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김명욱(목회학박사·종교전문기자)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말자 미련일랑 두지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만 간다」최희준의 히트송 ‘하숙생’의 첫 절 가사다.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 한국에서 한창 유행했던 가요중 하나다.
한국 재계를 주름잡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미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8시경 이승에서 저승으로의 나그네길을 떠났다. 한국 시간으론 21일 오후 10시7분. 공식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증. 향년 86세다. 그는 아들 정몽구, 정몽헌, 정몽준과 친지와 현대그룹 사장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중앙병원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
나그네 처럼 왔다 나그네 처럼 가버리는 인생.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인생. 사람은 한 번 태어나면 반드시 이 세상을 떠난다. 구름처럼 사라진다. 이렇듯 가버리는 죽음을 통해 사람은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정주영씨의 떠나감은 더욱더 그렇다. 그가 살아생전 이룩한 업적이 있어 더 많은 생각을 하게하기 때문이다.
그의 떠나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하나. 세상의 부귀와 영화가 죽음 앞에서는 한갓 지푸라기와도 같이 소용없어진다는 것. 아무리 재산이 이 세상에 많아도 죽을 때 단 한 푼도 가져갈 수가 없다. 아니, 가져가 봐야 소용없다. 죽은 사람이 돈을 어디에다 쓰겠는가. 목숨이 부지되지 않는한 돈과 재물은 쓸데없는 것이 된다.
그의 떠나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둘. 죽음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정주영씨가 가졌던 권력은 대단했다. ‘현대’ 그룹의 총수인 ‘왕회장’으로써 그의 말 한 마디면 수십만명의 그룹 사원들이 움직였다. 그만한 권력과 힘도 그의 떠나감을 막을순 없었다. 이게 바로 인간이 갖고 있는 생의 한계성이다. 생의 한계성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의 떠나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셋. 죽음은 인간 모두를 공평하게 한다. 태어나 살며 호강을 했건, 가난으로 살았건, 죽을 때는 모두 똑같다. 정주영씨같이 자수성가해 부귀공명을 누렸다해도 그의 죽음은, 그도 다른 사람의 죽음처럼 그저 훌훌 육신을 벗어나 세상을 떠났다는 것 뿐이다. 그러니「죽음」이란 최후를 통해 모든 사람이 공평해짐은 하늘의 뜻이 아닐는지.
그의 떠나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넷. 사람은 늙는다는 것. 정주영씨는 86세까지 살았다. 한국인 평균수명보다 많이 살았다. 그렇지만 그도 늙어가며 자식들에게 모든 실권을 인계해 줬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80 내지 90이다. 청춘은 영원하지 않다. 불타가 지적한데로 인간은 태어나면 늙어간다. 늙음을 막을 자 아무도 없다.
그의 떠나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다섯. 인간은 병든다. 지상을 통해 나타난 정주영씨의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증. 병으로 그는 타계했다. 사람이 무병하다면 100세, 200세까지도 살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병들게 마련이다. 몸이 병들어 그 쓸모를 다하면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성경이 얘기한 대로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dust to dust)돌아간다.
그의 떠나감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여섯. 부모는 떠나가도 후손들은 계속 살아남는다. 그는 82년도에 사망한 장자 몽필을 제외하고 일곱 아들과 딸 하나를 남겨놓았다. 남겨진 자식들에겐 수십명의 손주들이 있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식들을 낳는다. 부모는 떠나가지만 자식들은 남아 부모의 대를 이어간다.
최근들어 노환으로 타계한 잘 알려진 이름들이 있다. 황순원·김기창·서정주씨. 이 분들은 소설·미술·시 분야에 큰 업적을 남기고 나그네처럼 세상을 떠났다. 최근은 아니지만 또 경제계를 주름잡던 이병철·구인회·최종현씨도 이승으로 떠나갔다. 그들의 뒤를 이어 이번에 정주영씨가 떠났다. 재벌 1세대로서 한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이다. 수억 만년의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인생이란 이처럼 짧은 생을 살다 나그네처럼 떠나간다. 최희준의 ‘하숙생’이 지금도 즐겨 불리어짐은 인생이란 모두 다 구름처럼 왔다 구름처럼 떠나는 나그네들이기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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