
아울러 이 호수는 북쪽 해안을 따라 3,000여피트 높이의 가파른 절벽이 있고 남쪽에는 넓은 여울목이 있고 길이 124마일, 면적은 5,400평방마일이며 최고 수심은 3,200피트다. 얼음의 윗면 조수는 15,000년이 걸릴 만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여 반대편 강둑에 도달한다. 호수 밑으로는 두께 229피트의 퇴적층이 펼쳐져 만년설이 형성되기 전 기후와 생태의 독특한 기록을 간직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어떤 미스테리를 품고 있든 간에 보스토크호는 과학자들에게 고민스런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렇듯 독특하고 섬세한 곳을 어떻게하면 파괴하지 않으면서 연구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최근 수십년간 남극지역의 인간 활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국립과학재단(NSF)의 초인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연구의 주제이며 대상인 이곳에 도착하기 위해 지구상 가장 깨끗한 대기를 배기가스로 오염시켰다. 남극 드라이 밸리스의 어느 외진 생태학 연구지에는 한 계절에 700차례나 헬리콥터가 이착륙했으며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연구 도구의 장기적 영향도 문제다.
이같은 염려는 어떤 과학적 노력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학에서 이 문제는 월터 하이젠베르그가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수학적으로 공식화했다. 이는 실험에서 실험인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으로 최소한 양자 물리학에서는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고, 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특징을 변경하지 않고는 미립자를 측정할 수 없다. 대기 화학자 제임스 H. 버틀러는 "그 원리는 보스토크호에도 적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학자들이 사용을 고려중인 탐사기구는 얼음을 녹이면서 빙하밑으로 내려가는 총알 모양의 로봇인데 이것이 보스토크호에 닿아 그 물을 떠가지고 올 경우 지면에서 묻어간 미생물이 호수의 수질을 오염시킬 수도 있고 로봇에 사용된 수경성 용액이나 기름이 그 화학 성분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또 로봇이 떠온 호숫물에 인류가 자연 면역을 가지지 못한 병원균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드물지만 있다.
그렇지만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나 동아프리카의 말라위호수처럼 지각판의 이동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믿어지는 이 호수 바닥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열과 광물질을 지구 중심으로부터 공급받을 지열배출구 존재 가능성이 있어 학자들의 관심은 크기만 하다.
과학자들이 보스토크에서 수집한 지진 도면과 중력 측정, 레이더 판독 분석이 끝나기까지는 6개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가 해결돼 호수탐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5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깨끗한 물을 결국 오염시키는데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보스토크호는 세계적 보물이며 그것을 오염시키지 않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과학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확신시켜야 한다"라고 남극에서 실행되는 연구의 대부분을 관장하는 NSF 극지역 프로그램 디렉터 칼 어브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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